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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큰손' 삼성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같은듯 다른 온도

Numbers 2024. 4. 1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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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딜 '큰손' 삼성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같은듯 다른 온도

최근 블록딜(시간외매매)계 '큰손'으로 떠오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차이점은 ‘템포’다. 상속세 자금 마련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거래를 추진하지만, 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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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두 딸인 이부진(왼쪽)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상속세 자금 마련을 위해 블록딜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삼성그룹)


최근 블록딜(시간외매매)계 '큰손'으로 떠오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차이점은 ‘템포’다. 상속세 자금 마련이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거래를 추진하지만, 이부진 사장의 지분 매각이 올해 급격히 쏠려있다면, 이서현 사장은 상속 직후인 2021년부터 매년 한 차례씩 블록딜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간 상속세 납부를 위해 조달한 주식담보 대출을 두고도 두 자매 사이 다른 온도가 감지된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이번 달 만기가 도래하는 주식담보 대출만 5개로, 총 687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부진 사장이 지난 1월에 이어 곧바로 이번 달 블록딜을 추진한 배경도 이 때문으로, 상속세 자금 마련에 더해 대출금 상황까지 덮쳐 정신없는 모양새다. 반면 이서현 사장이 보유한 계약 중 이달 만기는 1건뿐이다. 대출 규모 역시 1800억원으로 비교적 여유로운 편이다. 


블록딜 시장의 큰손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524만7140주(지분 0.09%) 매각을 위한 수요 예측을 진행했다. 매각에 성공하면 이부진 사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0.89%에서 0.80%로 줄지만 44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부진 사장은 블록딜 생태계에 급격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막대한 상속세를 두고 예상된 수순이긴 했으나 상속이 이루어진 2021년 이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블록딜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부진 사장은 앞서 2022년 3월 삼성SDS 지분(150만9430주)을 매각했다.  

이후 잠잠하더니 올해 이부진 사장의 지분이 대거 매물로 나왔다. 지난 1월 이부진 사장이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한 지분은 삼성전자(0.04%), 삼성물산(0.65%), 삼성생명(1.16%), 삼성SDS(1.95%) 등이며 이를 통해 5892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이부진 사장이 삼성물산의 지분까지 정리한 것을 두고 재계 안팎에선 지배력 약화를 무릎쓰고서라도 상속세 마련이 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로 총수 일가가 삼성 계열사 전체에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고리다.  

같은날 이서현 사장 역시 삼성전자 지분 0.14%(810만3854주)를 매각해 1746억원을 현금화했다. 이부진 사장과 비교하면 단출했다. 다만 그간 블록딜을 통해 마련한 현금 규모로만 따지면 둘은 자웅을 겨룬다. 이부진 사장이 7819억원(이번달 제외), 이서현 사장이 7638억원 수준이다. 이서현 사장이 매년 블록딜을 추진해 온 덕분이다. 그는 지난 2021년 10월 삼성생명(2188억원)을 시작으로 이듬해 3월 삼성SDS(1927억원), 2023년 4월 삼성SDS(1777억원) 등을 블록딜로 처분한 바 있다.  

지난 1월 어머니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의 삼성전자 지분까지 합쳐 2조원이 넘는 규모로 진행된 메가 블록딜은 역시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의 상속세는 각각 2조6000억원, 2조4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은 지난 2021년 4월부터 6차례에 걸쳐 연부연납 방식으로 분할해서 내고 있으며 이번 달 네번 째 지급 기일이 돌아온다.  

 

상속세 내랴, 주담대 내랴 바쁜 이부진... 차곡차곡 이서현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담보 대출 현황. 둘은 모두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하는 대출을 들고 있다.(자료=전자공시시스템)


이부진 사장이 1월에 이어 곧바로 4월 블록딜을 추진한 것은 다름 아닌 대출금을 갚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하나은행과 삼성전자 지분 신탁계약을 맺을 당시 지분 매각 목적으로 ‘대출금 상환용’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부진 사장이 보유한 주식담보 대출 중 이번 달 만기가 도래하는 계약만 5건에 이른다. 총대출금 규모는 6870억원이다. 삼성물산 지분을 담보로 한국증권금융과 1500억원,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KB증권, 현대차증권 등으로부터 5370억원을 빌렸다. 여기에 각각 5월(1000억원)과 7월(700억원) 만기인 대출도 1건씩 들고 있다. 이들을 합하면 7070억원 규모다.  

상속세 납부에 더해 상속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조달한 차입금까지 갚느라 바쁜 모양새다. 지금껏 이부진 사장은 만기 때마다 상환 대신 기간 연장을 주로 택했다. 하지만 이번 블록딜의 목적에서 알 수 있듯 상환을 결정한 배경으론 금리 부담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이들 금리는 4~5%대로, 이부진 사장이 한 달에 내는 이자비용만 3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이서현 사장의 상황과 대비된다. 이서현 사장이 들고 있는 주담대 중 이달 만기가 다가오는 건 하나증권금융으로부터 빌린 180억원이 전부다. 이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지분을 담보로 맺은 640억원, 200억원 규모 주담대(7월 만기)를 갖고 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