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지배력 확대하는 김창수 F&F 회장 개인회사 에프앤코, 승계 지렛대 되나

Numbers 2024. 3. 25.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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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력 확대하는 김창수 F&F 회장 개인회사 에프앤코, 승계 지렛대 되나

F&F그룹 지주사 F&F홀딩스가 최근 F&F 주식을 잇따라 사들이며 지배력을 넓히는 가운데 김창수 F&F홀딩스 회장의 개인회사이자 비상장사인 에프앤코 또한 F&F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행보가 반복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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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수(사진) F&F홀딩스 회장은 지난해 4월과 7월에 이어 지난 4일 자신의 F&F홀딩스 지분 일부를 시간외매매 방식을 통해 비상장 개인회사 에프앤코에 넘겼다. (사진=F&F)

 

F&F그룹 지주사 F&F홀딩스가 최근 F&F 주식을 잇따라 사들이며 지배력을 넓히는 가운데 김창수 F&F홀딩스 회장의 개인회사이자 비상장사인 에프앤코 또한 F&F홀딩스 지분을 매입하는 행보가 반복되고 있다. 이에 향후 경영권 승계를 위해 비상장사를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두는 옥상옥 구조를 갖추고, 승계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F&F홀딩스는 이번 달 총 7회에 걸쳐 F&F의 주식 17만2000주를 장내매수 했다. 평균 취득 단가는 6만8112원으로, 총 117억원가량을 투입했다. 이로써 F&F홀딩스의 지분은 종전 31.81%에서 32.26%로 늘었다.  

F&F홀딩스는 지난해부터 사업회사 F&F의 지분을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한 달 동안 13차례에 걸쳐 총 43만1780주를 취득했으며 지난달에도 4회에 걸쳐 5만4000주를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투입한 금액은 총 496억원 규모다. 

F&F홀딩스는 현재 ‘김 회장 및 특수관계자(91.71%, 에프앤코 포함) →F&F홀딩스(32.26%) → F&F’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김 회장 및 특수관계자가 들고 있는 F&F홀딩스 지분 91.71% 중 김 회장이 62.84%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이어 아내 홍수정씨(7.57%)와 장남 김승범 F&F 디지털 본부 총괄 상무(6.70%), 차남 김태영 수프라 마케팅팀 팀장(6.13%) 등이 주요 주주이며 오너일가 외 에프앤코가 유일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에프앤코가 향후 F&F그룹의 승계 지렛대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도 바로 이 지점이다. 에프앤코는 김 회장이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비상장 화장품 회사다. 브랜드 ‘바닐라코’를 운영하고 있다. 2002년 F&F의 100% 자회사로 출범했지만, 2009년 김 회장이 회사의 모든 지분을 24억원에 매수하면서 개인회사가 됐다. 


비상장사 에프앤코의 지분 확대

 

에프앤코가 F&F홀딩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향후 비상장사가 그룹 지주사 위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옥상옥 구조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시장에선 F&F홀딩스가 F&F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보와 동시에 에프앤코의 지주사 지분이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에프앤코가 F&F홀딩스를 지배하는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를 점치는 것이다. 향후 김 회장이 ‘에프앤코 → F&F홀딩스 → F&F’로 이어지는 큰 줄기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지분 증여 등 승계 작업에 돌입할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에프앤코는 김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88.96%에 달한다. 

지난 4일 김 회장은 자신의 F&F홀딩스 지분 1.58%를 시간외매매(블록딜) 형태로 에프앤코에 매각했다. 이는 지난해 4월과 7월에 이어 세번째 블록딜이다. 이로써 김 회장의 F&F홀딩스 지분은 지난해 말 64.42%에서 62.84%로 감소했지만 에프앤코의 지분은 3.26%에서 4.84%로 증가했다.  

옥상옥 구조는 지주사 위의 비상장사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에프앤코가 승계 재원 마련에 유리한 비상장사인 데다 이미 같은 패션업계 중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을 위탁 생산하는 영원무역그룹이 지난해 비상장 지주사 YMSA를 활용해 지분 승계를 마무리했다는 점은 이러한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휠라홀딩스 역시 비상장사인 피에몬테가 지주사 지분 35.48%를 확보하며 그룹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옥상옥 구조가 투자자들의 불신을 야기하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은 걸림돌이다. 승계 과정에서 지주사 및 계열사와 불투명한 거래가 동반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F&F홀딩스 및 F&F의 주가를 낮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공교롭게도 F&F의 주가는 김 회장의 블록딜이 시작된 지난해 4월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지난해 4월18일 종가기준 14만9400원에 달했던 주가는 이후 내리막을 거듭해 지난 22일 종가 기준 7만1200원에 그쳤다. 1년 새 50%가 빠진 셈이다.

한 관계자는 "향후 블록딜을 통한 김 회장의 지분 넘기기가 반복되고, 옥상옥 구조가 구체화한다면 F&F를 향한 시장의 우려는 증폭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