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분석

삼성SDI, 영업익 30% 떨어져도 투자 늘린다

Numbers 2024. 5. 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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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 영업익 30% 떨어져도 투자 늘린다

삼성SDI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경쟁사 대비 실적 방어에는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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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 3월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54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삼성SDI


삼성SDI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30% 급감했다.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한풀 꺾였지만 경쟁사 대비 실적 방어에는 비교적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는 전방 시장의 업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대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시장 둔화 여파, 전기차 수요 급감

 

삼성SDI는 올 1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1309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각각 달성했다고 밝혔다. 전년동기 대비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9%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2869억원으로 28.8%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4.7%다.

주력인 전지사업 부문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 부문에서 매출 4조5815억원, 영업이익 214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 32% 줄었다. 최근 몇 년간 빠르게 성장했던 전기자동차 시장이 둔화하며 배터리 판매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전기차 수요는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고금리 기조, 경기 둔화, 각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축소 움직임, 친환경정책 속도 조절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이 여전하다. 실제로 포드·제너럴모터스(GM)·폭스바겐 등 주요 고객사들은 전기차 투자계획을 전격 철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선방

 

삼성SDI의 1분기 영업이익에는 미국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삼성SDI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45X) 혜택을 받는데, 이번 분기에는 467억원을 수령했다.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생산된 제품을 기준으로 산정한 금액이다. 2분기부터는 분기마다 발생하는 금액을 인식할 예정이다.

AMPC는 기업이 미국 내에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부품 등 친환경에너지 제품을 생산·판매할 경우 미국 정부가 지급하는 보조금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또한 올 1분기 1889억원, 385억원을 AMPC 수혜분으로 반영했다.

국내 배터리 3사 중 AMPC를 제외하고도 '순수한 흑자'를 낸 기업은 삼성SDI가 유일하다. LG엔솔은 해당 보조금을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를 기록했고, SK온은 올해도 흑자전환에 실패하며 수천억원 단위의 영업손실을 냈다. 삼성SDI는 AMPC를 제외하고도 2207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삼성SDI가 실적 둔화에도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김윤태 삼성SDI 경영지원실 상무는 "내년 스텔란티스 합작공장이 가동하면 AMPC는 더욱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여전히 유효한 성장성…지속적인 투자 예고

 

그동안 삼성SDI는 해마다 1조∼2조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했다. 특히 부채비율은 5년 넘게 50∼70%대를 고수하고 있다. 1분기 말 연결기준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72%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다.

삼성SDI는 이를 기반으로 올해 설비투자비용(CAPEX)을 더 늘릴 계획이다. CAPEX는 △2020년 1조5719억원 △2021년 2조1802억원 △2022년 2조6288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4조3447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최윤호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를 지난해보다 늘릴 예정"이라며 한층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증권가에서는 올해 삼성SDI의 CAPEX 규모를 6조8000억원까지 내다봤다. 내년에는 8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집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업황 둔화로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 계획을 늦추는 방식으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LG엔솔, SK온과 대조적이다.

김윤태 상무는 "최근 고금리 및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의 영향으로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단기적으로 다소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높은 성장성이 유효한 것으로 전망돼 긴 호흡을 유지하며 계획대로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합작사 신규 공장 건설 등과 46파이, 리튬인산철(LFP) 등 신제품 관련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며 "정해진 투자를 착실하게 진행하면서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해 중장기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