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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2027년까지 R&D에 1조5000억원 이상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 밝힌 만큼, 올해도 자본적지출(CAPEX) 규모가 상당할 전망이다.
지난해 KAI의 재무그룹장으로 선임된 이창수 상무는 지속되는 투자 속에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재무관리에 나서야 한다. 특히 만기 1년 이내의 단기차입금만 4000억원 안팎에 달하는 탓에 연중 리파이낸싱에 대한 고민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
4000억 회사채 발행, 증액에 금리까지 챙겼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AI는 지난 8일 4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달 만기되는 35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서다. 회사는 당초 상환액에 맞춰 3500억원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수요예측 흥행에 성공하며 4000억원으로 증액 발행했다.
지난달 28일 실시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총 2조3500억원의 투자주문을 확보했다. 만기구조를 2년과 3년 단일물로 구성하며 7대 1 수준을 기록했다. 2년물 1000억원 모집에 7700억원의 수요가 몰렸으며, 3년물 2500억원에는 1조580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KAI는 당초 계획보다 500억원 증액을 결정했다. 상환 예정인 회사채가 3500억원 규모인 만큼, 추가 조달하는 500억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조달금리는 개별민평금리 대비 언더로 결정됐다. 앞서 희망금리밴드로 개별민평금리 대비 -0.30%p~ +0.30%p를 제시한 가운데 2년물은 -0.302%p에 결정됐다. 3년물의 경우 -0.307%p에 수요를 채웠다.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AA-등급인 KAI의 개별민평금리는 2년물 기준 4.008%, 3년물은 4.082%다.
KAI는 수요예측을 실시하기에 앞서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리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삼성증권과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유안타증권, 하나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흥국증권, 키움증권 등 10곳을 주관사로 선정하며 리스크를 분산시켜 완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내부 출신 재무전문가, CFO 역량 '시험대'
KAI의 곳간을 책임지는 CFO는 이창수 재무그룹장(상무)이다. 1965년생인 이 상무는 1982년 입사 후 42년간 KAI에 몸담은 터줏대감이다. 마산상고 졸업과 동시에 KAI의 전신인 삼성항공에 입사했으며, 이후 경리팀장, 재무회계팀장, 재무관리실장 등을 역임했다. 올해부터 재무그룹장을 역임 중이다.
KAI는 그동안 경영관리본부에서 재무 업무를 담당했지만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재무그룹을 별도로 떼어냈다. 기존 경영관리본부는 재무 외에도 인사, 노사, 사업지원 등을 폭넓게 관리하는 조직이었다. 따라서 경영관리본부장도 단순 재무전문가가 아닌 다방면의 역량을 보유한 인물을 기용했다. 재무그룹을 신설하고 내부 출신 재무전문가를 그룹장으로 선임했다는 건 그만큼 회사로서 재무관리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새롭게 자리를 이동한 이 상무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KAI는 2050년 매출 40조원을 목표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2027년까지 1조5000억원을 R&D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제품 개발 7100억원 △플랫폼 4600억원 △미래 신기술 확보 3300억원이다. 이후 2027년부터 2032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할 예정이다.
이미 KAI의 부채가 작지 않아 재무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KAI의 부채비율은 340.7%다. 총차입금이 리스부채를 포함해 6368억원에 달한다. 세부적으로는 단기차입금 4036억원, 사채 1498억원, 장기차입금 833억원 등이다. 단기차입금 비중이 작지 않은 데다 고금리 상황에서 신규 대출을 받거나 회사채를 찍어낸다면 금융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번에 발행한 회사채 또한 빚을 갚기 위해 빚을 내는 리파이낸싱 성격의 회사채인 만큼 실제 재무제표상 달라지는 점은 없다. 이달 12일로 예정돼 있던 만기를 2~3년 연장시켰다는 점 외에는 특별하게 나아진 게 없다. 또한 고금리 시기에 발행한 회사채라 상환 예정인 회사채의 금리(1.658%)보다 월등히 높다. 과거 저금리로 조달한 채무를 고금리로 차환하게 되면 전체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이 상무로선 올해 중 금리 인하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그동안 KAI의 이자비용은 수백억원 수준에 달했다. 2019년 171억원이었던 이자비용은 2020년 218억원, 2021년 234억원으로 높아졌다. 2022년에는 217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291억원을 이자비용으로만 지출했다. 이는 지난해 순이익(2214억원)의 10%를 넘는 수치다.
권혁민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정부의 예산 집행일정에 따라 운전자본 변동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대형 프로젝트 개발 및 양산 관련 시설 및 개발 투자 등으로 당분간 CAPEX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확고한 사업지위와 대외신인도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자금의 안정적인 조달이 이루어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clapnow@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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