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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우리금융 임종룡의 결자해지(結者解之)

Numbers_ 2024. 4. 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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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리포트] 우리금융 임종룡의 결자해지(結者解之)

금융사 위주 과점주주 지배구조 한계 드러내증권사 되사오고 후계 육성도 적극 추진해야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자사 지분 1.24%(1366억원)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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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위주 과점주주 지배구조 한계 드러내
증권사 되사오고 후계 육성도 적극 추진해야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중인 자사 지분 1.24%(1366억원)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의결을 거쳐 전량 매입했다.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1999년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정부 은행이 된 이후 25년만에 공식적으로 관치의 그물망을 벗게 됐다. 2023년 10월 예고된 이번 딜(deal)은 규모도 작고 경제적 영향도 크지 않아 주목도가 낮았다. 하지만 2002년 국내 공모를 시작으로 7차례 블록세일과 3차례 입찰 매각 등 우리금융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의 지난한 과정이 드디어 마무리되는 나름 의미심장한 거래였다. 매입 주식은 연내 전량 소각할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금융 민영화의 분수령은 2016년 임종룡 금융위원장 재임시 도입된 ‘과점주주 지배구조’ 매각 방식이다.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51.04%)을 소수 과점주주에게 분할 매각하고 과점주주들이 각자 이사회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지배구조를 구성, 운영하는 형태다. 우리은행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 부담을 털어내려는 당국 의욕이 앞서 불안정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회사와 금융산업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현재의 우리금융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만들어졌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한투증권 푸본생명 키움증권 유진PE IMM PE 등 과점주주를 대표하는 이사 5명이 포진해 있다.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젊은 여성 전문가 1명이 추가 합류하며 과점주주 추천이 아닌 이사 2명이 투입됐지만 여전히 과점주주들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다.

2016년 당시 금융위(임종룡 위원장)는 다양한 과점주주들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집단지성과 경험을 발휘할 수 있는 좋은 지배구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냈었다. 이제 우리금융의 경영성과 확인을 통해 지배구조 선진화를 표방하며 도입했던 과점주주 체제에 대한 중간점검을 할 시점이 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금융이 선택한 과점주주 지배구조는 아직 성공적인 모습은 아닌 것 같다.

2023년 우리금융 영업이익(연결기준)은 3조4990억원으로 전년대비 21%(9315억원) 급감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1% (6970억원) 감소한 2조6268억원으로 1년만에 3조원 클럽을 반납하며 기업은행(2조 6751억원)에도 역전 당했다. 은행 카드 캐피탈 종금 등 우리금융 주력 계열사 모두 당기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종금을 제외한 은행 카드 캐피탈의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모두 신용리스크 관리 실패로 대규모 대손상각이 발생해 이익이 크게 줄었다. 우리금융 대손전입액은 전년대비 107% (9580억원) 증가한 1조8551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은행 8709억원(4890억원 증가) 카드 4422억원(1601억원 증가) 캐피탈 1148억원(1005억원 증가) 종금 1604억원(1430억원 증가) 등 모든 계열사 대손비용이 크게 증가했다. 경쟁 금융사 역시 모두 30~70% 이상 대손전입액을 늘려 보수적 결산을 했지만 당기순이익 변동은 크지 않았고 KB금융 기업은행은 오히려 증가했다. 새로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임기 첫해 실적을 빅배스(big bath) 하지 않았다면 2022년 지나친 낙관적 결산으로 기저효과가 컸거나 아니면 무리한 신용리스크 부담으로 자산 포트폴리오의 질이 크게 악화됐다는 의미다. 어떤 경우이든 모두 과점주주 지배를 받는 이사회에서 모니터링하고 확인한 결과다.

우리금융지주의 손익 변동성이 큰 이유는 은행중심의 이자이익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2023년 우리금융의 은행 비중(영업이익 기준)은 92.37%로 전년대비 9.18%포인트 상승했다. 2019년 카드 종금 2021년 캐피탈 저축은행 등 우리금융이 인수한 사업들은 모두 신용리스크 부담이 큰 자산기반 비즈니스로 그룹의 ‘손익 변동성’ 완화에 별로 도움되지 않는다. 증권 보험 등 비은행 비즈니스 비중이 높은 경쟁 금융사의 손익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KB금융(2023년 영업이익 기준)은 은행 67.25% 보험 17.13% 증권 10.45% 카드 6.64%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안정돼 있다. 지주사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경영진의 강한 의지 뿐 아니라 이사회의 절대적 지원이 있어야 성공한다.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시작된 지 8년차에 접어든 지금까지 우리금융은 유의미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개선 전략을 보여주지 못했다.

과점주주 지배구조 도입 이전인 2014년 당시 NH농협금융(임종룡 회장)에 우리투자금융을 매각한 것이 지금 우리금융 입장에서는 매우 아쉬운 선택이 됐다. 이제 처지가 바뀐 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은 다시 의미 있고 좋은 증권사를 찾아 인수합병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다행스럽게도 2023년말 기준 우리금융은 자본비율(보통주 11.99% 기본자본 14.08% BIS비율 15.81%)이나 이중레버리지비율(100.27%) 등 전략적 성장을 추진할 재무적 여력은 어느 정도 비축돼 있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전략 추진 의지와 실행력 확보가 중요하며 이사회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우리금융은 과점주주들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야 실행력이 담보되는 지배구조이다.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지배구조가 경영진의 무리한 전략 추진을 견제하는 긍정적 역할을 한 경험도 있다. 2022년 전략적 우선순위 등을 이유로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인수를 무산시킨 것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를 보여준 상당히 의미 있는 활동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과점주주 모두 금융당국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한계일 수 있다. 관치 영향을 방어 못하고 오히려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다. 또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로 합류한 과점주주가 언제든지 입장이 바뀌어 지분을 매각하고 빠질 수 있어 안정적 지배구조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 실제 2016년 과점주주로 합류했던 동양생명(2021년)과 한화생명(2022년)이 보험사 신자본비율제도(K-ICS) 도입 대응을 이유로 지분을 매각했다. 최근 IMM PE(5.57%)도 지분 1.7%를 매각하는 등 과점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배구조 운영이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모습이다.

2016년 과점주주 지배구조 도입 이후 2019년 2월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시점 대비 2024년 3월 29일 시가총액(10조7679억원 )이 겨우 3% 상승했다. 지난 5년간 경영진과 이사회가 회사가치 증진을 위해 한 역할이 거의 없다고 시장과 투자자들은 냉정히 평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경쟁 금융사 시가총액은 KB금융 40% 신한금융 14% 하나금융 39% 기업은행 33% 등 모두 크게 상승했다. 시가총액 절대 규모 면에서 금융지주사 체제도 아닌 기업은행(10조7652억원)과 엎치락뒤치락 하는 상황이다.

임종룡 회장은 우리금융을 더 좋은 위대한 회사로 만들어야 할 ‘결자해지(結者解之) 운명을 타고난 것 같다. 임 회장은 우리금융 과점주주 지배구조 도입의 주역이다. 또 NH농협금융 시절 가져갔던 증권 비즈니스를 우리금융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꼭 되사와야 할 숙명을 안고 있다. 전략적 성장을 위한 M&A 추진 등 과점주주들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임 회장의 리더십 발휘가 중요하다. 무엇보다 체계적인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 운영 등 안정적 경영승계와 제도적 안착을 통해 우리금융이 진정한 민영 금융사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오랜 관치의 그늘을 벗은 우리금융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주역이 되길 기대한다.


허정수 전문위원 jshuh.j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