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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이사회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절차를 진전시키면서 이 같은 신호가 나타나는 양상이다. 산업은행은 그간 한진칼 사외이사를 지명했는데 이들은 감사위원회를 기반으로 행사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 인적 구성 변화를 예고하자 향후 영향력 축소로 이어질지 관심이 커지는 상황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진칼은 21일 개최하는 정기 주주총회에 사외이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안건을 부의했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배성례 전 대통령실 홍보수석비서관과 홍동표 법무법인 광장 고문, 송백훈 동국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3명을 올렸다. 아울러 이사회 감사위원으로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와 홍 고문, 송 교수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논의한다.
사외이사 후보 구성은 아시아나항공 M&A 과정에 필요한 전문성과 영향력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배성례 후보는 KBS, SBS 등 언론계 인사로 박근혜 정부 시절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냈다. 홍동표 후보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실장과 김앤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광장의 고문 등을 역임한 공정거래 관련 전문가다. 송백훈 교수는 국제통상 전문가로 유럽연합(EU)과 미국에서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에서 전문성을 통한 기여에 기대가 높다.
신규 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산은에서 지명권을 가지고 행사한 인사다. 앞서 산은이 지명한 사외이사진의 임기 만료에 따라 주총에서 새롭게 3명의 인사를 추천했다. 다만 전과 달리 감사위원회 신규 후보로는 홍동표 고문과 송백훈 교수만 포함됐다. 나머지 한 자리는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가 후보로 올랐다. 산업은행 추천 인사가 차지하는 감사위원회 비중은 기존 100%(3명)에서 66.7%(2명)으로 줄어든 셈이다.
산은이 한진칼 사외이사 3명의 지명권을 보유한 배경을 살펴보면 2019년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와의 경영권 분쟁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한진칼과 KCGI는 우군을 확보하며 이사 후보 추천 경쟁을 펼쳤고 이에 이사회 구성원은 한때 14명까지 늘어났다.
산은도 2020년부터 참전하면서 사실상 한진그룹의 백기사 역할을 수행했다. 한진칼 지분 확보에 나섰고 지난해말 기준으로 10.58%를 보유하고 있다. 산은은 투자 당시 합의서에 사외이사 3명 지명권을 확보했다. 현재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8명의 11인 체제로 축소했다. 산은 지명 인사가 전체 이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3%에 달한다.
산은은 2021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지명권을 행사했는데 당시 최방길 금융투자협회 자율규제위원장과 한재준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김효권 법무법인 퍼스트 대표변호사를 추천했다. 이들은 강한 존재감을 보였다. 무엇보다 3명으로 운영하는 감사위원회 자리를 꿰차며 경영 과정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감사위원회는 독립적인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이사와 경영진이 투명한 책임경영을 실천하도록 감시 역할을 수행한다.
김효권 변호사는 사외이사 선임과 동시에 감사위원을 겸임했다. 최방길 위원장과 한재준 교수는 2022년 정기 주총에서 모두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이를 통해 감사위원회 최소 인원인 3명 모두 산은의 추천 인사로 채웠다. 하지만 한진칼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감사위 내부의 산은 인사는 2명으로 축소될 예정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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