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양손잡이 경영' 확장인가, 계열분리 구상일까

Numbers_ 2024. 3. 21.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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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잡이 경영' 확장인가, 계열분리 구상일까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여러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구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자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상장에 보수적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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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은 LS그룹 회장(사진=LS그룹 제공)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여러 계열사의 기업공개(IPO) 구상을 공식적으로 언급하자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간 상장에 보수적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이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구 회장이 취임하며 꺼낸 ‘양손잡이 경영’ 일환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인공지능(AI)과 2차전지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룹의 계열분리까지 포함한 향후 승계 구상이 수면위로 부상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계열사 IPO 예고, ‘공격적 경영’ 기반 마련


구 회장은 6일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4'에서 연내 LS이링크의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LS MnM 등 1~2개 계열사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LS그룹이 중장기적으로 최대 4개 계열사의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구 회장의 이 같은 공언은 대내외적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오랜 기간 IPO 시장에서의 보수적 행보를 벗어나겠다는 신호탄으로 해석한 것이다. LS그룹은 전체 계열사만 지난해말 기준 131개에 달하는 대기업 그룹사임에도 상장사는 9개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새롭게 상장한 계열사는 2016년 LS에코에너지와 지난해 LS머트리얼즈가 전부다. 전선계통의 전통 사업을 영위하면서 깔린 보수적 경영 기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앞서 구 회장은 총수 취임과 함께 양손잡이 경영을 제시했는데 이번 IPO도 이 같은 전략의 후속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손잡이 경영은 기존 주력인 전기와 전력, 소재 등 캐시카우 사업의 성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2차전지와 AI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 등 신규 먹거리를 육성하는 전략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전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IPO는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LS그룹도 신사업 확장을 위한 투자금을 마련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LS그룹의 주요 투자처로는 최근 확장을 꾀하는 2차전지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구 회장이 첫 IPO 타자로 꼽은 LS이링크는 2022년 4월 지주사 ㈜LS와 E1이 각각 60억원씩 출자해 설립한 전기차 충전업체다.

지난해 상장한 LS머트리얼즈의 주력 사업인 알루미늄 소재·부품은 전기차와 가전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전기차 알루미늄 부품업체인 오스트리아 하이(HAI)와 합작법인 ‘하이엠케이(HAIMK)’를 설립했다. 아울러 LS이링크와 함께 IPO 추진을 공식화한 LS MnM은 동제련 중심 비철금속 기업이지만 최근 전구체 핵심소재 황산니켈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11월에는 6700억원 규모의 울산 2차전지 소재 공장 건설 투자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분 구조 변화 불가피, 공동경영 체제 결속력 유지 관건

 

다른 한편에서는 구 회장의 계열사 IPO 추진 발언을 놓고 그룹 재편의 신호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LS그룹은 ㈜LS와 E1, 예스코홀딩스 3그룹으로 나뉘어져 운영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LS가 그룹의 대표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계열사는 제한적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들 각각의 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됐다.

구 회장을 마지막으로 오너 2세 경영이 막을 내리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오너 3세로 넘어가는 시점에 사촌간 공동경영 원칙을 이어갈 동력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세대를 넘어가면서 승계 후보도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촌형제간 꾸준한 결속력을 유지하는 일이 관건으로 자리 잡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구 회장의 IPO 발언이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구 회장이 총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IPO를 공동경영에 참여하는 사촌들과 논의 없이 결정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IPO는 증자를 통해 추진하는 만큼 각 계열사 보유 지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LS그룹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IPO는 2차전지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해 필요한 절차라는 설명이다. 구 회장의 임기가 2030년까지 아직 6년이나 남아있는 만큼, LS그룹은 지속적 성장에 집중할 전망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