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故 조석래 명예회장 '유언장' 남겼나…효성그룹 상속 시나리오는

Numbers_ 2024. 4. 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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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조석래 명예회장 '유언장' 남겼나…효성그룹 상속 시나리오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언장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유언장에 7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상속 방식을 써놓았다면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차후 지배구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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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연세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사진=효성)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유언장 존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유언장에 7000억원에 달하는 지분 상속 방식을 써놓았다면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차후 지배구조가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효성이 이미 계열사 간 인적분할을 결정한 만큼 경영권 분쟁의 우려는 적다.


유언장 없다면 '법정 상속비율' 따를 듯 


조 명예회장은 ㈜효성 지분 10.14%를 비롯한 효성티앤씨(9.09%), 효성첨단소재(10.32%), 효성화학(6.16%), 효성중공업(10.55%)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7116억원 규모다. 현행 세법에 따라 피상속인의 상속개시일(사망일)을 기준으로 직전 2개월과 이후 2개월 등 총 4개월 동안 주식 종가의 평균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고인의 유언장 존재 여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두 가지 시나리오가 점쳐지고 있다. 우선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없을 경우 민법에서 규정한 상속 절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에 따라 부인인 송광자 여사 33.33%, 조현준 회장, 조현문 전 부사장,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22.22%씩 물려받는다.

고인의 지분(10.55%)을 법정상속분대로 나누면 송 여사에게 3.4%, 현준·현문·현상 삼형제에게 2.4%씩 균등 배분된다. 현재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효성 지분 각각 21.94%, 21.42%를 가진 1·2대 주주에 올라있다. 송 여사의 지분은 0.48%, 조 전 부사장의 지분은 0%다.

하지만 유언장이 없더라도 송 여사가 이 비율을 따르지 않고 조 회장에게 지분을 몰아주는 쪽으로 지분 상속의 교통정리를 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LG그룹의 경우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유언장 없이 별세했지만 법정 비율대로 상속하지 않고 장자승계 전통에 따라 상속 절차를 마쳤다. 고인이 보유한 지분 11.28%의 경우 구광모 회장에게 8.76%, 장녀 구연경 대표에게 2.01%, 차녀 구연수씨에게 0.51%가 각각 상속됐다. 배우자 김영식씨에게 상속된 지분은 없었다.


'의절한 차남' 변수…유류분 반환청구소송 불씨 남아


조 명예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재임 중이던 지난 2008년 "오너 경영을 바라보는 이상한 흐름이 있지만 주인의식에 있어서는 오너 경영을 못 따라간다"며 "주인의식이 철두철미하면 나머지는 배우면 된다"고 강조했다. 추후 아들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조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있을 경우 과거 경영권 분쟁 갈등을 겪은 차남 조 전 부사장이 상속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과거 조 전 부사장은 2014년 형인 조 회장을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발하며 경영권 다툼에 불을 지폈다. 조 전 부사장은 형이 효성 계열사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유상증자에 참여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경영 판단이 불합리하지 않다고 봤다. 법정 공방은 장기화됐고 효성그룹 압수수색과 함께 조 회장도 실형을 선고받는 등 오너 일가에 상처를 남겼다. 조 전 부사장은 조 명예회장의 유족이 아닌 조문객 신분으로 부친의 빈소를 찾기도 했다. 사실상 가족과 의절을 선언한 셈이다.

조현문 효성 전 부사장이 30일 부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사진=공동취재단)


다만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상 상속 과정에서 유류분은 유언보다 앞선다. 고인이 제3자나 기관에 유산을 기부하겠다고 유언장을 작성해도, 자녀나 배우자가 자신의 몫을 주장하면 유류분 반환청구소송을 통해 받아낼 수 있다.

그러나 조현준·현상 형제가 ㈜효성 지분 각각 21.94%, 21.42%를 보유한 만큼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룹의 축 역시 조현준·현상 형제에게 기울었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형제에게 독립 경영을 물려주기 위한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결정했다. 조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 ㈜효성은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를 맡게 된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