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원문 바로가기
한국로슈가 4년 만에 영업이익 적자 늪에서 벗어났지만, 의약품 위험분담계약에 따른 환급액 증가가 뇌관으로 남았다. 급여 등재한 신약의 처방이 늘어나면서 작년 한 해 추가된 환급액만 2320억원에 달한다.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하며 빠른 급여, 매출 증가라는 결과물을 얻은 한국로슈가 매년 늘어나는 환급액을 두고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매년 늘어나는 환급액 최근 2년 2000억원선 넘겨
위험분담제는 신약의 효과나 보험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로 2013년 말 도입됐다. 전체 청구 금액 중 일정 비율이나 환자당 사용 한도 또는 총액을 미리 정한 후 이를 초과하면 제약사가 초과 금액을 공단에 환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점점 비싸지는 신약 가격 부담을 덜 수 있고 제약사는 빠른 급여 등재로 치료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또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도 높아질 수 있다.
위험분담제는 대개 대체의약품이나 치료법이 없는 항암제나 희귀질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다.
한국로슈가 공시한 2023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위험분담 환급 추정액은 2320억원으로 설정됐다.
회사의 대표 의약품인 캐싸일라, 퍼제타, 허셉틴, 티쎈트릭 등에 대한 환급 추정액이다. 한국로슈는 매년 위험분담 환급 추정액을 미지급비용으로 계상하고 있다.
지난해 초 기준 2144억원이었던 한국로슈의 환급 추정액은 추가설정액 1214억원이 더해지면서 3358억원을 기록했다. 한국로슈는 이중 1038억원을 건강보험에 지급하면서 기말 추정액은 2320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로슈의 환급액은 2018년 말 317억원, 2019년 말 499억원, 2020년 말 616억원으로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또 2021년 말을 기준 1785억원을 보이며 환급액 1000억원을 넘겼으며, 2022년 말 2144억원을 기록했다. 중간중간 만기가 도래한 환급금을 지급했음에도 불구, 처방이 늘면서 환급해야 할 금액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잘나가는 주요 제품에도 웃지 못한 한국로슈…후속 제품도 고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한국로슈가 위험분담계약을 맺은 주요 신약은 매년 매출아 빠르게 늘고 있다.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은 간세포암 및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에 급여가 적용된 2022년 818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2023년 937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 증가율을 보인 의약품은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로 2022년 518억원에서 2023년 758억원으로 매출이 46% 증가했다.
이밖에도 유방암 치료제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가 지난해 1113억원(2022년 102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바이오시밀러의 도전을 받는 허셉틴이 매출 감소에도 불구하고 56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로슈는 정부와 위험분담계약을 체결한 덕분에 신약을 빠르게 급여 등재해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다만 청구 금액의 일부를 환수해야 하는 제도 특성상 회사가 부담할 환수금도 크게 늘어났다.
이 같은 부담은 차기 신약의 급여 논의의 전략에 고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로슈가 위험분담 계약을 맺은 치료제는 2021년 4개 제품에서 2022년 5개(로즐리트렉 추가), 2023년 6개(에브리스디 추가)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한국로슈는 이중특이항체 치료제인 '룬수미오(성분명 모수네투주맙)'와 '컬럼비(성분명 글로피타맙)' 역시 신속한 급여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룬수미오는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소포성 림프종 치료제로 '기존 치료제가 없는 의약품'에 해당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11월 국내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ST) 1호 의약품으로 승인받았다.
4년 만에 영억이익 적자 늪 탈출…126억원 흑자전환
위험분담제 환급액 리스크에도 불구, 한국로슈는 신규 치료제 급여로 인한 매출 증가로 4년 만에 영업적자를 벗어났다. 한국로슈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로슈의 매출액은 2021년 3439억으로 하락한 뒤 2022년 4010억원, 2023년 4223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9년 -14억원, 2020년 -20억원, 2021년 -696억원으로 최고조에 달했던 영업이익 적자가 2022년 -121억원으로 감소한 뒤 2023년 126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현재까지는 환급액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신규 치료제의 급여가 매출 구조의 건전성에 도움을 준 셈이다.
여기에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독감이 유행하면서 2021년 1억원의 매출에 그쳤던 타미플루의 실적이 202년 141억원, 2023년 153억원으로 반등한 점도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
'재무분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삼성증권, 4분기 실적 악화에 신용손실충당금이 미친 영향은 (0) | 2024.04.19 |
---|---|
아이스크림으로 세계 재패한 빙그레, 창사이래 최대 영업이익 1122억 '승승장구' (0) | 2024.04.18 |
쿠팡, 현금성 자산만 4조원.. 곳간 두둑한데 와우멤버십 58% 인상 논란 (0) | 2024.04.16 |
'클라우드' 야놀자·'여행 집중' 여기어때…같은 출발 다른 방향 (0) | 2024.04.16 |
‘혁신기술’ 집중하는 BMW, 작년 국내 투자금 10배 늘었다 (0) | 2024.04.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