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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아워홈 부회장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쓰고도 경영권 박탈 위기를 맞은 가운데 구 부회장이 추진해온 ‘뉴아워홈 비전’에 제동이 걸릴지 주목된다. 구 부회장은 올해를 글로벌 푸드테크 및 헬스케어 기업의 변곡점으로 삼고, ‘식품업계의 테슬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오빠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첫째 언니인 구미현 씨 연합에 의해 이사회 퇴출 기로에 놓였다. 이들이 향후 전문경영인을 선임한 뒤 경영권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구 부회장이 지난 3년 간 구축해온 사업 비전 등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지은 부회장, 역대 최대 실적 잔치에 찾아온 위기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워홈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9835억원의 매출과 94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8.0%, 75.6% 상승한 수치로 역대 최대 실적이다. 2021년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 부회장은 적자에 빠져있던 아워홈을 1년 만에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3년 만에 최대 실적까지 일구며 경영 역량을 입증했다.
하지만 구 부회장은 커리어의 정점에서 오히려 위기를 맞았다. 남매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하면서 다시 경영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아워홈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가 구 부회장을 비롯한 기존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현 씨는 자신과 남편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주주제안했고, 구 전 부회장이 이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미현 씨 일가는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오는 6월 임기가 끝나는 구 부회장은 이사회에서 퇴출당할 처지가 됐다. 상법상 사내이사 최소 세 명 이상을 둬야 하는 아워홈은 미현 씨와 그의 남편에 더해 임시주총을 열어 사내이사 한 명을 추가로 선임해야 한다. 그전까지 구 부회장은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이에 실패할 경우 미현 씨와 구 전 부회장 등 반대 세력이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다.
매각 가능성 커진 아워홈..무색해진 구지은의 오너경영
미현 씨 일가는 경영 일선에 참여한 이력이 없기 때문에 이사회 장악에 성공할 경우 직접 경영에 나서기보단 전문경영인을 선임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구 전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2016~2021년 당시 아워홈은 김길수 전 대표, 유덕상 전 대표 등 LG 순혈 전문경영인과 구 전 부회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운영됐다.
다만 미현 씨의 최종 목적은 경영권이 아닌 '지분 현금화'다. 그가 지난 2021년 구 부회장과 손잡고 구 전 부회장을 해임할 때도, 이듬해 곧바로 구 부회장에게 등을 돌리고 구 전 부회장과 연합을 형성했을 때도, 이어 이번 주총에서 다시 한번 구 부회장을 이사회에서 퇴출할 때도 미현 씨의 목적은 같았다. 그간 구 부회장과 구 전 부회장이 ‘캐스팅보트’를 쥔 미현 씨를 자신의 편에 포섭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라는 미끼를 활용해 온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미현 씨와 구 전 부회장이 당분간은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긴 뒤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주요 식품 기업 등에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것이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이제는 방해 요소도 없다. 앞서 2022년 미현 씨가 구 전 부회장과 연합 후 라데팡스파트너스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지분 매각을 추진할 때는 지난 2021년 구 부회장과 체결한 공동매각합의서로 인해 무산됐다. 하지만 이 합의서의 시효가 오는 6월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이후엔 독립적인 지분 매각이 가능해졌다.
식음료업계의 테슬라 꿈꿨지만..불투명해진 아워홈 비전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구 부회장이 그린 '뉴아워홈'비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다. 구 부회장은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아워홈을 급식, 식자재 유통 기업에서 푸드테크&헬스케어 기업으로 도약시키려는 의지를 드러내 왔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구 부회장은 "아워홈은 일반적인 식음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넘어 정보기술(IT)과 푸드테크 기술에 기반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식음업계의 테슬라’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구 부회장은 지난해 두산로보틱스, 그립 등 첨단 기술 기업과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캘리스랩, 밥트너, OHFOD 컨설팅 등 미래 식음분야를 선도하기 위한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넓혀왔지만 구 부회장이 그려온 아워홈의 미래를 더 이상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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