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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업단 신설에도 건재한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TF'…M&A 말잔치 끝낼까

Numbers_ 2024. 3. 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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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사업단 신설에도 건재한 삼성전자 '정현호 사업지원TF'…M&A 말잔치 끝낼까

삼성전자의 사업지원테스크포스(TF)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조직 규모와 임원 구성을 유지한다. 삼성의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는 회사가 수년째 결실을 내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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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사업지원테스크포스(TF)가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조직 규모와 임원 구성을 유지한다. 삼성의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사업지원TF는 회사가 수년째 결실을 내지 못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을 비롯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중장기 미래먹거리 발굴을 담당하는 미래사업기획단이 새롭게 마련되면서 사업지원TF와 신설 조직 간 신사업 투자 관련 업무 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사업지원TF 내에서 M&A를 주로 담당한다고 알려진 인사들도 자리를 지켰다.

대형 M&A를 향한 삼성전자의 의지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회사와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는 매물이 시장에 나올 때마다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이유다. 경영진이 공언한 의미 있는 M&A가 올해는 결실을 이룰 수 있도록 사업지원TF의 옥석가리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지원TF '빅딜' 담당 그대로

 

2023년 말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미래사업기획단 임원 구성. 붉은 테두리는 인수·합병(M&A) 관련 인사. (자료=삼성전자 2023년 사업보고서)


삼성전자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사업지원TF에서 일하는 인사는 17명이다. 1년 전과 같은 규모다. 구성 측면에서는 소폭의 변동이 생겼다. 정현호 사업지원TF장 부회장 아래 부회장 11인과 상무 5인이 자리했다. 부사장이 1명 늘었고, 상무는 1명 줄었다. 정인호 상무와 최재혁 상무가 빠지고 테스트앤시스템패키지(TSP)총괄 지원팀장으로 있던 오정석 부사장, 모바일경험(MX)사업부 지원팀에 속해있던 송방영 상무가 사업지원TF에 새롭게 합류했다.

사업지원TF 내에서 M&A를 담당하는 핵심 인물로 알려진 임병일 부사장도 자리를 지켰다. 임 부사장은 투자은행(IB) 출신의 M&A 전문가다. 삼성증권 기업금융1본부장을 거쳐 2021년 연말 삼성전자로 이동해 M&A 관련 업무를 이끄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래전략실에서 M&A를 주도했던 여형민 부사장,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영입된 구자천 상무 등도 사업지원TF 담당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전히 사업지원TF가 대형 M&A 전략을 수립하는 중심축을 담당하는 구조다.

미래사업기획단은 임원 3명의 초기 구색을 갖췄다. 전영현 미래사업기획단장 부회장을 필두로 신사업TF장을 맡던 정성택 부사장이, SAIT(옛 종합기술원) 기획지원팀장으로 일하던 이원용 상무가 함께한다. 미래사업기획단이 사업지원TF와 함께 M&A의 한 축을 이룰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초기 인력은 기술·경영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사로 채웠다. 당장의 M&A는 사업지원TF를 필두로 각 부문과 사업부에 존재하는 기획팀이 검토하고, 미래사업기획단은 더 중장기적 차원에서 신사업을 찾는 데 무게가 실렸음을 짐작할 수 있다.


M&A 성과 없이 순현금만 줄어

 

삼성전자 순현금 추이. (자료=삼성전자 실적 자료)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약 9조원을 들여 하만을 인수한 뒤 현재까지 이렇다 할 M&A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초 당시 경영지원실장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고 있던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3년 내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성과는 없었다. 이후에도 매년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M&A 의지를 피력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점점 식어가고 있다.

수조원 규모 M&A에 나서기엔 곳간 사정도 넉넉지 않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가진 순현금은 79조6900억원이다. 1년 전 104조8900억원이었던 순현금의 감소세가 가파르다. 순현금은 회사가 가진 현금 중 차입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작년 반도체 적자가 커지는 와중에 시설투자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투입된 탓이다. 80조원에 달하는 순현금은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대규모 M&A를 위해서도 충분한 자금이다. 하지만 호황과 침체를 오가면서도 막대한 시설투자를 이어가야 하는 반도체 사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난 1년간의 빠른 현금 유출은 잠재적인 위험요소다. 여기에 대형 M&A로 추가적인 현금 소요가 발생한다면 부담이 더 커진다. 삼성전자로선 메모리반도체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서 현금이 다시 쌓이는 올해 이후로 M&A 시점을 미루는 선택지가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시장 환경도 걸림돌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IT(정보기술)전시회 CES2024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M&A가 지연된 이유로 '지정학적 이슈'와 '경기 악화'를 꼽았다. 반도체를 놓고 세계 각국이 벌이는 패권 경쟁으로 설사 기업 간 거래 합의가 이뤄져도 경쟁 당국의 매각 승인을 얻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고금리로 불리한 투자 환경이 지속되는 점도 삼성전자가 M&A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외부 환경은 올해에도 큰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 전망이다.


실익 없는 매물에 인수 후보자로 거론

 

삼성전자 히트펌프 '에코히팅시스템(EHC)' (사진=삼성전자)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과 냉난방공조(HVAC) 시장에서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만이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등 전장사업 일부에 대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 존슨컨트롤즈가 매물로 내놓은 주거용 HVAC 사업부 인수전에도 삼성전자가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편입된 이후 전장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업을 꾸준히 인수해 온 만큼, 추가적인 M&A로 성장을 이어갈 여지가 있다. HVAC는 친환경 규제를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가파른 확장이 전망된다. 화석연료 대신 전기로 작동하기 때문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아직 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확보하진 못한 상황이다.

다만 이들 매물은 시장 경쟁 심화 속 경영 효율화 차원에서 매각이 고려됐다는 점에서 M&A 효과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콘티넨탈의 전장사업은 회사가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경쟁에서 뒤처지며 투자와 비용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내보낸 매물이다. 존슨컨트롤즈의 주거용 HVAC 사업 역시 회사가 집중하는 상업용 건물 부문에 비해 가치가 낮다고 평가된다.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큰돈을 들여 인수하기엔 실익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미국 존슨컨트롤즈의 주거용 HVAC 사업부 인수에 나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