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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홍원준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들어오는 돈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신사업 확장에 대규모 자금을 쏟아야 한다. 게임 사업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신사업 인수합병(M&A)으로 승부를 본다는 김택진 대표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홍 부사장은 담당 분야 성과와 지적재산권(IP) 흥행 가능성을 기준으로 인적·물적 비용을 줄여 재원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12년 째 멈춘 M&A 시계...성장 동력 확보 위해 '강한 드라이브'
1970년생인 홍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학위를 취득했다. 홍콩 모건스탠리와 영국 센토러스 캐피탈을 거쳐 국내 UBS증권 IB 부문 대표를 지낸 ‘투자통’이다. 이어 스톤브릿지캐피탈 파트너를 역임한 후 2021년 10월 엔씨소프트 CFO로 선임됐다.
엔씨소프트는 홍 부사장을 통해 글로벌 투자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규모 투자는 없었다. 홍 CFO 취임 후 엔씨소프트는 △유럽 스타트업 펀드인 'ACME IV(4억원)' △인도 지역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루미카이 펀드 I(12억원)' △인도 시장을 목표로 삼은 펀드 '파라마크KB제1호 사모투자조합(41억원)' △미국의 3D 홀로그램 기술업체인 '라이트 필드 랩(65억원)' 등에 투자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홍 부사장은 취임한 지 2년 반에 접어들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규모 투자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김 대표가 신사업 확대에 신중했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엔씨소프트는 2012년 1084억원으로 엔트리브소프트를 인수한 뒤 M&A에 나서지 않고 있다. 게임 실적이 떨어지면서 엔씨소프트는 M&A를 통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의 수익 대부분은 대표 게임 ‘리니지’의 IP에서 나온다. 엔씨소프트는 2022년까지 리니지를 통해 외형을 확대했지만 이후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이 둔화하면서 점유율이 떨어졌다. ‘리니지M’, ‘리니지2M’, ‘리니지W’ 등 주력 게임 매출이 감소한 결과다. 지난해 연결기준 엔씨소프트의 매출액은 1조7798억원으로 전년보다 30.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든 1373억원을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주요 신작은 빨라야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다. 게임 업계 경쟁이 심해지면서 신작 흥행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단기간에 실적을 내기 어려운 만큼 M&A를 통해 역성장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의 의지는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PEF)인 VIG파트너스의 박병무 대표를 공동대표로 추대한 데서 엿볼 수 있다.
현금흐름 저하 '난관'...구조조정·자산매각 가능성
본업인 게임 사업의 위기를 신사업 투자에서 찾는 방안은 자칫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신사업이 성공하지 못할 경우 되레 재무난이 가중될 수 있어서다. 넷마블의 ‘스핀엑스’ 인수 사례가 대표적이다. 넷마블은 2021년 10월 미국 소셜 카지노 기업인 '스핀엑스' 인수 자금 2조5000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무 사정이 악화됐다. 다만 올해 내놓은 신작이 흥행세를 보이면서 실적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의 곳간 사정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엔씨소프트는 핵심 게임IP의 우수한 이익창출력을 바탕으로 잉여현금을 축적해왔다. 실질적 무차입구조를 유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실적 감소로 영업현금흐름이 저하된 가운데 판교 제2사옥 건설로 지출이 늘면서 이전처럼 안정적인 잉여 현금흐름 창출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영업활동현금흐름 유입 규모는 연결기준 1399억원으로 전년대비 81% 가량 감소했다. 영업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EBITDA(에비타, 상각전영업이익)는 같은 기간 60% 줄어든 2808억원이다.
홍 부사장은 줄어드는 살림에 투자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상반된 과제를 안고 있다. 경영안정성도 유지해야 한다. 선택지는 많지 않다. 비용 절감과 자산 매각 등이 가능하다.
최근 있었던 대규모 구조조정도 재원 마련을 위한 과정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최근 비개발·지원조직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권고사직을 통보했다. 이와 함께 신작 프로젝트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 중이다. 별다른 진척이 없거나 시류에 맞지 않는 신규 프로젝트도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는 전언이다.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자회사 매각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감사보고서에 명시된 ‘타법인출자 현황’에 따르면 총 56개 기업 중 20곳이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중 엔씨소프트에 지분법 손실을 끼친 곳은 △버프스튜디오(27.5%) △재담미디어(32.9%) △하이브로(31.2%) △디샘버앤컴퍼니 자산운용(16.7%) 등이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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