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한화 분할 스토리] 높아진 핵심계열사 위상…삼형제 '픽' 어디?

Numbers_ 2024. 4. 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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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분할 스토리] 높아진 핵심계열사 위상…삼형제 '픽' 어디?

한화그룹이 최근 일부 사업의 판을 다시 짜는 '스몰 딜'에 나섰다.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지만 3세 경영 승계 구도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이같은 재편과 함께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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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한화그룹이 최근 일부 사업의 판을 다시 짜는 '스몰 딜'에 나섰다. 각 사업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지만 3세 경영 승계 구도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같은 재편과 함께 지주사격인 ㈜한화 아래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생명·한화호텔앤드리조트 등 주요 계열사의 위상과 역할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각 중간 계열사는 향후 그룹 승계 구상을 엿볼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인적·물적분할 단행…경영 승계 밑그림


한화그룹은 방산부문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인적분할을 단행하는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자회사 한화정밀기계와 한화비전 등 비(非) 방산사업을 떼어내 신설회사에 붙이고 방산·우주·항공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경영 환경을 마련한다.

한화그룹은 앞서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는 ㈜한화 분할 계획도 공개했다. ㈜한화 모멘텀 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비상장 자회사 한화모멘텀을 설립하고 자회사인 한화오션 및 한화솔루션에 일부 사업을 양도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를 한화오션에 넘기고 모멘텀 부문의 태양광 장비를 한화솔루션에 양도한다.

지주사격인 ㈜한화는 물적분할, 핵심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인적분할을 각각 추진하는 그림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을 두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을 중심으로 승계 시나리오를 위한 포트폴리오를 구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차후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효율화 작업인 셈이다.

 

㈜한화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자료=한화)


당초 김승연 회장은 세 아들이 맡게 될 역할을 일찌감치 구분해놨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신재생에너지·석유화학 등 그룹 내 주요 사업을 이끌고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을,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은 건설·유통 부문을 맡아 경영하는 방식이다.

삼형제가 각자 영위할 사업을 확보하고 이에 따른 계열 분리 작업이 진행 중인 양상인데 이는 효성그룹의 사례와 닮아있다. 효성은 올 7월까지 기존 지주사 효성을 인적분할해 신규 지주회사 ㈜효성신설지주를 설립하는 '2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형 조현준 회장은 ㈜효성을, 동생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신설지주를 각각 맡게 된다.

 

지주사 전화 초읽기 모드?


㈜한화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아니다. 다만 한화그룹의 주요 사업들은 ㈜한화 아래로 명료하게 정리됐다. 김승연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한화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나머지 계열사들의 지분을 직접 가지지 않더라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구조가 짜여졌다. 사실상 지주사 노릇을 하는 ㈜한화가 사업 부문별 중간계열사의 최대주주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한화그룹이 곧 본격적인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그룹 총수인 김 회장에서 김동관 부회장·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삼형제로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오너 3세는 선대와 비교해 지분 구조 관점에서 지배력이 취약하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상속세만 상속재산의 60%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지분 기반 지배력을 승계하면서 경영권을 물려받는 게 쉽지 않다. 이 때문에 지주사 전환은 지주사 지분 확보만으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어 통상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한화그룹의 미묘한 움직임도 감지됐다. ㈜한화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목적에 지주사의 특징인 '자회사의 지분 소유를 통해 자회사의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사업'을 추가했다.


김동관 이끄는 한화에어로 '방산 중간지주사' 존재감


한화그룹 사업 구조가 간결해지며 지분 구조상 중간지주사 위치에 자리한 각 계열사의 존재감도 덩달아 커졌다. 향후 한화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된다면 주요 계열사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무게감은 각별하다. 그룹 차기 총수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한 김동관 부회장의 주도하에 이미 방산 부문 중간지주사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과거 수차례 합병과 분할을 거쳐왔다. 한화그룹은 2014년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삼성의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2조원에 인수하며 사업 기반을 다졌다. 이후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중심으로 그 아래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한화정밀기계, 한화파워시스템, 한화테크윈 등 자회사가 자리하는 사업 구조를 완성했다. 지난 2022년에도 ㈜한화·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디펜스 등 3개 회사로 분산된 방산사업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통합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해 벡스코에서 열린 '2023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한화오션 부스에서 수상함을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오션)


방산은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함께 한화가 그룹 차원에서 공들이는 분야다. 이번 인적분할 역시 형제간 경영권 경쟁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한 김 부회장이 방위·우주항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면서 비주류 사업은 떼어주는 구도로 가고 있다. 훗날 지주사 전환이 본격화됐을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업 가치 상승도 기대된다.

 

차남·삼남도 핵심 계열사 키웠다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지분 정리를 마쳤다.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는 한화생명(최대주주 ㈜한화 43.24% 지분율)을 정점으로 한화손해보험(최대주주 한화생명 51.36%), 한화자산운용(한화생명 100%), 한화투자증권(한화자산운용 46.08%) 등 지분 정리가 어느 정도 끝났다. 한화생명은 그룹 금융 중간지주사로 입지를 굳힐 전망이다.

이번 사업 구조 재편으로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아우르는 사업은 한층 넓어졌다. 그간 유통·호텔(갤러리아·호텔앤드리조트) 사업만 주도했던 김 부사장이 지난해 한화로보틱스 전략총괄 자리를 맡은 데 이어 CCTV(한화비전)와 반도체 장비(한화정밀기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모양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떼어내는 두 회사의 사업 분야는 김 부사장이 담당하고 있는 로봇 사업과 연관성이 크다.

과거 김 부사장은 술집 종업원을 폭행하는 등 '갑질' 논란을 일으켜 건설 부문에서 물러났다. 공백기가 생긴 이후 김 부사장의 존재감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형제들에 비해 다소 빈약한 존재감의 김 부사장이 한화비전과 한화정밀기계까지 맡으며 삼형제 간 사업 균형도 어느 정도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김 부사장은 주력 계열사인 한화호텔앤드리조트를 중심으로 '유통·건설·기계·소재' 4가지 산업을 축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