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상속세 부담에 주식 파는 삼성 일가, 삼성전자 지분 감소 불가피

Numbers 2024. 4. 10.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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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부담에 주식 파는 삼성 일가, 삼성전자 지분 감소 불가피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부담에 직면한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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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전경. (사진=삼성전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이후 상속세 부담에 직면한 삼성 오너 일가가 삼성전자 지분 매각에 눈을 돌리고 있다. 그간 계열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주식담보 대출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 왔지만, 아직 납부하지 못한 5조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지분 매각은 불가피하다. 현재 오너 일가와 계열사 등이 확보한 삼성전자 지분율은 20% 이하로 하락할 여지가 높다.

지난 8일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율은 총 20.19%다. 여기서 삼성생명이 변액보험 운용을 위해 특별계정으로 소유한 의결권 없는 지분 0.12%를 제외하면 20.07%가 된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상속받은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매각한 결과다. 이건희 회장이 세상을 떠나고 상속이 이뤄지기 직전인 2020년 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20.91%(삼성생명 특별계정 제외)다. 

홍 전 관장을 비롯한 삼성 세 모녀는 현재까지 총 4차례에 걸쳐 블록딜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팔았다. 지난해 3월 24일 홍 전 관장은 지분율 약 0.34%에 해당하는 1994만1860만주를 매각했다. 단가 6만8800원을 적용하면 약 1조37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월에는 세 모녀가 총 2982만3164주, 약 1%에 해당하는 지분을 팔았다. 이를 통해 세 모녀가 조달한 자금은 약 2조1700억원이다.

삼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변동 내역. (자료=전자공시시스템)


이부진 사장은 추가적인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524만7140주로 0.09%에 해당하는 지분이 대상이다. 지난 1월 세 모녀의 블록딜에서 홍 전 관장(1932만4106주)과 이서현 사장(810만3854주)에 비해 이부진 사장의 매각 규모가 240만1223주로 크게 적었던 만큼 연이은 지분 판매 가능성이 높았다. 이부진 사장이 공시를 통해 밝힌 목적은 대출금 상환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받은 주식담보 대출의 일부를 상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을 제외한 삼성 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 상속세와 주식담보 대출 이자의 부담을 줄이는 행보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상속 지분 일부를 납부 과정에서 처분하게 되면 재원 조달 부담을 줄이면서도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삼성생명 지분 등 나머지 상속재산에 대한 재원 확보까지 충분히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주주의 실질적인 의결권이 15%로 제한된다는 점도 지분 매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삼성전자의 최대 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진 지분율은 20% 규모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은 대기업 집단에 속하는 금융사나 보험사가 가진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특수관계인과 합계 총 발행주식의 15%가 넘지 않는 선에서는 임원 선임과 합병 등 주주총회 결의 사항에 대한 의결권을 보장하는 예외를 뒀다. 다시 말해 삼성전자 지분을 가진 삼성 계열 금융·보험사(삼성생명·삼성화재)는 삼성물산 등 다른 계열사, 삼성 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을 합한 지배력이 1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확보한 삼성전자 지분은 각각 8.51%, 1.49%로 합하면 10%다.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의 10.07%(삼성생명 특별계정 제외)를 더하면 20.07%다. 이 중 현행법상 허용범위 15%를 초과하는 5.07%의 지분율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제한된다.

삼성 오너일가가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더하면 4.95%다. 이론적으로는 이를 팔아도 당장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에는 큰 영향이 없는 셈이다. 최근에는 메모리반도체 시황 회복과 맞물려 삼성전자의 지분가치가 두드러지게 높아지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 세 모녀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 지분 매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진솔 기자 jinsol@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