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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KDB생명 구주 매각이 아닌 위탁경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천억원가량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위탁경영으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와 위탁사의 책임경영이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재차 KDB생명이 위기에 빠지는 악순환이 재연될 수 있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구주 매각이 아닌 자금 지원을 조건으로 KDB생명 경영을 위탁할 주주를 찾고 있다. 산은은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결성한 사모펀드(PEF)를 통해 KDB생명의 보통주 95.7%를 소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산은이 보유 중인 구주를 매각하는 형태가 아니고 KDB생명 경영권을 위탁받은 운용사가 산은의 추가 출자를 받는 조건이다. 산업은행이 검토하는 출자 예정액은 60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블로터> 취재 결과 산업은행 등 매각자 측은 KDB생명 위탁경영과 관련해 다수의 원매자를 상대로 제안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조처는 최근 KDB생명의 매각이 연속 무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후 2014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매각을 추진했으나 잇따라 실패한 바 있다.
산은의 KDB생명 위탁경영 방침을 두고 업계에서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규모 부실을 초래한 회사에 또다시 혈세를 투입하는 '퍼주기'식 지원으로 KDB생명의 부실을 국민 부담으로 전가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위탁사의 책임경영도 보장하지 못할 뿐더러 자금 지원만으로 KDB생명의 경영 정상화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KDB생명은 지난해에만 자본성 증권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5000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수혈했다. 이 가운데 약 4000억원은 산업은행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던 덕분에 조달이 가능했다. 그럼에도 보험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급여력비율은 여전히 낮다.
지난해 9월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134.05%다. IFRS17 회계제도 하에서 KDB생명은 1분기 101.66%, 2분기 140.69%로 생명보험업계에서 유일하게 금융당국 권고 수치를 한 번도 넘기지 못했다. 지급여력비율이 권고치를 밑돌면 금융당국으로부터 점검을 받게 된다. (‘[보험사 경영분석] 온갖 악재 겪은 KDB생명, 경영지표 상승 위한 몸부림’ 기사 참조)
이 때문에 경영 위탁사가 부실 보험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는지 자질에 대한 검증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국민 세금을 들여서 리스크를 지는 셈인 만큼 위탁사의 선정이 체계적인 검증없이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자본을 대고 경영을 위탁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면서 “수천억원의 국민세금을 들였으나 위탁받은 주주가 경영정상화를 만들지 못한다면 산업은행이 다시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상황에서 대규모 공적자금을 베팅하는 것이 국가를 대변하는 정책금융은행으로서 바람직한 행보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라며 “공정성과 체계성을 갖춘 위탁사 선정, 공동 출자를 통한 책임경영 등이 선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이 KDB생명 위탁 운용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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