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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조현범 10년 꿈' 득과 실은

Numbers_ 2024. 5. 8.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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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한온시스템 인수] '조현범 10년 꿈' 득과 실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는 조현범 회장의 '10년 꿈'이다. 한온시스템은 업계 최상위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환경 규제로 전기차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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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앤컴퍼니 본사. 사진 제공=한국앤컴퍼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이하 한국타이어)의 한온시스템 인수는 조현범 회장의 '10년 꿈'이다. 한온시스템은 업계 최상위 전기차 열 관리 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곳이다. 환경 규제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자 때가 왔다고 판단한 조 회장은 10년 고심을 끝내고 한온시스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한온시스템이 46%를 점유한 열관리시장은 사실상 독과점 상태다. 독과점 기업 한온시스템 인수에 따른 득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인수 가격이 적정한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부분은 시장의 공감을 얻었으나 경영권 프리미엄으로 60%를 인정한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익성 개선·배당 수입 기대


전기차는 열 에너지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따라 주행 거리가 달라진다. 한온시스템은 열 관리 기술 한 우물만 판 기업이다. 국내 시장 점유율은 46%다. 현대차·기아에 물품을 공급하는 두원공조와 점유율 격차가 8%p에 달한다. 무대를 글로벌로 넓히면 두번째로 시장 점유율이 높다.  2013년 비스티온의 열 관리 부문을 인수해 글로벌 시장 입지도 탄탄하다. 

해외 당국의 기업결합 신고만 마무리되면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지분 50.5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된다. 이에 따라 한온시스템은 종속기업이 된다. 한국타이어는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19.49%를 취득한 뒤 관계기업으로 편입했다.

모회사에 미치는 재무적 영향력 측면에서 관계기업과 종속기업은 하늘과 땅 차이다. 단순 투자 회사를 관계기업에 두는 반면 지배 회사와 피지배 회사간 상하 관계가 인정될 때 종속기업에 편입한다. 재무와 손익이 모두 묶이게 된다. 주로 지분 50% 이상 보유한 자회사를 종속기업으로 둔다. 

그간 한온시스템은 관계기업이었기 때문에 보유한 지분만큼 한국타이어 순이익에 반영했다. 앞으로는 한온시스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온전히 한국타이어 연결 회계에 잡힌다. 

에프앤가이드가 추산한 한온시스템의 연결 기준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024년 3588억원 △2025년 5008억원 △2026년 6389억원으로 개선세가 뚜렷하다.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연간 1조5000억원 안팎의 이익이 예상되는데 한온시스템 이익이 더해지면 2조원대 이익도 가능할 전망이다. 

배당을 통한 현금 유입 효과도 기대된다. 한온시스템은 매년 2월 결산 배당을 비롯해 5월·8월 ·11월 분기별 배당을 하고 있다. 2016년부터 분기 배당 정책을 채택해왔다. 작년 한온시스템이 한국타이어에 지급한 배당금은 2023년 352억원이다. 연내 한온시스템 구주 1억3345만주, 신주 6514만4960주를 각각 취득하면 수취 배당금도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1.7조 추가 투입…적정 가치 '갸웃'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의 한온시스템 보유 지분 25%와 유상증자를 통해 발행되는 신주 12.2%를 총 1조7330억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구주와 신주 합산 평균 단가는 8726원이다. 

최근 1개월간 한온시스템의 평균 주가는 5433원이었다. 60% 할증률을 붙여 인수하는 셈이다. 통상 인수합병(M&A) 시장에서 3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2014년 한온시스템 지분 취득 당시 경영권 프리미엄 10%를 적용했다. 10년 만에 추가 지분을 인수하면서 후하게 가격을 쳐준 셈이다. 특히 신주의 경우 할증 없이 최근 한 달, 일주일, 하루 등 주가를 평균화해 이 중 가장 낮은 가격인 주당 5605원으로 정했다. 반면 구주는 주당 1만250원으로 시세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얹었다.  

올해 예상 한온시스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8.16배다. 여기에 올해 예상 실적을 고려한 주당순이익(EPS) 357원을 곱하면 적정 주가는 6483원으로 인수 대금과 차이가 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과거 한온시스템은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기도 했으나 지난 5년간 20조원의 캐펙스를 지출한 이후부터 영업이익률이 4% 미만에 그치는 등 현금창출력 대비 비싸게 주고 산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떤 방식으로 인큐베이팅을 하려는지 봐야겠지만 한국타이어가 엔진이나 내연기관 부품을 직접 담당하는 곳이 아닌 만큼 시너지 측면에서 애매한 부분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력과 수주 실적 등을 인수 대금에 녹여냈다는 의견도 있다. 한온시스템은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현대차(23.5%), 포드(12.7%), 현대모비스(15.0%) 등이 주요 매출처다. 안정적으로 일감 확보가 가능한 만큼 시세만 따져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열관리시장이 과점이다"며 "포드와 현대차향 트랙레코드가 확실한 곳이고 유럽 메이커에게도 고정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수정 기자 crystal7@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