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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인수합병(M&A) 키맨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두명이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발탁된 임병일 사업지원태스크포스(사업지원)TF 부사장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오른팔로 신사업을 성공시킨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업계는 삼성의 신사업 방향을 둘러싸고 이들 임원과 이들이 몸 담은 조직의 역학관계에 주목한다. 일부에서는 전영현 부회장이 M&A 현장에서 누비고 임병일 부사장이 전 부회장의 안건을 승인하는 수직적 구조가 짜여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M&A 두축, 사업지원TF & 미래사업기획단
올 5월 ‘삼성 경영권 불법 승계’와 관련해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되자 시장은 삼성의 M&A를 이끌 키맨을 물색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그 중 한 곳이 사업지원TF다.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의 직속 조직인 사업지원TF는 지난 2017년 삼성전자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제되면서 신설됐다. 미전실 대신 규모와 권한을 줄인 조직으로 △사업지원TF △EPC경쟁력 강화 △금융경제력 제고TF 등 세 조직이 탄생했다.
사업지원TF의 역할이 주목을 받은 건 이 회장이 구속되면서다. 삼성전자는 총수 공백 상황에서 사업지원TF를 주도로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사업지원TF 수장인 정 부회장이 각 부문별 수장들과 내용을 조율하고 이 회장에게 옥중 보고한 후 실행하는 구조다. 삼성전자는 사업지원TF를 통해 계열사간 사업을 지원하고 경영전략을 짠 것이다. 사업지원TF가 미니 미전실로 불린 이유다.
이 과정에서 사업지원TF는 그룹 전반의 인사와 전략 뿐만 아니라 기존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사업 투자를 위한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이 부분이 또 다른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의 영역과 겹친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지난해 연말인사를 통해 신설됐다. 대표이사 직속으로 삼성전자의 중심 축을 이루는 조직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주요 목적은 기존 사업과 무관한 사업을 찾아 육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전문 역량을 갖춘 인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사업지원TF는 그룹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신사업 투자를 검토하는 반면 미래사업기획단은 오직 신사업 투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사업지원TF와 미래사업기획단이 모두 M&A를 맡게 되면서 그룹내 신사업 무게추가 어디로 쏠릴 지 업계의 관심이 큰 상황이다.
반도체·이차전지 성공으로 저력 입증
올 초에는 미래사업기획단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 2024’에서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의 대형 M&A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미래사업기획단을 언급했다.
그는 "미래사업기획단은 미래를 볼 수 있는 분들이 모여서 운영하고 있다"며 "10년뒤 삼성이 나아가는 방향을 보는 것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크게 보고 있다"며 조직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미래사업기획단에 대한 기대감은 단장인 전영현 삼성SDI 부회장에서 비롯된 영향이 크다. 전 부회장은 핵심 사업군인 반도체와 이차전지를 모두 성공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1960년생으로 한양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한 후 카이스트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0년 삼성전자 D램개발실 연구위원을 시작으로 24년을 삼성에 몸담은 ‘삼성맨’이다.
전 부회장은 2014년 삼성전자 사장 자리에 올라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성장을 이끌면서 입지를 굳혔다. 2017년에는 삼성SDI에 합류한 후 이건희 선대회장이 출범시킨 ‘신사업추진팀’에서 이차전지 사업으로 성과를 냈다.
당시 삼성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시밀러 △의료기기 등을 5대 신수종 분야로 선정하고 사업 육성을 신사업추진단에 맡겼다. 삼성SDI의 이차전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스피의 바이오 시밀러 분야가 그렇게 탄생했다.
M&A 담당 'IB맨' 빅딜 성사 과제
사업지원TF에서 M&A 관련 실무를 총괄하는 임병일 부사장은 최근 바이오 기업 M&A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련 이력이 재조명됐다. 특히 OCI그룹과 한미사이언스간 통합 거래와 오리온 그룹의 레고켐바이오 인수 거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진다.
1970년생인 임 부사장은 서울대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후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했다. 행정고시를 수석으로 합격한 화제의 인물로 기획재정부 사무관으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이후 리먼브라더스와 크레디트스위스(CS)를 거쳐 UBS에서 근무했다. 대표 M&A 자문 사례로는 구글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 자문과 잡코리아 매각 건이 있다.
삼성그룹에 합류한 건 3년 전이다. 2021년 6월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을 시작으로 같은 해 11월 지금의 삼성전자 사업지원TF로 옮겼다. 그간의 능력을 인정받아 TF로 옮긴 지 5개월 만에 총괄 자리에 올랐다. 삼성그룹 합류 후 M&A 분야에서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하지 못한 만큼 앞으로 이력을 살려 빅딜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 내부 사정에 정통한 IB 업계 전문가는 “사업지원TF는 미니 미전실로 여전히 주요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다. 대형 M&A와 같은 굵직한 사안도 사업지원TF의 영역”이라며 “다만 현장에서 직접 투자할 기업을 고르고 협상하는 역할은 신설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부회장이 결제를 올리면 임 부사장이 이에 대한 승인안을 정 부회장에게 올리는 구조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이 회장의 재판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면서 M&A의 향방은 가늠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곧 열리는 삼성의 주주총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삼성전자 측은 “두 분의 역할에 대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답했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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