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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갈림길 SK이노베이션, 어깨 무거워진 재무통 김진원 CFO

Numbers 2024. 4. 1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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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갈림길 SK이노베이션, 어깨 무거워진 재무통 김진원 CFO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SK이노베이션이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하며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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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그래픽=박진화 기자


SK이노베이션이 강도 높은 포트폴리오 개편을 추진하며 경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친환경 기업으로 도약하는 단계다.

김진원 재무본부장(CFO) 부사장은 과도기를 맞은 SK이노베이션의 곳간을 지키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을 덜면서 자회사 성장을 지원해야 하는 김 부사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졌다. 

 

SK 대표 재무 전문가…풍부한 현장 역량 인정

 

김 부사장은 SK그룹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재무통이다. 지주사에서 오래 근무해 SK그룹 차원의 파이낸셜 스토리에도 밝다.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1994년 SK그룹에 입사했다. SK㈜ PM1실(2014년)과 재무3실(2015년), 재무1실(2016년)을 거치며 주로 재무에 특화된 경력을 쌓아왔다. 눈여겨볼 점은 그가 재무1실 출신이라는 것이다. 재무1실은 지주사와 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을 관리한다. '투자전문회사'를 표방하는 SK㈜에서 재무1실의 입지는 남다르다. 그는 재무1실장으로서 회사채 발행 등 조달 업무를 이끌며 지주사 전반의 재무 상황을 책임져왔다. 

2018년부터 그룹 핵심인 SK텔레콤으로 옮겼다. SK텔레콤은 국내 무선통신 1위 사업체로 그룹 펀더멘털을 지탱하고 있다. 그룹 캐시카우인 SK텔레콤 핵심 요직에 중용됐다는 것은 그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실제로 SK텔레콤 CFO는 계열사 대표이사로 가는 등용문으로 통한다. 장동현 SK에코플랜트 대표이사 부회장,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윤풍영 SK㈜ C&C 대표이사 사장 등 SK텔레콤 CFO를 맡았던 인물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SK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전례를 봤을 때 김 부사장 또한 계열사 전문경영인(CEO)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2023년 12월 단행된 임원인사에서 SK이노베이션의 곳간을 책임지는 재무본부장으로 임명됐다. 통상 기업은 경영이 어려워질수록 보수적 재무 기조를 띤다. 그룹 내 대표 재무통인 김 부사장을 발탁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의 경영 위기를 차분히 타개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돈 먹는 배터리…30조 달하는 유동부채


김 부사장이 맞닥뜨린 경영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 배터리 부문 자회사 SK온은 SK이노베이션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SK온이 적자에도 대규모 설비투자를 이어가 신용 공동체인 SK이노베이션의 재무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12월 SK온이 2조8000억원의 유상증자를 할 때 2조원을 출자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말 연결 기준 총부채는 50조8000억원이다. SK이노베이션이 갚아야 할 총부채는 2020년 23조원에서 2021년 29조9000억원, 2022년 44조로 해마다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가 30조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 유동부채는 2021년 14조5000억원에서 2022년 27조5000억원, 2023년 29조4000억원으로 불과 2년 사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상환까지 1년 이상 남은 비유동부채도 2021년 15조4000억원, 2022년 16조4000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들어서는 21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SK이노베이션을 둘러싼 외부 시선은 우려스럽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로 하향조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투자부적격 등급으로 내려간 것은 2003년 이후 처음이다. 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차입 비용이 늘고 기존 채무 차환에도 어려움을 겪는 등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진다. S&P글로벌은 "SK이노베이션의 차입 부담이 예상보다 더 크고 오래 지속될 것"이라며 재무 위험도를 '상당한(significant)' 수준에서 '공격적(aggressive)' 수준으로 조정했다.

 

다양한 방안 고려 "시장 상황 면밀히 모니터링" 


문제는 여전히 SK온에 투입될 자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계획된 9조원의 설비투자 비용 중 7조5000억원을 배터리 사업에 쏟아붓는다. 김 부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재무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에 시선이 모이는 배경이다. 그는 재무 개선이 시급한 SK온의 수익성 제고 방안을 중심으로 자산 매각과 계열사 조직 개편 등 다양한 선택지를 고려할 것으로 예측된다.

SK이노베이션은 윤활유 부문 자회사 SK엔무브와 SK온을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 2월경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부회장) 주재로 열린 긴급회의에서 SK온을 포함한 SK이노베이션 계열사 개편안을 보고받았다.

두 자회사의 합병이 현실화된다면 이 과정에서 CFO인 김 부사장의 역량은 한층 막중해진다. 김 부사장은 과거 SK㈜ 재무실장 재임 시절 SK㈜와 SK C&C의 합병 과정을 경험했다. 

일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자회사들로부터 배당을 받아 SK온을 지원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SK이노베이션이 지분 100%를 보유한 SK에너지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SK에너지는 한때 1조원의 배당금을 안겨준 계열사로 현재 운전자본 조정과 호실적 등으로 역대 가장 많은 현금을 축적한 상황이다. 김 부사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안정적 재무구조 아래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