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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오너 3세들이 경영 일선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장혜선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장선윤 롯데호텔 미주브랜드부문장(전무),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은 모두 지난해 승진 및 전보를 통해 현재 보직에 올랐다. 이들 삼각편대가 호텔과 사회공헌, 미래 신사업을 각각 전담하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오너 3세 시대가 본격 개막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롯데그룹의 경영 무게추가 오너 3세들에게 기울어지고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외손녀인 장 이사장과 장 전무, 손자인 신 전무가 모두 경영 일선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신 명예회장의 장손녀이자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맏딸인 장 이사장은 지난해 롯데재단 3곳 중 2곳의 수장이 됐다. 8월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에 깜짝 취임한 데 이어 11월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 연달아 취임했다. 특히 어머니 신 의장이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된 직후 장 이사장의 존재감이 드러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신 명예회장의 장녀이기도 한 신 의장은 지난 2018년까지 3개 재단 이사장을 지냈지만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혐의로 사임한 뒤 2019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장 이사장이 연이어 이사장직에 선임된 배경에는 어머니 신 의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신 의장의 사면 전까지 장 이사장은 별도의 외부 활동도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어머니의 후광에 힘입어 그룹 내 입지를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2024년 롯데재단 미래와 함께' 송년회에 참석해 "경기가 어려운 시기인 만큼 우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재단 사업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올해 롯데재단은 지난해보다 20억원가량 늘어난 18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장 이사장이 이끄는 장학재단과 삼동재단에 각각 158억원과 15억원이 배정됐으며 복지재단에는 7억원이 배정됐다.
장 이사장의 적극적 행보는 오너 3세 입지 확대에 힘을 실었다. 종전까지 신 명예회장의 외손주 5명 중 경영 일선에 참여한 인물은 신 의장의 둘째 딸 장 전무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장 전무는 2015년부터 호텔롯데에서 해외사업을 주로 담당하다가 지난해 12월 롯데호텔 미주브랜드부문장에 선임됐다.
이전까지 장 전무는 롯데 뉴욕팰리스호텔 임원을 맡고 있었다. 호텔롯데가 북미 사업 확장에 공들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인사를 통해 미주 전역으로 그 역할이 확대된 셈이다. 호텔롯데는 2015년 당시 8억 500만달러(약 1조원)에 뉴욕팰리스호텔을 인수하며 국내 호텔 브랜드 최초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이후 2020년 롯데호텔 시애틀을 추가 오픈했고 지난해 1월부턴 킴튼 호텔 모나코 시카고의 위탁 운영을 맡아 비즈니스 영역을 확장했다. 이에 발맞춰 장 전무는 위탁 경영 방식을 비롯한 운영 기획 업무를 맡고 미주에서 효율적인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는 미국 시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하다”며 “이를 위해선 브랜드 파워를 극대화해야 하는데, 그 총괄 전략 업무를 장 전무가 맡은 것"이라고 했다.
호텔롯데는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잇는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 전무의 역할에 더욱 무게감이 실린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11.1%)를 비롯해 롯데물산(32.8%), 롯데알미늄(38.2%), 롯데상사(32.5%), 롯데GRS(18.7%), 롯데건설(32.5%) 등 19개 한국롯데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며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장 이사장과 장 전무가 국내외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가운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 전무 역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며 올해 본격적인 경영 승계를 시작했다. 2024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상무 승진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한 신 전무는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하면서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부문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공식 후계자이자인 만큼 신 전무는 오너 3세 경영의 중심에 섰단 평가다.
재계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은 신동빈, 신영자 등 롯데 2세 시대가 3세로 넘어가는 과도기"라면서 "신 전무와 그의 사촌누나들인 장 이사장, 장 전무의 영향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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