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모기업에 발목 잡힌 ‘제주항공’, FI에 응답할까ㅣ아시아나 화물 M&A

Numbers_ 2024. 3. 26. 16:13

▼기사원문 바로가기

 

모기업에 발목 잡힌 ‘제주항공’, FI에 응답할까ㅣ아시아나 화물 M&A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데다 모기업 애경그룹이라는 뒷배 덕에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재무적 상황으로 인수

www.numbers.co.kr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데다 모기업 애경그룹이라는 뒷배 덕에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 유력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재무적 상황으로 인수 여력과 의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인수 주관사 선정에 늦게 착수해 진성 원매자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이 가운데 사모펀드(PEF) 운용사를 비롯한 재무적투자자(FI)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전에 참여하기 위해 제주항공에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소수지분 투자 형태로 대형 딜에 참여하고자 적극 접촉하고 있지만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이 응할지는 미지수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복수의 국내 PEF 운용사들은 제주항공에 접촉하며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을 제안했다. 시장에서는 IMM PE 등의 사모펀드 운용사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현재까지 제주항공은 컨소시엄 구성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모기업 애경그룹의 재무적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애경그룹은 백화점을 유통 계열사 AK플라자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경영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AK플라자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20년에는 2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47억원, 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영업손실은 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폭이 79억원 늘어났다. 당기순손실도 440억원으로 적자 폭이 증가했다.

제주항공 자체는 지난해 2006년 회사 창립 이래 매출, 영업이익 등 모든 항목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 있지만 모회사 AK홀딩스의 자금 소요를 벌충해야 하는 특명을 안고 있다. 최근 AK홀딩스는 코로나 이후 적자를 거듭하고 있는 AK S&D의 지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항공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지난달 제주항공 지분 9.67%를 담보로 500억원을 빌린 것을 합하면 금융사에 담보로 맡긴 제주항공 지분만 45.22%로 추정된다. 다른 계열사들까지 포함해 제주항공 지분을 담보로 조달한 자금은 약 3130억원 수준이다.

더욱이 제주항공은 교환사채(EB) 조기상환 부담을 안고 있다. 2022년 AK홀딩스는 제주항공 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1300억원 규모의 EB를 한국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의 금융사에 발행한 바 있다. 1250억 규모의 EB에 대한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가능 시기가 올해 9월 도래하는 가운데 제주항공 주가가 EB 발행 시점보다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EB의 교환가액은 주당 1만5050원으로 현재 1만원대 초반인 주가 대비 비싼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애경그룹은 조 단위로 추정되는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의 인수 금액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사실상 제주항공은 진성 원매자가 아니며 인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최근에서야 인수 주관사로 베인앤컴퍼니를 선정했다. 일찍이 빅4 회계법인과 법률 자문사를 선정한 인수 후보자들보다는 뒤늦은 출발이다. 앞서 이스타항공은 삼일PwC, 에어프레미아는 삼정KPMG, 에어인천은 EY한영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주관사단을 꾸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제주항공이) 욕심을 내 인수하게 된다면 유동성 위기 등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어 인수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중 교환사채 조기상환 부담이 있는 데다 모기업의 자금 소요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현실적으로 (제주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인수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관사에 자료 검토 요청을 하고 실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장에서는 (제주항공이) 아직까지 큰 의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업 시너지 부문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제주항공이 이번 인수전에 미온적인 이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중·단거리 중심의 항공운송사업을 영위해 온 LCC인 만큼 아시아나항공 화물기사업부 같은 장거리노선 및 대형기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며 “이에 대한 사업 전략도 미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거래가 항공업계 빅딜(큰 계약)인 만큼 제주항공 측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LCC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은 제주항공이 LCC 1위 사업자로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딜”이라며 “제주항공은 본입찰 전 단계인 만큼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사업과의 시너지 여부, 경영 지속가능성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지연 기자 nj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