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네버엔딩 효성가 분쟁] 돌아온 조현문, 분할 청사진 '눈엣가시' 되나

Numbers_ 2024. 5. 2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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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엔딩 효성가 분쟁] 돌아온 조현문, 분할 청사진 '눈엣가시' 되나

‘인헤리턴스 엔터프라이즈(Inheritance Enterprises)’.효성과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조현문 동륭실업 이사가 2017년 싱가포르 현지에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인헤리턴스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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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인헤리턴스 엔터프라이즈(Inheritance Enterprises)’.


효성과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조현문 동륭실업 이사가 2017년 싱가포르 현지에 설립한 사모펀드 운용사다. 인헤리턴스를 우리말로 직역하면 ‘유산’ 또는 ‘상속’을 뜻한다. 의미심장한 사명은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유산을 놓고 상속 이슈가 불거진 작금의 상황을 마치 예상한듯 비춰진다.

효성그룹은 2월부터 지주사 인적분할을 진행하며 형제 간 독립경영 체제 구축에 나섰다. 궁극적으로 형제 간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형제의 난’을 일으킨 조 이사의 등장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조 이사는 최근 유류분 반환소송 준비를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그가 지주사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그룹 분할을 통한 독립경영을 구상하는 형제에게는 외면하기 어려운 눈엣가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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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조 이사는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이 증여나 유증으로 재산 처분을 제한해 법정상속인 가운데 일정한 범위의 대상자에게 상속분의 일부가 귀속되도록 민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조 명예회장의 유산 가운데 공시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규모는 7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올 3월 별세한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통해 "형제 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당부했지만 갈등은 여전한 상황이다. 조 이사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부친이 유언장에 언급한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은 형제 갈등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조 이사의 효성그룹이 시도하는 오너가 분할 구상에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일 소송의 결과 조 이사가 부친 지분 일부를 가져갈 경우, 지배력 유지를 위해 장남과 삼남간 계열분리가 힘들어지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룹 총수인 장남 조현준 회장은 삼남 조현상 부회장과 독립경영을 위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분할 계획을 보면 ㈜효성을 0.82대 0.18의 비율로 존속회사 ㈜효성과 신설회사 HS효성으로 나눈다.

분할 이후에도 지금의 지배력은 유지된다. 지난해 말 기준 조 명예회장과 두 아들이 보유한 지주사 ㈜효성 지분은 53.5%로 절반이 넘었다. 지주사 지배력을 기반으로 산하 계열사를 지배했다. 인적분할을 단행하더라도 이같은 지배 구조는 그대로 이어진다.

그러나 효성그룹의 자본거래는 분할에 그치지 않는다. 궁극적으로 장남과 삼남이 각각의 지주회사를 가져가 계열분리를 하기 위함이다. 자본시장에서도 효성의 형제 간 독립경영이 향후 계열분리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계열분리를 위해선 장남과 삼남간 지분 스왑 또는 상호 지분 거래 등이 필요하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결국 후속 작업이 불가피하다. ㈜효성 외에도 형제가 함께 보유하고 있는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 등 계열사의 지분 역시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조 부회장은 지난달부터 효성중공업 주식을 꾸준히 매각하며 계열 분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보유 지분은 기존 2.68%에서 2.50%로 줄었다.

조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율을 배정받았지만 존속 지주사 ㈜효성의 보유 주식 등을 활용해 HS효성의 지분을 확보할 전망이다. 조 회장은 기존 ㈜효성을 확보했다. 다만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 확보에는 동생보다 많은 자금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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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은 형제 간 독립경영을 목적으로 인적분할을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조 명예회장의 지분 등 유산 상속 이슈가 불거졌다. 조 명예회장은 지주사 ㈜효성 주식 213만5823주(지분율 10.14%)를 포함해 효성중공업 98만3730주(10.55%), 효성첨단소재 46만2229주(10.32%), 효성화학 23만8707주(6.16%), 효성티앤씨 39만3391주(9.09%) 등을 보유했다. 법정비율로 상속하면 아내 송광자 여사와 3형제가 1.5:1:1:1의 비율로 나누게 된다.

단순 계산으로 차남인 조 이사는 지주사 ㈜효성 2.25%의 지분을 가져갈 수 있다. 그는 2014년 형인 조 회장과 주요 임원진을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발한 이후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2.25%를 확보하더라도 영향력은 크지 않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의 ㈜효성 보유 지분은 부친의 지분을 빼더라도 40%를 넘기고 있어 여전히 공고하다.

다만 인적분할을 진행하면 기존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우선 지주사 ㈜효성을 살펴보면 시가총액은 14일 종가인 6만500원 기준으로 1조2748억원인데, 분할을 진행하면 비율에 따라 1조500억원대로 줄어든다.

만약 형제 간 계열분리를 진행한다면 떠나는 조 부회장이 ㈜효성 지분 21.42% 정리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조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배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효성은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56.1% 지분으로 공고한 지배력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부친의 지분 상속을 진행하고 형제가 각자 지분을 처분하면 약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은 주식 스왑과 추가 매입 등을 통해 지배력 방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인적분할에 따라 조 회장이 확보할 HS효성의 지분 가치는 550억원 규모고 조 부회장이 보유하는 ㈜효성 지분 가치는 2460억원 수준이다. 단순 계산으로 조 회장이 조 부회장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기 위해서는 스왑 이외에 1900억원이라는 현금이 추가로 필요하다.

조 이사는 과거 2013년 그룹을 떠나면서 ㈜효성 주식을 모두 매각해 1200억원 이상의 현금을 챙겼다. 당시 관련 업계에서는 조 이사가 승계 경쟁에서 탈락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싱가포르로 떠나 2017년 현지에서 인헤리턴스 엔터프라이즈를 설립했고 유언장에 문제를 제기하며 효성가에 다시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