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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오션이 호주 최대 방산기업 '오스탈(Austal)' 인수를 추진한다. 2010년 이후 잠시 멈췄던 인수합병(M&A)이 재개될 전망이다. 중장기 투자 계획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한화오션은 미국 함정 설비·유지·보수(MRO) 시장에 진출할 채비까지 마쳤다.
'오커스' 참여 가능성 거론…인수 가능성 확대
5일 한화오션에 따르면 지난해 말 투자은행 유비에스(UBS)를 자문사로 선정하고 오스탈 측에 인수를 제안했다. 딜 규모는 9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몇 차례 수정 제안이 오간 후 올 3월 실사에 나섰지만 현장 실사를 하루 앞두고 오스탈 측이 실사 취소를 통보했다. 오스탈의 사업이 호주 국가 안보와 밀접하게 연관돼 호주와 미국 규제 당국이 거래를 승인할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오스탈은 지난해 11월 호주 정부로부터 전략적 조선업체로 선정됐는데, 이 때문에 오스탈이 해외 기업에 매각되려면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IFIUS), 미국 국방방첩안보국(DCSA) 등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영국·호주 간 군사안보동맹 '오커스(AUKUS)'가 한국을 협력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는 한층 유리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오스탈은 국가 자산이기 때문에 오커스 동맹국 기업에만 매각할 수 있다. 한국이 오커스에 합류하게 된다면 '동맹 우방국' 개념이 확대돼 인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 한화오션 측은 "이번 거래에 대해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한화가 오스탈의 사업과 호주 지역 사회를 지원할 수 있고 호주와 미국 정부 목표와 일치하는 중요한 역량과 투자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의 과거 승인 사례 분석 결과 과거 3년간 약 4000여건 중 불승인 사례는 0.2%(불승인 사례도 중국 등 적성국 관련 사항에 한정)에 불과했다.
14년 만의 M&A, 넉넉한 보유 현금
오스탈은 호주와 미국 해군에 선박을 설계·건조해 납품하는 방산기업으로, 서호주 헨더슨과 미국 앨라배마주에 조선소를 보유 중이다. 한화오션이 앞으로 미국 해군 군함을 건조하기 위해선 미국에 자회사를 둔 오스탈 인수가 필수적이다.
미국은 1920년 제정한 '존스법'을 통해 미국에서 건조하거나 개조한 뒤 미국 시민이 소유하고 미국 국적의 선원을 태운 선박만 미국 항만 간 운항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미국에 조선소를 운영하는 오스탈을 발판 삼아 미국 함정 MRO 시장에도 진출할 기회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아울러 잠수함과 함정 분야에서 강점을 지닌 한화오션이 특수선 사업 부문 경쟁력을 추가 확보할 기회도 얻게 된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09년 미국 풍력발전업체 '드윈드'를 5000만달러(약 673억원)에 인수하고 2010년 삼우정공으로부터 약 200억원에 선박용 기자재 제조업체 '삼우중공업'을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조선업 침체기와 오랜 적자가 맞물리며 M&A 역사는 2010년을 끝으로 명맥이 끊겼다. 만약 한화오션이 오스탈 인수에 성공하면 무려 14년 만의 M&A가 된다.
오스탈 인수를 위한 현금도 넉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현금성자산은 작년 말 별도기준 1조8787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 81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8% 개선됐다. 한화오션이 실적 턴어라운드에 접어든 만큼 앞으로 한층 원활하게 필요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오스탈 승인 결과는 당초 올해 안에 나올 것으로 관측됐지만 호주 경제지 오스트레일리안 파이낸셜리뷰(AFR)는 호주 정부가 한화오션의 오스탈 인수 승인을 내년 이후로 늦출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최지원 기자 frog@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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