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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금융실명제'에 비견될 금융회사 '책무구조도'…왜 지금인가?

Numbers_ 2024. 5. 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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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금융실명제'에 비견될 금융회사 '책무구조도'…왜 지금인가?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굵직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무기명 금융거래를 악용해 부풀어오른 지하경제의 소굴에 던지는 수류탄과 다름없었다. 투명한 환경 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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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서 금융실명제 실시 및 비밀보장에 대한 특별담화를 발표하고 있는 김영삼 전 대통령. /사진 제공=e영상역사관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은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굵직한 업적 중 하나로 꼽힌다. 무기명 금융거래를 악용해 부풀어오른 지하경제의 소굴에 던지는 수류탄과 다름없었다. 투명한 환경 속에 금융 수요자인 국민과 중소기업들의 공식적인 금융거래 또한 활성화됐고 이는 국내 금융업의 전폭적인 발전을 이끄는 초석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금융실명제,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하나회 청산 등 어려운 개혁을 담대하게 해내셨다"고 평가했다.

2024년 윤석열 정부가 도입하는 '책무구조도'는 금융 공급자인 금융사 임직원들에게 적용되는 금융실명제라고 비유할 수 있다. 금융권에서 횡령과 배임, 불완전판매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 떠넘기기'는 관행으로 이뤄져왔다. 최고경영자(CEO)가 시스템에 의해 책임을 지기보다는 주로 정무적 판단, 당정의 압력으로 거취를 결정했다.

모호한 책임소재 속에 금융사고의 규모와 빈도는 국민을 기함(氣陷)하게 하는 수준으로 팽창했다.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고는 잠정 횡령금액 2988억원, 순 피해액 595억원에 이른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 6대 은행이 발간한 현황 보고서를 취합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금융사고는 40여건에 달한다. 

금융위원회는 책무구조도 도입과 내부통제 강화의 효과를 "금융이 투명해지고 책임은 강화한다"고 표현했다.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주도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취지는 이 같은 폐단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금융권 책무구조도 가이드라인을 담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해 올해 7월 3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 임원은 본인 소관 업무에 대해 내부통제 관리 의무를 부여받게 된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시행령 및 감독규정에서는 책무구조도 작성·제출방법, 금융업권별 책무구조도 제출시기,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등 총괄 관리의무의 구체적인 내용 등 법률에서 위임한 세부사항을 규정한다.

모든 임원들이 내부통제를 자신의 업무로 인식하도록 근본적인 금융권의 내부통제 행태 변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게 당국의 방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추진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 전 책무구조도 시행을 가정한 결과 은행장 등 CEO까지 제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영업과 내부통제 속에서 '운영의 묘'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고민이다.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기대감으로 국내 금융주에는 갈수록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배당을 높이고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선 영업 확대가 필요한 실정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영업에 제약이 될 수 있는 요소지만, 정확하게 파악할 경우 그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항해에 나침반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치다.

 


<블로터>와 <넘버스>는 오는 23일 오전 9시 40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 22층 다이아몬드홀에서 '2024 상반기 블로터 금융포럼'을 개최, 금융회사가 당면한 내부통제 리스크를 인식하고 바람직한 내부통제 혁신 방안에 대해 알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배구조법 개정안에서 도입하기로 한 책무구조도,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등 새로운 형태의 규제 내용과 이런 규제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다.

특히 첫 연사로 나서는 강영수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이 개정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관리 의무 및 책무구조도 도입안 중심으로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개선 방향을 발표한다. 이는 금융사들의 대응 방향 수립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 김민규 삼정KPMG ACI(Audit Committee Institute) 전무는 '금융회사 준비 실태와 대비 방안', 임세영 법무법인 태평양 금융그룹 변호사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중심으로 한 내부통제 법적 이슈를 주제로 발표한다. 톱티어 로펌과 회계법인의 전문가를 초빙해 구체적인 답을 원하는 참석자들에게 정확한 경로를 제시할 계획이다. 사회는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가 맡았다. 사전등록자에 한해 참석이 허용된다. 참가비는 무료다.

강승혁 기자 ksh@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