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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CFO]① 여전한 '최정우 그림자'…구조조정 중추 ‘가치경영센터’

Numbers 2024. 5. 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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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CFO]① 여전한 '최정우 그림자'…구조조정 중추 ‘가치경영센터’

포스코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기에 따라 명칭에 재무투자부문장, 전략기획총괄, 가치경영센터장 등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최정우 전 회장이 CFO로 재직할 당시 본격적으로 활동한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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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정기섭 포스코홀딩스 CFO, 전중선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최정우 전 포스코홀딩스 회장. /사진=포스코

 
포스코홀딩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기에 따라 명칭에 재무투자부문장, 전략기획총괄, 가치경영센터장 등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최정우 전 회장이 CFO로 재직할 당시 본격적으로 활동한 가치경영센터는 그룹의 구조조정을 이끌던 조직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 자연스레 이곳을 거쳐간 인물들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포스코그룹의 요직을 차지해왔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이다. 소유분산기업은  법인 또는 그룹에 지배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개인주주가 없는 회사를 말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는 대표이사(CEO) 선임 과정에서 정치적 외풍을 비롯한 잡음이 많았으며 합을 맞추는 CFO 또한 CEO의 행보와 함께하는 경향이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면 포스코의 CEO가 바뀌고 이에 따라 CFO도 연쇄적으로 교체되는 구조다.

포스코그룹은 대표적으로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집단으로 꼽힌다. 역대 CFO들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해 줄곧 포스코에 재직했던 인물들이 대다수다. 특히 포스코의 CFO를 비롯해 재무관련 부서에서 일했던 인물들은 다른 사업부서를 돌아다니기 보다 줄곧 재무 관련 부서에서만 일해왔다. 그만큼 선후배 사이도 끈끈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그룹은 지주사 CFO에 대부분 경영‧경제 관련 학과를 졸업한 재무통을 선임했다. 이동희(고려대 경영학), 최종태(중앙대 문헌정보학), 박기홍(서울대 경제학), 이영훈(서울대 경제학), 최정우(부산대 경제학), 전중선(고려대 법학), 정기선(연세대 경영학) 등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장치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은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CFO도 기술전문가나 현장 경험이 있는 인물을 중용하곤 한다. 그러나 포스코는 현직자인 정기섭을 제외하면 모두 재무실에서 줄곧 일해온 인물들을 고수했다. 

포스코그룹의 CFO들은 단순히 재무·자금 관리의 직무를 넘어서 그룹의 성장동력과 계열사 소통 등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재무실장이나 재무본부장 대신 전략기획본부장, 가치경영센터장 등 명칭을 사용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이들은 CEO를 보좌하며 그룹 차원의 중요한 의사 결정을 논의한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권오준 전 포스코그룹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가치경영실을 신설했다. 가치경영실은 기존의 전략기획부문을 대신해 만들어졌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이자 그룹 전반의 구조조정을 이끌기 위한 조직으로 CEO 직속 기관이었다.

2016년 포스코는 가치경영실을 가치경영센터로 바꾸며 역할을 강화했다. 재무투자본부 산하의 재무실을 가치경영센터 산하로 옮겨 재무기능을 강화하고 그룹 경영전략의 실행력을 높였다. 이에 따라 가치경영센터는 △경영전략실 △국내사업관리실 △해외사업관리실 △재무실로 구성됐다. 가치경영센터장은 회사의 경영전략을 수립하면서 자금 등 재무까지 관리하는 CFO역할도 맡았다. 

최정우 전 포스코홀딩스 회장은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에서 포스코 가치경영센터장으로 합류했다. 초기 가치경영센터는 △경영전략실(전중선) △국내사업관리실(정기섭) △해외사업관리실(임승규) △재무실(노민용)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 모두 포스코그룹에서 중책을 맡았다. 

전중선 경영전략실장은 2018년 최정우 CFO가 그룹 회장으로 취임하자 가치경영센터장으로 승진했다. 이후 2022년 말까지 포스코의 CFO를 맡았다. 이후 2023년 포스코홀딩스의 상임고문을 지내다 2024년부터 포스코이앤씨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정기섭 국내사업관리실장은 포스코에너지의 부사장과 대표이사를 거쳐 2023년 포스코홀딩스의 CFO인 전략기획총괄로 이동했다.

임승규 해외사업관리실장은 포스코의 재무실장을 거쳐 2021년 포스코기술투자 대표이사를 지낸 뒤 2024년부턴 포스코스틸리온의 감사를 맡고 있다. 노민용 재무실장은 포스코 정도경영실장, 포스코인터내셔널 경영기획본부장을 거쳐 2024년부터 포스코모빌리티솔루션의 대표이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2017년 가치경영센터 경영전략실장을 지냈던 유병옥은 현재 포스코퓨처엠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또 윤덕일 포스코퓨처엠 전 기획지원본부장은(2024년 퇴임), 정대형 포스코퓨처엠 기획지원본부장, 이전혁 포스코인터내셔널 에너지부문장(부사장) 등도 가치경영센터 출신이다.

현직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CFO는 순혈 포스코 출신은 아니다. 1985년 대우중공업으로 입사해 대우인터내셔널 런던법인장, 해외관리2팀장, 우즈벡면방법인장, 페르가나면방법인장 등 해외 사업을 주로 맡았던 인물이다. 포스코그룹이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포스코맨이 됐다. 

역대 포스코의 CFO들은 2년 이상의 임기를 지냈다. 이를 고려하면 2024년 장인화 포스코홀딩스 회장이 취임했지만 당장 정기섭 CFO의 거취가 변동될 가능성은 작아보인다. 다만 정기섭 CFO와 장인화 회장과의 접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정기섭 CFO는 대우인터내셜을 거쳐 가치경영센터에서 주로 있었던 반면 장인화 회장은 신사업, 철강생산본부 등 현장에서 이력이 많았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