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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FO)는 2020년 채권단 관리 아래에서 재무 정상화를 이끌어낸 인물로 평가받는다. 박 대표는 순혈 출신은 아니지만 두산의 CFP(Corporate Financing Project)팀에 합류한 뒤 ㈜두산과 계열사에서 10년 이상 CFO로 근무한 재무통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 정상화 이후 본격적인 성장동력이 필요한 만큼 향후 박 CFO의 거취에 관심이 쏠린다.
박 CFO는 1966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듀크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CEO) 등과 연세대 경영학과 84학번 동기다. 대학 시절부터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만큼 상호간의 신뢰도 두터울 것으로 예상된다.
박 CFO가 두산그룹과 연을 맺은 것은 2004년 ㈜두산 전략기획본부 CFP팀 부장으로 합류하면서다. 당시 두산그룹의 CFP팀은 그룹의 핵심 인수합병(M&A)을 담당하는 조직으로 계열사 및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 10여명으로 구성된 조직이었다. M&A의 사전준비와 현금확보 등 자금조달 방안까지 마련했으며 CFP팀을 거쳐간 인물들 대부분이 두산의 요직을 차지했다.
박 CFO는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관리부문장(상무)에 이어 2013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처음으로 재무라인 수장을 맡게됐다. 이후 2015년 ㈜두산 지주부문 CFO(부사장), 2018년 두산밥캣 대표이사(CFO)를 거쳐 2020년 7월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의 대표이사(CFO)로 이동했다. 두산그룹에서만 CFO로 10년 이상을 보낸 재무통이다.
박 CFO가 취임한 당시의 두산중공업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 놓여있던 시기로 상황이 녹록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2020년 3월 채권단 관리 체제를 밟으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으로부터 3조원의 자금을 빌렸다. 같은해 7월 김 CFO는 비정기 인사를 통해 두산밥캣에서 두산중공업으로 이동했다. 두산중공업의 재무 정상화를 꾀할 구원투수 성격의 원포인트 인사였다.
박 CFO는 김민철 ㈜두산 CFO와 합을 맞춰 두산그룹의 재무 정상화 작업을 꾀했다. 그룹 차원에서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와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 등 핵심 계열사를 매각했다. 또 두산중공업은 골프장 클럽모우CC를 1850억원에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매각했다.
두산그룹 유동성 악화를 불러온 두산건설의 익스포저 차단은 투자목적회사(SPC) 더제니스홀딩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활용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산건설과의 관계를 끊어내야 했다. 두산중공업은 2021년 11월 두산건설의 경영권을 더제니스홀딩스에 이전했다. 다만 이는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건설 주식을 현물출자해 더제니스홀딩스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었다. 즉 더제니스홀딩스가 온전히 두산건설을 인수한 것이 아니며 전략적 투자를 통해 연결고리를 제외한 것이다.
두산그룹은 2019년 12월 두산메카텍의 지분 100%를 두산에너빌리티에 현물출자 했다. 또 2021년 박정원 회장 등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던 두산퓨얼셀 지분 14.7%를 두산에너빌리티에 무상증여하면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자본을 확대했다.
박 CFO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재무상태는 상당히 개선됐다. 주요 재무지표를 살펴보면 채권단 관리 체제 직전인 2019년 부채비율은 313.9%를 기록했다. 이후 △2020년 259.8% △20201년 169.4% △2022년 128.7% △2023년 127.3% 등 부채 부담이 낮아지는 추세다.
유동비율은 2019년 67.1%에서 2023년 100.5%로 높아졌으며 순부채비율은 2019년 145.7%에서 2023년 22.1%로 낮아졌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지급능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200% 이상이 적정한 것으로 평가한다. 순부채비율은 이자가 발생하는 부채에서 기업의 현금성자산을 뺀 기업의 순수한 부채비율을 말한다.
두산중공업은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로 사명을 변경하며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며 산하에 두산밥캣과 두산퓨얼셀 등 종속회를 두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에서 두산밥캣이 55.5%, 두산에너빌리티 42.8%, 두산퓨얼셀 1.5% 등을 차지하고 있다.
박 CFO는 박지원 대표이사(CEO)와 정연인 대표이사(COO) 등과 함께 회사의 사내이사로서 경영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이사회는 2020년 박 CFO 선임 당시 “CFO로서 회사와 경영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회사 신사업 및 재무 개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는 중”이라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 및 재무 건전성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2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용등급을 ‘BBB+’로 상향 조정하고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변경했다. 국내외 원전 사업환경의 개선으로 실적 기반 및 사업 안정성이 제고됐다는 이유에서다.
전반적인 재무건전화 작업은 진행됐지만 본격적인 성장동력 확보는 지금부터다. 올해 박 CFO의 과제는 안정 궤도에 오른 재무건전성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또 개선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외부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고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전력기술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체코 신규 원전 사업에 최종입찰서를 제출한 상황이다. 체코 정부는 총사업비 30조원 규모로 두코바니와 테믈린에 1200㎿(메가와트)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올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가 발표된다. 이밖에도 폴란드, 영국, UAE, 튀르키예, 사우디 등 국가를 대상으로 수주 활동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스웨덴, 네덜란드 등 신규 원전 건설국가의 사업도 추가 발굴하고 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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