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l/M&A

[아시아나항공 M&A]⑥ 대한항공, 어느 패를 택하든 이득

Numbers 2023. 11. 1. 20:50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이 장기화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외면했던 문제들이 터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악화 등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당초 딜(Deal)의 취지를 향한 의구심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지적이 커지자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도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압박하는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상대적으로 조용한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 자체로 어느정도 목적을 달성한 ‘꽃놀이패’인 만큼 급할 게 없는 상황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우호적인 산업은행과 관계를 의식한 행보로도 읽힌다. 다만 딜을 완료하지 못할 경우 산업은행과 관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점은 리스크로 인식된다.


현금 충분한 대한항공, 장기전도 부담 적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M&A 장기화로 딜 관련 주체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무산 이후 산업은행을 향해 딜 장기화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양상이다. 다급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딜이 무산된다면 추가 지원은 없다며 화물사업 매각에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산업은행과 비교해 말을 아끼며 상대적으로 조용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M&A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한데서 나오는 여유가 엿보인다. 물론 최고의 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하는 시나리오다. 당장은 각종 난관을 해결해야 하지만 딜을 성사시키면 국내에서는 경쟁이 없는 유일의 대형 국적기 항공사(FSC)로 출범할 수 있다.

딜의 장기화에도 대한항공이 실질적으로 받는 타격은 크지 않다. 이는 넉넉한 곳간 사정에서 나온다.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던 2020년과 2021년 유상증자를 추진해 각각 1조1000억원, 3조3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이 기간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으 8000억원, 송현동 부지를 팔아 5500억원을 확보하며 현금 보유고를 늘렸다. 여기에 산업은행은 2020년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3000억원을 투자했고, 이어 대한항공에 8000억원을 투입하는 등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항공산업이 코로나19 악재를 벗어나 정상화 수순을 밟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실적은 꾸준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조정했다. 앞서 나이스신용평가는 인수합병을 발표하던 2020년 당시에도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딜이 무산되더라도 타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국내 1위 사업자로서 지위는 오히려 강화할 여지가 높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 리스크를 짊어지지 않고 여객사업 정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다. M&A 과정에서 경쟁사의 장단점을 속속들이 파악한 점도 수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긍정적)에서 A-(안정적)로 상향 조정했다. 특히 딜이 불발되더라도 1위 사업자로서 시장지위가 여전하고 아시아나항공 연결편입에 따른 재무부담 상승 이슈를 해소한다는 점에서 신용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M&A를 진행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과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납 등을 내세웠는데 대한항공으로서는 손해볼 게 없는 셈이다"며 "게다가 대한항공은 이번에 딜을 진행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밑바닥까지 다 봤기 때문에 무산되더라도 더 이상 경쟁사로서 위협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꽃놀이패 위협 변수는


이번 M&A는 유럽연합(EU)이나 미국 승인 등 각종 난관을 마주하고 있는 만큼 불확실성이 높다.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하는 이사회를 앞두고 산업은행에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시 M&A가 무산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을 둘러싼 환경에도 변화를 안길 가능성이 높다.

특히 딜 자체보다 이를 통해 쌓은 산업은행과의 긴밀한 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리스크로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은 2020년 대한항공에 M&A 추진 과정에서 지주사인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06만2146주(지분율 10.58%)를 인수했다. 당시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산업은행의 참여는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한 고지를 안겼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할 명분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조원태 회장은 지배력을 행사하는 지주사 한진칼의 우군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산업은행의 이탈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M&A 장기화로 쫓기는 입장에 놓였다. 딜을 3년동안 해결하지 못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를 악화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M&A 절차에 돌입하면서 각종 결정권을 제한하면서 사업 경쟁력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총계는 인수 당시와 비교해 비슷한 수준이었던 반면 결손금 보전을 목적으로 추진한 무상감자로 자본총계가 감소했다. 이는 부채비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0년말 연결기준 부채총계는 12조762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말 13조732억원으로 2.4% 늘었다. 같은 기간 1조원을 넘기던 자본총계는 6233억원으로 42.8% 줄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171.5%에서 2097.5%으로 크게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담은 주체별로 다른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화물사업 매각을 위한 압박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반면 아시아나항공 노조는 2019년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부채가 과하게 잡히고 있다는 입장이다. 직접 보유 항공기 비중이 높은 대한항공에 비해 아시아나항공은 운용리스 항공기가 많기 때문이다. 운용리스에 투입한 자금은 당초 비용으로 처리했지만 기준 변경 이후에는 부채로 잡히면서 부채가 급격하게 늘었다는 주장이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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