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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와우 멤버십 구독료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전격 인상한 쿠팡의 현금성 자산 규모가 지난해 4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약 80% 늘어난 액수로 곳간에 1조1332억원뿐이었던 2021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4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이에 와우 멤버십 구독료 인상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계 이커머스에 대항하기 위한 투자 재원을 확보하고 낮은 수익성(영업이익률)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쿠팡의 입장도 무색해졌다.
현금 대폭 늘린 쿠팡, 투자 준비 완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쿠팡의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하 현금) 규모는 201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말 기준 4조290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의 2조 3636억원보다 81.5% 늘었으며 2021년과 비교하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쿠팡의 '총알'은 다른 유통 경쟁사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컬리(1387억원)나 지마켓(4121억원) 같은 이커머스 업체는 물론 롯데쇼핑(1조5898억원), 신세계(8025억원), GS리테일(4318억원), 현대백화점(1641억원), 이마트(1703억원) 등 대형 오프라인 기업들로 범위를 넓혀도 쿠팡의 현금 보유량은 업계 수준을 크게 웃돈다.
지난달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풀필먼트센터(FC) 운영을 위한 신규 착공과 설비투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쿠팡의 현금보유량이 업계 최고 수준인 만큼 최근 발표한 투자계획의 재원을 충분히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을 늘린 쿠팡은 상환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차입금을 줄였다. 지난해 쿠팡의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 지표는 마이너스로 전환됐는데 이는 차입으로 인한 현금 유입보다 상환을 통한 현금 유출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기차입금의 경우 지난해 말 1210억원으로 전년의 1815억원 대비 600억원가량 줄었고 장기차입금 역시 2022년 말 6764억원과 비교해 지난해 말 3703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되며 재무 상황이 한층 여유로워졌다.
곳간 불어났는데, 가격 인상 '아우성'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와우 멤버십 구독료 인상의 명분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투자 재원이 부족한 것도,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도 아닌데 이번 조치는 갑작스러운 데다 인상 폭도 너무 가파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인상률은 58%(4990원->7890원) 수준이다. 현재 1400만명인 회원 수를 오른 가격에 대입하면 쿠팡의 와우 멤버십 수익은 연 8388억원에서 1조3260억원으로 늘어난다.
쿠팡의 구독료 인상은 예상된 수순이었으나 흑자전환에 성공한 직후라는 데서 향후 큰 폭의 인상을 거듭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쿠팡은 앞서 2018년 와우 멤버십을 출시한 후 2021년 12월, 기존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요금을 한 차례 올렸다. 이번 인상은 두 번째로 2년4개월 만이다.
와우 멤버십 회원인 이모씨는 "고객을 확보해놓고 가격을 대폭 올리는 게 실망스럽다"며 "이용하지도 않는 OTT나 음식 배달 서비스를 한데 묶고 와우 멤버십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세분화하는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매출 규모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요금 인상의 근거로 언급하지만 지난해 쿠팡의 연결기준 매출은 31조4221억원, 영업이익은 1조649억원으로, 이에 따른 영업이익률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GS리테일(3.4%), 롯데쇼핑(3.5%)과 비슷한 수준이며 이마트(1.2%)와 비교하면 더 높다. 다만 신세계(10.1%)나 현대백화점(7.2%)에는 못 미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지난 한 해 와우회원들에게 4조원(30억달러)가량의 비용 절약 혜택을 제공했다"며 "앞으로도 매년 그 이상의 절약 혜택을 주고 3년간 물류센터 건립에 3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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