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암묵적 관리지표'도 못 지킨 미래에셋증권…연말 유동성 관리 못했다

Numbers_ 2024. 4. 11. 09:25

▼기사원문 바로가기

 

'암묵적 관리지표'도 못 지킨 미래에셋증권…연말 유동성 관리 못했다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말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조정유동성비율을 유동성 관리 지표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

www.numbers.co.kr

 

(사진=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 1위 증권사인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말 조정유동성비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졌다. 금융감독원은 증권사의 조정유동성비율을 유동성 관리 지표 중 하나로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조정유동성비율이 낮아질 경우 유동성 관리 면에서 페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지난해 말 기준 조정유동성비율은 99%를 기록했다. 이는 자기자본 순위 10위권 이내 증권사를 포함해 가장 낮은 수치로, 국내 23개 증권사 평균치인 109.7%를 크게 하회한다. 지난 2월 기준 101% 수준으로, 업계 평균치를 넘기지 못했다.

조정유동성비율은 3개월 이내 현금화 가능한 유동자산을 3개월 이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와 증권사가 노출될 수 있는 우발채무를 합산한 후 나눠 구하는 유동성 지표다. 금감원은 현재 경영실태평가 하에서 유동성 지표의 한 요소로 조정유동성비율을 두고 있다. 이는 증권사가 매 주기마다 받는 경영실태평가의 계량적 지표로 인증되고 있다는 뜻이다. 

 

강제성 없다지만 사실상 100% 넘겨야 한다는 신평사

 

국내 신용평가사 또한 자기자본 11조원에 육박하는 미래에셋증권이 암묵적인 관리지표를 못 지킨 것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조정유동성비율은 강제적으로 지켜야 할 비율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100%를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으로 조정유동성비율이 악화될 수 있지만 증권사 자체적으로 발행어음 만기와 퇴직연금 유동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에서 모범 규준 같은 것들이 있고, 시행 수칙으로 조정유동성비율을 명시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 지표가 무조건 100%를 하회하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나 어느 정도는 업계 차원에서 회사가 지키도록 지도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이 100%를 넘기는데 신용평가를 하는 입장에서도 이런 비율들을 지키는 게 좋은 건 맞다"면서 "연말에는 연금 자산이 편입되는 경우가 많고 추가 조달이 일어나다 보니 만기가 많이 몰려 있는 점이 유동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지표 못 지켜 페널티 가능성도

 

경영실태평가란 지정된 각 항목마다 등급을 매기는 방식으로 증권사의 경영 관리 역량을 측정하는 제도다. 금융투자회사의 영업 및 업무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 따르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는 유동성 비율 현황을 매월 협회에 제출하도록 규정받고 있다. 

조정유동성비율은 100%를 지켜야 한다는 강제성은 없다. 다만 금감원이 경영실태평가에서 이 지표에 등급을 매기고 있다는 점에서 암묵적인 관리지표로 여겨진다. 또한 통상적으로 100%를 넘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를 비롯한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조정유동성비율이 100%를 하회할 경우 경영실태평가 항목에서 등급이 낮아져 페널티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조정유동성비율은 안 지켜도 되는 비율이 아니다"라며 "안 지키면 불이익이 있는 지표로, 지키지 않아도 되는 지표였다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라면 정기적으로 경영실태평가를 받게 돼있고 이때 얼마나 건전한지 여부를 따지게 되는데 증권사 조정유동성비율도 이 요소로 포함돼 있다"며 "경영실태 평가에서 1~5등급 중 기준치보다 낮은 등급을 받는다면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평사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우발채무 영향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우발채무가 1조5000억원이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상 신용공여 형태의 매입확약형 우발채무가 1조114억원에 달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유동성공여(매입약정형) 우발채무가 5046억원 수준이다. 매입확약은 시공사 부도나 사업장 매각 실패 등에 따라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보증을 서주는 신용공여 형태의 PF로 유동성공여형보다 리스크가 높다고 평가받는다.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미래에셋증권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경우 향후 신용평가사의 판단에 따라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  S&P글로벌은 등급 전망 하향 이유로 부동산 업황 악화로 인해 한국 증권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안다정 기자 yieldabc@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