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 "M&A, 혁신의 수단 돼야"

Numbers_ 2024. 3. 8. 14:24

▼기사원문 바로가기

 

박대준 삼일PwC 딜 부문 대표 "M&A, 혁신의 수단 돼야"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중요 수단이다. 기업들이 자본을 유동화하고 투자를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기존 기업의 성

www.numbers.co.kr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딜 부문 대표. (사진=삼일회계법인)


인수합병(M&A)은 기업의 성장과 혁신을 촉진하고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중요 수단이다. 기업들이 자본을 유동화하고 투자를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되며, 새로운 기업의 등장과 기존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그래서 M&A는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린다.

이러한 M&A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고금리 환경이 조성되면서 경영참여형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들이 치러야 할 인수금융 조달금리는 7~9% 수준까지 치솟았고, 이들에게 자금을 건네야 할 공제회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LP)들도 이전보다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전략적투자자(SI)들 역시 무언가를 인수하는 것에 선뜻 나서지 않는 분위기다.

부정적인 변화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급격히 부각된 인공지능(AI),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생명과학 등에 따라 M&A 시장에도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미래산업의 발전으로 경기가 회복된 이후 일종의 특수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박대준 삼일회계법인 딜 부문 대표는 “M&A를 바라보는 기업의 시각도 변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단순히 기업의 성장과 사세 확장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급변하는 대외적 환경 속에서 기업의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도구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대표는 지난 1992년 삼일회계법인에 입사한 이후 32년간 근무한 정통 ‘삼일맨’이다. 1967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PwC 미국 시카고 오피스에서 근무했다. 이후 인수합병(M&A) 자문과 가치평가 전문가로 딜 부문 본부장과 PE 서비스 리더를 역임하다 2022년 대표로 올라섰다.


보릿고개 지나는 M&A 시장…올해는 “점진적 회복”

 

박 대표가 평가하는 지난해 M&A 시장은 여느 IB업계 관계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웠던 시기’다. 장본인은 ‘기준금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비롯한 선진국가들의 고금리 기조와 함께 우리나라 한국은행 또한 기준금리를 지난해 1월 3.5%로 올렸고, 이후 9차례 연속 동결 결정을 내렸다.

서울 용산구에서 <블로터> 및 <넘버스>와 만난 박 대표는 “작년은 딜 규모면으로 보나 건수로 보나 확연히 위축됐던 해였다”며 “금리가 높다 보니 원매자들이 자금 모집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 영향으로 인해 어렵게 추진됐던 딜 클로징이 안되고 깨지길 반복했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갭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특히 구매자와 판매자 간 밸류에이션 갭이 컸다”며 “파는 이는 기존 가격을 고수하고, 사는 이는 가격을 내리려고 하다 보니 6개월 안에 끝날 법한 딜이 수개월씩 지연되는 경우가 허다했다”고 말했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M&A 시장 내 거래 건수는 5만4656건으로 전년 대비 6% 줄었으며, 금액으로는 25% 감소한 2조5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27% 줄어든 금액이다. 거래 금액 50억 달러 이상의 메가딜은 2021년 150건에 달했던 반면, 지난해는 60건으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박 대표는 올해 M&A 시장은 다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현 대외적 환경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적응력과 구조조정 성격의 매물 출회를 동력으로 꼽았다. 이로 인해 지난 2년간 크게 위축된 M&A 활동이 비교적 활발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박 대표는 “올해 금리가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시장에서는 적어도 지금보다는 여건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최소한 상승하지만 않아도 시장에서는 그에 맞는 M&A가 꽤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금리 시기가 길게 이어진 만큼, 이에 적응한 경제 주체들의 투자 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는 의미다.

또한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와 사업 조정 차원에서 자회사 등 매각 고민을 하는 것 같다”며 “어떤 식으로든 매물이 많아진다는 건 분명히 M&A 활성화에 기여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삼일회계법인은 2년 동안 지속됐던 시장 침체로 인해 매각 자산이 누적되면서 딜메이킹(deal making)이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현재 사모자본은 4조 달러에 달하는 미집행출자 약정금을 보유하고 있고 사모운용자산(AUM)은 12조 달러를 기록했다. 사모펀드의 평균 투자 기간이 4~5년임을 감안할 때 엑시트(투자금 회수) 매물이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이와 맞물려 PE들의 활동도 지난해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박 대표는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자회사나 사업부 매각을 진행할 경우 PE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대형 PE 위주로 먼저 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PE가 됐든 기업이 됐든 가격이 맞아야 하고 수익이나 성장에 도움이 돼야 M&A를 추진하는 건데, 구조조정 매물은 어느정도 가격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시장의 점진적 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소형 PE들은 올해도 낙관하기 어렵다는 게 박 대표의 지적이다. 그는 “3년 전만 해도 자금을 대주는 곳이 워낙 많아서 PE들의 펀딩이 잘 되는 편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은 LP들의 여력이 좋지 않아졌고, 그때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늘었기 때문에 안정성이 어느정도 보장되는 곳에 자금을 집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혁신 위한 M&A 준비해야”

 

박 대표가 꼽는 성공적인 M&A를 위한 요건 중 하나는 다름 아닌 기업문화다. 그는 기업이 오너 위주가 아닌 이사회 중심의 경영 구조를 확립해야 M&A 실패를 최소화시킬 것이라고 진단한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 M&A 시장이 그렇게 나쁜 상황은 아니라고 전제하며 “M&A에도 성공한 케이스와 실패한 케이스 두 가지가 있는데, 성공적인 M&A를 위해선 오너 위주의 의사결정보다는 이사회 중심의 경영 체제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러한 기업문화가 개선돼야 M&A 실패 사례를 줄이고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급변하는 시대에 맞춰 M&A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관념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수익성 증대, 사세 확장에 머물러 있는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 혁신을 위한 M&A를 준비해야 된다는 게 박 대표의 주장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는 M&A가 수익성을 보완하기 위한 볼트온(bolt-on) 전략에 지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기업의 혁신을 위한 방법론으로서 M&A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며 “M&A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이를 바탕으로 혁신을 이뤄 변화에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달 13일 열리는 ‘2024 넘버스 M&A 포럼’에서 올해 M&A 시장 전망과 핵심 트렌드를 발표한다. 포럼은 오후 3시 40분부터 6시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서울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포럼 참가 신청은 <블로터> 홈페이지에 안내된 포럼 배너 또는 홈페이지 카테고리 '컨퍼런스'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