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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아시아나 인수합병, 누구를 위한 것인가

Numbers_ 2024. 3. 5.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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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아시아나 인수합병,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항공산업 개별 민간회사 이익과 국가적 이해 조화돼야KDB산업은행 역할 재조정과 구조조정 전문성 높여야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가 거의 막바지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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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산업 개별 민간회사 이익과 국가적 이해 조화돼야
KDB산업은행 역할 재조정과 구조조정 전문성 높여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기 위한 절차가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 같다. 승인 심사조건과 절차가 엄격하기로 소문난 유럽연합(EU)이 2024년 2월 13일 조건부 승인을 함으로써 기업결합 필수심사 대상국 14개중에서 미국 1곳만 승인을 남겨두게 됐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합병은 2020년 11월 16일 KDB산업은행이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에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제안과 함께 8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며 시작됐다. HDC현대산업개발과 미래에셋대우증권 컨소시엄이 2020년 9월 인수를 포기한 직후였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제3자 배정으로 1조5000억원과 영구채 3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63.9%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양사 인수합병 발표 당시 KDB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국적 항공사 통합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는 것이 최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칼 조원태 회장도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지속적 성장과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부담 경감을 위해 인수’를 결정했다고 화답했다.

 

2023년 9월말 매출액이 대한항공 16조1000억원 아시아나항공 7조6000억원으로 양사 단순 합산시 2022년 글로벌 순위 8위인 터키항공의 매출 22조원을 앞서는 7위권이다.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대한민국은 적어도 10위권 안에 드는 국적항공사를 보유한 국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기업결합에 대한 이해 당사국들의 승인심사 절차를 통과하는 동안 경쟁제한 우려 해소 등을 이유로 알짜노선과 돈 되는 사업을 포기하는 조건을 수용해야 했다. 

 

영국은 히드로공항 17개 슬롯(Slot, 항공기 이착륙이나 이동을 위해 할당된 시간) 중에서 아시아나항공의 7개를 버진애틀랜틱에 매각하고 중국 역시 9개노선의 타사 이전을 조건으로 승인했다. EU는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문 매각과 유럽 주요 4개 도시의 중복 노선을 반납하는 것을 전제로 한 조건부 승인이다. 이에 장거리 운항경험이 없는 티웨이항공(T-way)이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문은 코로나 시기인 2021~2022년에 매년 3조원 이상 매출을 보였으며 코로나 엔데믹 기간인 2023년 6월말의 누적 매출도 7800억원을 기록, 상당히 괜찮은 사업영역이다. 이처럼 우량 황금 노선의 운수권을 포기하고 돈 되는 화물사업을 팔아 넘기면서까지 인수합병 거래를 하는 이유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좋은 슬롯을 반납하고 돈을 잘 벌고 있는 사업부문을 팔면서까지 굳이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이 인수하려는 이유를 궁금해 하는 것이다. 조원태 회장이 말한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를 위한 것만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가 양사 인수합병을 승인하면서 경쟁 제한이 되지 않도록 조건부 승인을 했지만 사업독점으로 항공서비스 소비자들의 편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항공산업은 단순히 민간기업의 돈벌이 사업영역으로 끝나지 않는다. 비상상황에서는 공동체의 전체 이익을 지키기 위해 활용되는 국가 존립에 필수적인 기간산업이다. 해운 물류사업과 함께 항공산업도 개별기업의 입장만이 아니라 국가 정책 차원에서 장기적 시각으로 다뤄져야 한다. 

 

KDB산업은행은 한진칼의 신주발행에 제3자배정으로 8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분쟁에 휘말린 조원태 회장을 지원했다. 한진칼은 증자한 자금으로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유지하고 대한항공은 증자한 돈으로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여 자회사로 편입하는 순환투자가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는 크게 밑 질게 없는 거래다. 2023년 9월 기준 1820%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이 부담이지만 자산 매각과 채권단 지원을 통해 해결하고 장기적으로 돈을 벌어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엇보다 조원태 회장은 우호주주 지분 확보를 통해 취약한 경영권을 안정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을 편입한 대한항공은 기존시장 점유율의 75% 정도만 유지해도 현재 대한항공 시장점유율보다 높은 수준이 된다. 물론 양사 합병 이전보다 국가 전체 시장지배력은 그만큼 약화될 것이다. 2023년 9월말 현재 한국시장에서 국제 여객시장 점유율이 대한항공 16.6%, 아시아나항공 11.6%이고 국제 화물시장 점유율은 대한항공 24.0%, 아시아나항공 17.3%이다. 해외항공사 시장점유율은 국제 여객 32.7%, 국제 화물 51.9%로 지금도 양사 합산한 비율보다 높다.

 

2024년 3월 현재 한진칼 지분 10.58%를 보유하고 있는 KDB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빨리 털어내고 그동안 투입한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최대 목표일 것이다. 매각이 장기화되고 진행이 더딜수록 신규투자가 어렵고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곤란해져 회사가치는 떨어진다. KDB산업은행은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아시아나항공을 떠넘겨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2017년 해운 물류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사라진 한진해운의 처리과정에서 정부대응이 남긴 아쉬움이 이번에도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당시 구조조정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더 높은 해운사는 죽이고 그보다 못한 회사를 남겼다는 비판이 많았다. 화주들과 두터운 신용관계, 선하적 물류터미널 확보, 대리점 네트워크 구축 등 컨테이너 전용선 사업 경쟁력이 있는 한진해운은 해체하고 그보다 못한 현대상선(현 HMM)을 유지시킨 결정을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KDB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 3조6000억원 뿐만 아니라 최근 매각에 실패한 HMM 3조7800억원 KDB생명보험 1조원 등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된 회사들의 새주인을 찾아주고 투자금을 조기 회수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공적자금 회수율이 저조하다는 비판이 강해질수록 거시적인 정책과제 해결에 국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커진다. KDB산업은행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 짜야 한다는 주장이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다.

 

부실기업을 잘 관리해 적당한 가격으로 민간에 넘겨서 시장과 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KDB산업은행이 맡고 있는 중요한 역할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관리중인 기업을 정상화하고 매각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이어 실패하면 KDB산업은행의 전문성을 의심받게 된다.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자금을 투입해 국가적으로 살려야 할 기업과 시장의 논리에 맡겨 산업을 재조정하고 퇴출시킬 기업을 잘 구분해 장기적으로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면 공동체 이익과 가치가 증대된다는 생각은 구멍이 난지 오래됐다.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 보다는 자기부담을 가급적 빨리 털어내려고 하고 파이를 키우는 것보다 경영권 방어가 더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다면 거시적으로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혼자 짊어지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 같다.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도 될까?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