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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주한 한양대 교수 “조직 문화, 매각가만큼 중요…M&A 실패 90% ‘인적갈등’”

Numbers_ 2024. 3. 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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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주한 한양대 교수 “조직 문화, 매각가만큼 중요…M&A 실패 90% ‘인적갈등’”

“누구와 결혼하는 지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 어떻게 잘 사느냐도 정말 중요하다”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수합병(M&A) 이후 진행되는 기업간 통합 과정인 PMI(Post Merger Integr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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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가 2024년 3월 13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조아라 기자)


“누구와 결혼하는 지 중요하다. 하지만 결혼 이후에 어떻게 잘 사느냐도 정말 중요하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인수합병(M&A) 이후 진행되는 기업간 통합 과정인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이렇게 설명했다. 재산이나 직업, 소득과 같이 조건만으로 성사되는 결혼이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듯이 매각가를 우선 순위로 두고 추진하는 M&A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류 교수는 강조했다. 

우선 두 기업 모두 건강한 조직 문화를 갖춰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의 차이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M&A를 결정했다면 다름을 받아들이고 접점을 찾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결합 목표와 방향성을 설정하고 단일 소통창구를 통해 정보를 균일하게 공유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을 설득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사와 개인의 목표를 일치시켜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를 가진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정성 평가 내용을 소홀히하고 검증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류 교수는 지적했다. 또 M&A를 통한 ‘규모의 경제’에 치중한 나머지 결합 후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류 교수는 “아무리 가격이 낮고 시너지가 기대되는 기업이더라도 사내 조직이 건강하지 못하면 M&A 이후 성장하기 어렵다”라며 “다름을 받아들이고 융화하는 분위기인지, 협력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지, 협력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 체계를 갖추고 있는 지 살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 인적 통합 논의, 걸음마 단계"


M&A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지식을 이전하고 자원을 공유하며 역량을 강화하는 업무 통합과 임직원들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인적 통합이 대표적이다. 업무 통합은 물리적 결합에 가깝다는 점에서 하드웨어 통합, 인적 통합은 화학적 결합에 가깝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통합이라고도 한다. 

류 교수에 따르면 국내 M&A 시장은 업무 통합 부문에서 글로벌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로펌, 회계법인, 자문사 등 관련 기업들은 인수 기업의 적정가를 도출하고 사업 시너지 효과를 관측하는 일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류 교수는 “가격을 측정하는 방식에 대한 시장의 기준이 보다 명확해졌고 판단 자료와 근거도 충분한 편”이라며 “국내의 M&A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하드웨어 통합 전문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인적 통합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기업 M&A가 결합 전 실사에 치중돼 있는 게 현실이다. 통합 이후 어떻게 관리·운영해야 하는 지 논의하는 소프트웨어 통합 전문가는 부족한 실정”이라며 "국내에도 여러 PMI 컨설팅 회사가 존재한다. 이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돼야 한다"고 필요성을 밝혔다. 

그는 또 “M&A는 구성원에 관한 문제로 실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인적 자원에 대한 관리의 성공이 M&A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결국 사람 관리가 M&A 성공의 핵심 요인”이라고 역설했다.


PMI 걸림돌, 모호한 목적·경직된 조직 문화


국내 M&A는 어쩌다 ‘반쪽 통합’의 주를 이루게 됐을까? 류 교수는 M&A의 목적이 규모의 경제에 치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M&A의 목적이 다소 모호하다는 의미다. 이는 하드웨어 통합을 중시하고 인적 통합을 소홀히하는 결과를 낳았다. 

류 교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시도를 예로 들었다. 류 교수는 “거대 항공사의 통합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결합하면 규모의 경제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들 M&A가 성공 가능성이 낮은 이유는 인적 통합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며 “회사 간 직급 체계, 성과 보상과 승진 시스템, 항공 스케줄, 연봉, 순환근무 체계, IT 시스템 등 모든 면에서 이들 기업은 완전히 별개의 회사다. 양사가 PMI에 성공하려면 이 같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지 정확히 파악하고 해결책을 찾는 게 관건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M&A가 인적 통합을 이루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로 국내 기업의 폐쇄적인 조직 문화가 꼽힌다. 업무 성과보다 의사 결정권자와의 친밀감이 중시되면 기업 내 주요 정보가 특정 인물이나 일부 조직에만 제공될 수 있다. 이해관계에 따라 정보가 왜곡·전파되고 이는 구성원 간 갈등을 키울수 있다. 결국 조직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겪으며 기업의 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 

류 교수는 “학연과 지연, 순혈주의는 PMI의 최대 걸림돌이다. 국내 기업들이 이 같은 악습을 없애고 문화적 융합을 이뤄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폐쇄적인 조직은 M&A 후에도 폐쇄적인 문화를 유지한다. 유연한 조직은 외부 환경이 변하면 어떻게 대응할 지 학습하고 결과를 공유한다. 학습에 숙달된 조직이 PMI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조언했다. 


리더의 가치관과 중재자 자질, PMI 성공 요인


PMI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류 교수는 리더의 가치관과 자질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리더가 어떠한 목표를 가지고 어떠한 전략을 짜는지가 중요하다”며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목표 의식이 있는지, 이를 구성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나아가 공감을 얻어내는지, 이를 바탕으로 로드맵을 짜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PMI의 성공 열쇠”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아가 류 교수는 인수 기업과 피인수 기업의 이해관계를 조율해 로드맵을 추진할 수 있는 중재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류 교수는 “당사자끼리 합의하더라도 조율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는 중재자의 자질이 PMI의 성패를 결정한다”며 “이와 함께 중재자는 단일 소통 채널이 돼야 한다. 양사가 합의한 내용은 중재자를 통해 공식적으로 공유돼야 한다. 이 부분이 간과될 수 있어 특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류 교수는 국내 시장이 안정단계에 진입한 글로벌 M&A 시장의 초창기 모습과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시장이 확대되는 초기 단계에서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라는 얘기다. 

류 교수는 “국내 M&A 시장은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다.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다양성이 다소 부족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체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매물을 검토하고 M&A 의사를 타진하는 경우가 많은 점도 해외와 다르다. 해외는 매물 정보를 서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이는 신중하게 매물을 고를 수 있다는 장점이 되지만 M&A 의사결정을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M&A에 대한 대중의 인식 개선도 과제다. 류 교수는 "2010년까지 M&A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M&A를 기업이 다른 기업을 점령하는 수단으로 보는 인식이 강했다. 이 때문에 결합 과정에서 인적 갈등이 심했다. 이는 M&A 시장이 고도로 성장한 미국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이 늘고 있다. 해외 기업의 국내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류 교수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M&A 시장에서 협상력을 가지려면 기업 조직 문화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류 교수는 "어려운 환경 가운데에도 PMI에 성공해 실적과 주가를 올린 국내 기업이 적지 않다"며 "이들 성공 사례를 학습하고 우리와 다른 국가, 다른 환경, 다른 조직에서 일한 사람들과 어떻게 협력해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연구해야 한다. 다양성을 갖춘 조직이 M&A 성과도 높다"고 덧붙였다.  

류 교수는 이달 13일 열리는 ‘2024 넘버스 M&A 포럼’에서 국내외 PMI 성공 사례를 발표한다. 이와 함께 성공적인 PMI 전략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는 오후 3시 40분부터 6시까지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호텔서울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개최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저녁 식사가 제공된다. 포럼 참가 신청은 <블로터> 홈페이지에 안내된 포럼 배너 또는 홈페이지 카테고리 '컨퍼런스'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