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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대 오른 최영준 무신사 CFO, 'IPO' 성공으로 '사내 어린이집' 여론 뭇매 만회할까

Numbers 2023. 10. 17. 14:22

최영준 무신사 CFO


최영준 무신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향한 대내외 날카로운 시선이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로 쏠리고 있다. 지난 8월 사내 어린이집 건립과 관련해 “벌금을 내는 게 오히려 싸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후, 역량 ‘시험대’에 제대로 오른 것이다. 최 CFO는 올해 6월 무신사로 둥지를 옮기기 전 티몬과 SSG닷컴에서도 IPO를 추진한 이력이 있지만 모두 쓴맛을 봤다. 그만큼 ‘무신사 상장’은 최 CFO에게도 간절한 꿈이다. 과연 최 CFO는 ‘실언‘을 만회하고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까. 

최 CFO는 평소 신중하되 자신감 있는 업무 태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1979년생인 최 CFO는 2004년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 학사를 취득한 뒤 삼일회계법인, 베인앤컴퍼니 컨설턴트를 거쳤다. 2016년 티몬에서 최고재무책임자(부사장) 등을 역임한 후 2020년 말 SSG닷컴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옮겨 재무관리를 담당했다. 특히 티몬과 SSG닷컴에서 두 기업의 IPO를 주도적으로 추진하며 이커머스 업계 재무통으로 입지를 다졌다. 공교롭게도 두 기업에서 모두 마지막 단추를 채우지 못하고 쓴맛을 본 최 CFO는 ‘상장’에 누구보다 목마른 상태다. IPO 밑 작업에 돌입한 무신사가 최 CFO를 영입한 이유다.

무신사는 2019년 11월 세콰이어캐피탈로부터 1000억원 규모 시리즈A를 투자받을 당시 5년 내 상장을 약속한 바 있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이후 2021년 3월 1300원 규모 시리즈B, 올해 7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 성격의 시리즈C(2400억원) 등 후속 투자를 무리 없이 유치하며 IPO 기대감을 높였다. 이에 따라 기업 가치도 고공행진했다. 21년 시리즈 B 투자 당시 2조5000억원이던 몸값이 지난 7월엔 3조5000억원까지 뛰었다.

최 CFO는 기업 가치가 연일 정점을 돌파하는 시점에 새로운 곳간지기로 임명됐다. 취임 후 4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재무 전략가답게 적극적인 사세 확장으로 존재감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7월에 참여한 시리즈C 투자 유치를 비롯해 8월부턴 무신사페이먼츠 대표까지 겸직하고 있다. 무신사페이먼츠는 올해 2월 전자상거래 및 관련 금융업 강화를 위해 설립된 무신사의 자회사다.

연이은 투자로 실탄을 확보한 최 CFO는 최근 들어 자사주 소각 및 부동산 매각을 통한 자산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엔 자사주 5만7925주를 무상 소각했다. 무신사 측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지만 향후 IPO를 염두에 둔 전략이 내포돼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상장 후 흥행을 위한 포석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향후 주주들에게 주식 가치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란 인식을 심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 역시 “주주 환원 정책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통해 유통 물량을 줄이면 EPS(주당순이익)를 높일 수 있다”며 “동시에 자사주 소각은 IPO 전 기업평가를 더 잘 받기 위한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지난 12일엔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무신사 캠퍼스 E1을 마스턴투자운용에 세일앤리스백(sale and lease-back) 방식으로 매각했다. 신사옥 매매 금액은 3.3㎡당 약 3500만원으로 총 111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자산유동화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 CFO는 여기서 얻은 재원을 무신사의 오프라인 점포 확장에 탄력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실제로 오프라인 영향력을 넓히고 있는 무신사는 지난달 대구 동성로에 브랜드 최대 규모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을 개장한 바 있다. 또 10월에만 서울 성수동에 무신사 스탠다드 및 29CM 프리미엄 리빙 브랜드 TTRS 매장 2곳을 오픈할 예정이다.

다만 최 CFO를 향한 내부 임직원의 비판 여론은 풀어야 할 과제다. 지난 8월 임직원 대상 온라인 미팅에서 최 CFO가 사내 어린이집 설치와 관련해 “벌금을 내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재택 근무를 없애는 등 복지를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내부 여론이 등을 돌린 것이다. 외형 확장에 주력하느라 정작 ‘내실 다지기’엔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해당 사건 직후 비판이 거세지자 지난달 11일 한문일 무신사 대표가 직접 나서 위탁 보육을 시행할 것을 약속했다. 사실상 위탁 보육은 어린이집 건립보다 더 많은 비용이 소용되기 때문에 최 CFO의 이같은 ‘실언‘은 기업의 손실만 남긴 사례로 남았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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