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흔들리는 거버넌스, 구지은 부회장 경영권 향방은

Numbers 2024. 4. 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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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흔들리는 거버넌스, 구지은 부회장 경영권 향방은

국내 2위 급식업체 아워홈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인 구지은 부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구 부회장은 2021년 경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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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사진) 아워홈 부회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실패하면서 이사회에서 퇴출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아워홈)

 

국내 2위 급식업체 아워홈의 남매간 경영권 분쟁이 또다시 불거졌다. 최근 열린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인 구지은 부회장에 대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부결되면서 구 부회장은 2021년 경영권을 손에 넣은지 3년 만에 이사회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아워홈은 2022년 작고한 고 구자학 명예회장의 네 자녀가 전체 지분의 98%를 가지고 있다. 장남인 구 전 부회장이 38.56%, 장녀 미현씨가 19.28%, 차녀 명진씨가 19.6%, 막내 구 부회장이 20.6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구 부회장과 오빠 구 전 부회장이 2017년부터 경영권을 놓고 다퉜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다시 찾으려면 대표이사직 임기 만료가 되는 6월 이전까지 지분으로 '캐스팅 보트'를 쥔 큰언니 미현씨를 우군으로 포섭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구 부회장이 경영권 회복을 위해 자신에게 우호 세력이 돼줄 수 있는 사모펀드까지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지은 부회장 이사회 퇴출 위기

 

아워홈 지분 구조. (그래픽=박진화 기자)


19일 아워홈에 따르면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가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의 지분을 더하면 절반이 넘는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은 오는 6월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면 이사회에서 퇴출된다. 신규 사내이사에는 미현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가 선임됐다.

아워홈의 경영권 분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구 부회장은 경영에 참여한 적 없는 두 언니와 달리 2004년 아워홈에 입사해 경영 실적을 개선하는 성과를 냈다. 실제로 아워홈 매출은 2004년 5323억원에서 2016년 1조 4336억원으로 약 세배 커졌다. 하지만 범LG가의 '장자승계' 원칙에 의해 구 전 부회장이 경영권을 가져가자 이에 반발한 것이 남매 간 경영권 다툼의 시작이었다. 1차 남매의 난에선 미현씨가 구 전 부회장을 지지해 구 전 부회장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그해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으로 실형을 선고받자 세 자매는 의결권을 합쳐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시킨 뒤 구 부회장을 새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큰언니-막내동생, 깨진 동맹관계

 

아워홈 가계도. (그래픽 박진화 기자)


이번 경영권 분쟁은 미현씨가 구 부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이 씨앗이 됐다. 2022년 구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38.56%)과 미현씨 측 지분(20.06%, 자녀지분 포함)의 동반 매각을 추진했으나 구 부회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구 부회장 입장에선 지분의 합계가 58.66%에 달하는 구 전 부회장과 미현씨의 지분이 제 3자에게 넘어가면 자신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미현씨는 별도 자문사를 선정하고 자신의 지분을 개별 매각하려고 했으나 이 역시 구 부회장이 반대해 실현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배당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해 4월 주총을 앞두고 구 전 부회장은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총액으로 총 2966억원을 제안했다. 미현씨 역시 456억원의 배당금 지급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주총 결과 아워홈의 배당액은 구 부회장 측이 제시한 30억원 수준으로 가결됐다.


구지은 부회장, 경영권 회복 시나리오는?


아워홈은 조만간 임시주주총회를 열어야 한다. 자본금 10억원 이상의 기업은 최소 3인 이상의 사내이사를 선임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이다. 현재 아워홈의 사내이사는 미현씨와 남편 이 씨 등 두 명뿐이고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도 통과 전이다.

구 부회장이 경영권을 회복하기 위해선 임시주총이 열리기 전 미현씨가 다시 구 부회장을 지지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구 부회장이 지분 매각 의지가 강한 미현씨를 설득해 지분을 양도받는다면 구 부회장 측에 선 명진씨 지분을 포함해 59.55%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다만 미현씨가 2022년 지분 개별 매각을 추진할 때 거론된 인수 가격이 2000억원에 달하는 게 문제다. 이에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이 어렵게 얻어낸 경영권 수호를 위해 사모펀드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한편,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해 매출 1조 9834억원, 영업이익 94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8.06%, 75.6% 상승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