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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은 과거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하는 ‘미운 오리’로 불렸다. 두산그룹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인수했지만 세계 금융위기와 건설기계 시장 불황으로 그룹 전반의 위기를 초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산밥캣은 최근 수년간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설립부터 상장을 지원한 조덕제 대표이사(CFO)가 있다.
두산밥캣은 건설기계 생산 및 판매 사업을 하는 기업이다.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제품군은 건설·농업·조경용 소형장비, 이동식 전기 및 공압 생산장비, 지게차 등이다.
조 CFO는 1970년생으로 그룹의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에 비해 젊은 편이다. 두산그룹 계열사 중 두산로보틱스를 제외한 계열사 대표이사는 모두 1960년대생이다. 조 CFO는 또 미국 이스턴미시간대 회계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해외파다.
조 CFO는 두산의 순혈 출신이 아니다. 피앤지, 질레트 등에서 재무 경험을 쌓다가 지난 2010년 현대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GFA(Global Financial Analysis)팀 부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2013년 두산밥캣 GFA팀 부장으로 이동했다.
2014년 두산밥캣 파이낸스컨트롤러(Finance Controller, 상무)로 승진했으며 2019년 EMEA(유럽·중동·아프리카)파이낸스(상무)를 거쳐 2020년 CFO(전무)로 승진했다. 2021년 두산밥캣 대표이사(부사장)에 올라 CFO로서 재무성과관리, 회계, 세무, 자금활동 등 글로벌 총괄 책임을 맡고 있다. 전무 승진 이후 6개월 만에 부사장까지 초고속으로 올라설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2007년 인수 당시 북미 소형 건설기계 시장의 강자였다. 당시 인수가는 5조원으로 해외 인수합병(M&A) 금액 중 가장 컸다. 그러나 인수 직후 금융위기와 함께 건설기계 시장 포화로 두산밥캣은 부진한 실적을 냈고, 결국 두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산밥캣은 2012년 북미 건설시장이 회복되면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2012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영업손실이나 당기순손실을 낸 적이 없다. 다만 2010년대는 두산그룹이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로 벌어들이는 돈이 부채를 갚는 데 쓰였기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두산그룹은 2014년 4월 두산인프라코어를 물적분할해 중간지주사 두산인프라코어밥캣홀딩스를 설립했다. 2015년에는 두산밥캣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물적분할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CFO는 현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가 맡았다. 조 CFO는 박 대표를 도와 물적분할과 두산밥캣 설립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설립 이후 첫 CFO는 김종선 전무가 맡았다. 조 CFO는 당시 파이낸스컨트롤러로 김종선 전무를 보좌했다. 이들은 2016년 11월 두산밥캣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이끌어냈다. 두산밥캣은 상장 수요예측에서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과를 냈다. 다만 두산밥캣의 상장으로 두산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일부 해소할 수 있었다.
두산밥캣은 상장 이후에도 꾸준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두산그룹은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고 결국 2020년 채권단 관리를 받게 됐다. 두산그룹은 2021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했고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로 편입했다. 당시 두산그룹은 위기 상황에서도 두산밥캣을 매각하지 않고 지켜냈다.
현재 두산그룹의 지배구조는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으로 이어진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며 두산밥캣을 거느리는 구조다. 두산밥캣이 두산에너빌리티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그룹의 핵심 캐시카우라고 봐도 무방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두산그룹 포트폴리오 중 두산밥캣 등 건설기계 부문의 비중이 51%에 달한다. 두산밥캣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그룹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EBITDA는 회사의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두산밥캣이 그룹의 핵심 현금창출 기업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총차입금은 그룹 전체 차입금의 18% 수준으로 재무적인 부담도 매우 작다.
두산밥캣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3946억원, 영업이익 32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0.4%, 12% 감소한 규모다. 성장폭에는 다소 제동이 걸렸지만 지난해 역사적 호황에 따른 기저 효과의 영향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30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이유로 두산밥캣의 신용등급을 BB 안정적에서 BB+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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