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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의 신임, 이번에도 이어질까? 롯데 순혈 재무통 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

Numbers 2023. 10. 20. 14:16

메마른 곳간 불리기 사력 다하는 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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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CFO,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

 

오는 2024년 롯데그룹 정기인사에서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롯데쇼핑을 두고 대대적인 조직 쇄신이 예고된 가운데 롯데 순혈 인사 장호주 롯데쇼핑 부사장(CFO,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앞서 2021년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순혈 타파‘ 특명 아래 외부 출신 김상현 유통군 총괄대표와 정준호 롯데쇼핑 대표 등이 대거 영입되는 환경 속에서도 장 부사장은 ‘정통 롯데맨’으로서 유통군 재무관리 중책을 떠안았다. 장 부사장은 롯데쇼핑의 재무리스크를 타개하기 위해 메마른 곳간 채우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으나 M&A투자 실패와 대규모 출혈 경쟁, 업황 부진이 맞물리는 등 대외 여건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화려한 복귀... 곳간관리 만큼은 정통 롯데맨에게

 

2022년 정기인사는 장 부사장의 화려한 복귀 무대였다. 장 부사장은 앞서 2020년 말 롯데쇼핑의 쇼핑재무총괄본부장 자리에서 한차례 사임한 바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듬해 신 회장이 비즈니스 유닛에서 HQ(헤드쿼터) 체제로 그룹 체질 개선을 추진하면서 장 부사장을 1년 만에 다시 불러들였다. 그룹의 뿌리인 유통부문 곳간지기로는 "장 부사장이 적임자"라는 신 회장의 신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960년생인 장 부사장은 1987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롯데그룹에 입사했다. 이후 2012년 롯데정책본부에서 재무담당 임원을 지낸 장 부사장은 2014년부터 롯데백화점 재무부문장으로 재직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2019년부턴 롯데쇼핑 쇼핑HQ 재무총괄본부장을 지냈지만 2020년 말 그룹 정기인사에서 사임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재무관리 요직에서만 1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이후 1년 뒤인 2022년 유통군HQ 재무혁신본부장(부사장)으로 복귀해 현재까지 롯데쇼핑을 비롯한 유통 계열사의 내부회계와 재무리스크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장 부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장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유통군HQ는 말그대로 유통 계열사를 한데 묶은 컨트롤타워다. 경영효율화를 위해 기존 쇼핑사업만 담당하던 쇼핑HQ에서 범주가 확대됐다. 롯데쇼핑(롯데백화점·롯데마트·슈퍼)과 롯데하이마트, 우리홈쇼핑, 코리아세븐, 에프알엘코리아, 롯데지에프알, 한국에스티엘, 롯데멤버스 등 8곳을 거느리고 있다.

 

신 회장의 ‘부름‘에 제2의 기회를 얻었지만 장 부사장은 또다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그간 기업의 M&A투자 실패와 대규모 출혈 경쟁, 업황 부진이 맞물리며 유통군의 재무건전성 회복에 가시적 성과를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축 롯데쇼핑의 재무구조는 수익성 기반의 현금창출이 약화되면서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롯데쇼핑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1년부터 지속 줄어들고 있다. 장 부사장 취임 전인 2021년 2조3988억원에서 지난해 1조8008억원, 올해 상반기까지 1조5977억원으로 거듭 쪼그라들었다. 유동성 역시 하락했다. 상반기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7304억원에서 4965억원으로 32.0% 줄었고 재무활동 현금흐름의 경우 (-)8841억원에서 (-)6884억원으로 상승하며 재무리스크가 심화됐다. 특히 이 기간 단기차입금 규모는 1조5597억원에서 2조368억원으로 30.6% 불어났다.

 

특히 투자 후유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장 부사장이 잠시 자리를 떠났던 2021년 롯데그룹의 기조가 바뀌었는데, 2015년 이후 6년 만에 공격적인 M&A 및 지분투자 행보를 보인 것이다.

 

이 가운데 롯데쇼핑은 중고나라와 한샘을 사들이는데 각각 300억원과 2995억원을 쏟아부었다. 자금 소요가 늘었지만 시너지 창출이 미미한 데다 이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서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영업손실 217억원을 기록한 한샘의 경우 주당 22만원에 인수했지만 현재 주가는 4분의 1 수준인 5만원 선에 머무르고 있다.

 

부동산 매각으로 자산 유동화 초점

 

롯데백화점

 

장 부사장은 재무전략을 선회해 메마른 곳간 채우기에 돌입했다. 현시점 M&A 등의 투자 수익을 기대하기보단 현금 비축과 유동성 확보가 급선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상반기엔 롯데쇼핑의 매각예정자산이 5605억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말 3236억원 대비 반년 만에 73.2% 상승한 것도 이러한 여파다. 무엇보다 지난 8월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보유 중인 부동산 자산을 대거 매물로 내놓으며 현금 창출 의지를 드러냈다.

 

롯데백화점 자산 9곳과 롯데마트 10곳이 대상이었다. 먼저 백화점 자산은 분당 물류센터, 안산 공장, 부산 중앙역 개발부지, 포항사업소, 청주 영플라자, 관악점 문화센터 일부, 롯데시네마 홍대점·합정점 일부, 엘큐브 부산 광복점·이대점 전대차 등이 해당됐다.

 

롯데마트의 경우 롯데마트 고양 중산점, 롯데마트 양주점, 롯데슈퍼 봉선점, 롯데마트 권선점 옥외주차장, 롯데마트 웅상점 옥외주차장, 롯데슈퍼 대전 용운점, 롯데슈퍼 안중점, 롯데슈퍼 신가점, 롯데슈퍼 태안, 남양주 양지 나대지 등이 포함됐다. 모두 희망 매각가 그대로 거래된다면 50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사실 이 같은 대규모 점포 구조조정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에도 롯데쇼핑은 재무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보유 점포를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한 바 있다. 그해 5월 롯데백화점 강남점을 롯데리츠로부터 4249억원을 받고 매각한 데 이어 10월에도 롯데백화점(구리점, 광주점, 창원점), 롯데마트(의왕,장유점), 롯데아울렛&마트(율하점, 청주점)을 넘기고 1조629억원을 거둬들였다. 이듬해인 2020년에도 점포 매각을 통해 7341억원을 창출했다. 2021년 한샘 인수를 위한 실탄도 사실상 이때 챙긴 셈이다.

 

일련의 활동이 이뤄질 당시 롯데쇼핑 쇼핑재무부문장(전무)과 쇼핑HQ 재무총괄본부장 자리에 있던 인물이 현재의 장 부사장이다. 즉 최전선에서 현금 흐름 전략을 짜고 유동성 확보에 깊이 관여한 것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올해 하반기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매각 역시 장 부사장의 영향력 아래 나온 자구책으로 보인다.

 

다만 매각 딜이 얼마나 성사될진 지켜볼 문제다. 관련 업계에선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20여개 부동산 자산이 그다지 매력

도가 높지 않다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매물의 위치나 특성을 고려했을 때 활용도가 제한적인 데다, 유통 업황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보니 매각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진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계약 진척 현황이나 완료된 건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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