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유한양행 대변신] 정관 바꾸고 회장직 신설, 삼성·포스코와 비교해보니

Numbers_ 2024. 4. 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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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 대변신] 정관 바꾸고 회장직 신설, 삼성·포스코와 비교해보니

유한양행의 변화하는 행보를 분석합니다.신약 개발로의 체제 전환 외 '대변신'이라 할만한 큰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바로 15년 만에 정관 변경을 통해 부활한 유한양행의 회장직이다. 유한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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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유한양행 창업주 고 유일한 박사, 유한양행 전경. /사진 제공=유한양행

 

신약 개발로의 체제 전환 외 '대변신'이라 할만한 큰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바로 15년 만에 정관 변경을 통해 부활한 유한양행의 회장직이다. 유한양행은 글로벌화를 추진하기 위해 직제 개편을 단행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전문경영인의 회사 사유화 포석'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누구의 시각이 맞을 지는 세월이 흘러봐야 알 수 있다. 모범 지배구조란 '제도'나 '장치'에 의존하기보다 '운영'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다만 '제도'가 '운영'을 제약한다는 측면에서 유한양행이 어떤 형태의 '회장직'을 신설했는지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블로터>는 유한양행이 회장직 신설을 위해 만든 제도인 '유한양행의 정관'을 분석해봤다. 유한양행이 도입한 정관이 향후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를 어느 방향으로 끌고 갈 지 짐작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대표적인 오너 기업인 삼성전자, 그리고 대표적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포스코홀딩스와 비교했다.

 

오너 기업과 유사, 소유분산기업과 거리


유한양행은 지난달 15일 제10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장직 신설을 골자로 한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앞서 '필요에 따라' 회장 1인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 있었지만 2009년 삭제된 바 있다.

가장 큰 변화는 회장과 부회장의 직제 신설이 담긴 제33조 대표이사 등의 선임과 관련된 정관 변경이다.

기존 정관에는 ‘이사회의 결의로서 이사 중에서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약간인을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는데, 회장과 부회장이 추가됐다.

오너 회사인 삼성전자의 정관에 명시된 회장의 선임 조항과 거의 유사하다. 삼성전자의 정관에는 '이사회 또는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위원회의 결의로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및 상무이사 약간 명을 선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유한양행, 삼성전자, 포스코 홀딩스의 회장선임 정관 비교(자료=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블로터 재구성)


'이사회로부터 위임받은 위원회의 결의'라는 문장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있으나 이사회가 마음 먹고 회장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유한양행이 동일하다.

반면 포스코홀딩스는 대표이사 회장 선임 과정이 유한양행과 비교해 다소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포스코홀딩스 정관을 보면 우선 '대표이사 회장은 이사회의 결의에 의해 사내이사 중에서 선임하며, CEO 후보추천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야 한다'라는 조항이 존재한다.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하는 데 핵심이 되는 CEO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세부 사항은 이사회에서 정하는데 이사회는 후보 1인을 주주총회에 추천할 수 있다. 

즉, 이사회는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에 최종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의미다. 주주총회에서 주주의 의사결정을 통해 대표이사 회장이 선임되는 구조다.

정리하면 유한양행은 삼성전자와 같은 '오너'가 존재하는 기업의 회장 선임 절차와 비슷한 절차를 새로운 정관에 도입했다. 포스코홀딩스와 같은 '오너'가 없는 기업의 회장 선임 절차보다 한결 심플한 셈이다. 이사회의 중지만 모인다면 회장 선임에 제약이 없는 것도 '오너' 존재 기업들의 정관과 같다.

CEO 후보추천위원회 등 여러 과정을 거쳐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 허들을 높인 포스코홀딩스, KT, 금융지주회사 등 소유분산기업(주인없는 기업)과 비교된다고 할 수 있다.


축소된 사장 권한, 회장 권한은 확대


이렇게 선임된 회장은 어떤 권한이 있을까. 유한양행의 경우 제34조(이사의 직무) 정관 변경을 통해 회장의 권한을 명시했다.

변경된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에는 '대표이사 사장은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집행하고, 회사업무를 총괄한다'는 내용이었다. 새로 변경된 정관을 보면 같은 문구에서 '대표이사 사장'이 '대표이사'로 변경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회장, 부회장 직제 신설과 함께 '회장, 부회장은 대표이사만 오를 수 있다'는 내규를 신설했다. 

 

유한양행, 삼성전자, 포스코 홀딩스의 회장선임 정관 비교(자료=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블로터 재구성)


문구 만을 고려했을 때 기존에 대표이사 사장이 하던 업무를 대표이사에 오른 회장 혹은 부회장이 그대로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 대표이사의 권한과도 같다.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상대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 대표이사 회장을 선임하는 만큼 조금 더 권한이 부여된다. 회사업무 전반을 총괄한다는 점은 같지만, 대표이사 회사의 추천과 이사회 결의로 사내이사에게 사장, 부사장 등의 직위를 부여할 수 있다. 

유한양행과 삼성전자가 이사회 결의로 회장, 부회장,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등을 선임하는 것과 비교하면 대표이사 회장이 가진 권한이 조금 더 있는 셈이다. 즉 최고경영진 인사권이다.

정관개정을 통한 유한양행의 또 다른 변화는 사장 권한의 축소다. 이는 회장직이 신설된 만큼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다만 기존에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및 이사는 사장을 보좌하고 이사회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업무를 분장집행한다'는 내용이 '이사는 이사회에 정하는 바에 따라 회사의 업무를 분장 집행한다'로 수정됐다. 

삼성전자의 정관에 '사장,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및 이사'가 대표이사를 보좌한다는 내용이 들어간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홀딩스는 구체적인 직책 명시 없이 이사회가 업무 집행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과 의안을 결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한양행, 삼성전자, 포스코 홀딩스의 회장선임 정관 비교(자료=전자공시시스템 사업보고서 블로터 재구성)


아울러 이사회 의장의 선임 사항도 유한양행과 삼성전자가 포스코홀딩스와 차이를 보인다.

유한양행과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의 결의를 거쳐 선정되지만, 포스코홀딩스의 경우 사외이사 중에서 이사회의 결의로 선임하도록 명시했다.

결과적으로 유한양행의 정관 개정은 포스코홀딩스보다 오너 회사인 삼성전자와 유사한 부분이 많았다. 회장의 선임부터 이사회 의장 선임까지, 유한양행과 삼성전자의 정관이 거의 동일했다. 

반면 전문경영인이 경영하는 포스코홀딩스는 회장을 선임하는 허들이 두 회사보다 더 높았으며, 이사회 의장 역시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하도록 명시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황병우 기자 tuai@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