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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이사회가 이정석 재무담당임원(전무·CFO)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의결했다. 이정석 CFO는 2020년부터 제주항공 재무담당 수장을 맡고 있다. 당시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사들이 휘청이던 시기 제주항공의 재무안정화를 목표로 모기업인 애경그룹에서 파견됐다.
그는 악전고투하며 '빚과의 싸움'을 벌인 결과 재무통 면모를 톡톡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연내 예정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하늘길 전쟁'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역시 재무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특명을 부여받은 상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달 28일 제주시 노연로 100에서 열리는 제19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 CFO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표결에 부친다. 업계 안팎에서는 연임이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애경에서 경영기획본부장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어려운 현실 극복을 위해 제주항공으로 이동했던 것"이라며 "중국도 열리고 하늘길이 넓어지는 가운데 합병 이슈도 있고 올해 한단계 더 올라서는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드·한일 갈등·코로나 위기 '자본잠식'…무상감자·유상증자로 탈출
제주항공은 2005년 제주도와 애경그룹이 저렴한 항공요금, 제주도민 이동권 보장, 관광 접근성 개선 등을 목표로 합작해 설립됐다. 제주항공의 초기 자본은 애경그룹에서 150억원(75%), 제주도에서 50억원(25%)이 투자됐으며 2011년 첫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4년 뒤인 2015년 LCC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성사시키며 상장사가 됐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2017년 중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여파, 2019년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로 촉발된 한일 경제 갈등에 이어 코로나19 발발까지 잇따르는 악재를 마주했다. 2020년 이 CFO가 마주했던 현실은 '부분자본잠식'이다. 2019년 말 3251억원이었던 자본총계는 2020년 2분기 1231억원으로 감소했다. 6개월만에 약 2000억원이 줄어든 셈이다. 당시 자본금은 1317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은 6.54%다.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으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당시 제주항공은 무상감자와 210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에서 벗어났다.
제주항공 재무담당 3년만에 전무 승진…올해 역량 발휘 이어지나
이 CFO는 2023년 전무로 승진했다. 코로나 위기 약 3년을 적자로 버틴 기업 인사 중에는 이례적이란 평가다. 보직도 제주항공 재무기획본부장에서 경영기획본부총괄로 변경됐다. 그의 역량 발휘 무대가 넓어진 셈이다. 올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합병 후 발생될 슬롯 경쟁과 화물사업 인수전의 자금 융통도 그가 진두지휘하게 될 전망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전은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인수 희망업체는 제주항공을 비롯한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까지 총 4곳이다. 이들은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 예상가는 최대 7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현금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3142억8917만7536에 불과하다. 따라서 애경그룹의 지원이나 사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이 요구된다.
실탄 마련과 더불어 재무안정성 확보도 과제다. 올해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537%다. 전년(472%)과 비교하면 65%p 상승한 수치다. 특히 유동부채비율은 지난 5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동부채는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빚이다. 제주항공의 유동부채비율은 2018년 105.43%, 2019년 171.24%, 2020년 211.64%, 2021년 265.24%, 2022년 278.72%, 지난해 360.3%로 집계됐다.
한편 김이배 제주항공 사장도 이 CFO와 같은해인 2020년 제주항공 수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아시아나 출신으로 2019년 전략기획본부장 역임 후 제주항공으로 이동했다. 임기는 2026년 3월 21일까지다.
조재훈 기자 cjh@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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