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수술대 오른 농협 지배구조] '기타비상무이사'의 모호한 역할

Numbers_ 2024. 5. 22. 15:03

▼기사원문 바로가기

 

[수술대 오른 농협 지배구조] '기타비상무이사'의 모호한 역할

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부터 농협 지배구조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의 등기임원 중 40%가량이 올 들어 교체됐거나 재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주

www.numbers.co.kr

 

/그래픽=임초롱 기자

 

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부터 농협 지배구조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의 등기임원 중 40%가량이 올 들어 교체됐거나 재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측근으로 분류되는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 티오(T.O.)를 합산해 계산하면 같은 비율로 올 들어 중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지난 1월 25일 시행된 전국 직선 투표로 당선인 신분이었던 시절 이후로 범위를 좁히더라도 전체 등기임원 중 27% 정도가 강 회장 당선 이후 새 임기를 시작했다.

22일 <블로터>가 농협금융지주를 포함해 농협 전 금융계열사에 재직중인 등기임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재직중인 사내·외이사 및 기타비상무이사는 총 81명에 달했다. 이 중 각 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한 사내이사가 19명으로 이 중 42% 비율인 8명이 올 들어 임기를 시작했거나 재선임됐다.

농협 조직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각 계열사마다 포진돼 있는 기타비상무이사(비상임이사)다. 사외이사가 아님에도 비상근 상태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20명의 기타비상무이사 중 35%인 7명이 올 들어 임기를 시작했거나 재선임됐다.

이들 가운데 특히 강 회장이 공식 취임한 직후 발탁된 박흥식 농협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가 주목을 받는다. 박 이사는 농협중앙회 이사회 격인 대의원을 지냈고 현재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지주 비상임이사는 지주 대표이사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 대표이사들까지 추천하는 활동을 겸직하는 자리여서 역대 농협중앙회장 최측근 인사들이 맡아왔던 자리다. 박 이사 역시 강 회장이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박 이사가 중용되기 전까지 강 회장 취임 시기와 맞물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던 자리였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에 상근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주주가 기업에서 이사회 경영참여를 원할 때 선임한다. 사외이사는 경영투명성 확보를 위해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대학 교수 등 회사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농협의 경우 지역농·축업협동조합 1111개, 조합원 207만명을 대표해 농협중앙회를 출범시켰다. 농협중앙회는 하나로마트·사료·목우촌 등의 계열사를 거느리는 농협경제지주와 은행·보험·증권·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리는 농협금융지주를 각각 100% 지분율로 소유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78조5000억원 규모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국내 대규모기업집단 10위권 조직이다.

농협금융지주는 농협은행과 함께 NH투자증권·농협생명·농협손해보험 등 9개 자회사와 NH선물 등 2개의 손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지주사뿐 아니라 각 계열사들은 농협중앙회와의 소통을 위해 1명에서 많게는 3명씩 기타비상무이사를 선임하고 있었다.

즉, 농협중앙회에서 경영참여를 위해 중앙회 출신 지역 조합장 등을 각 계열사마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임추위 위원도 겸직한다. 임추위 위원은 각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이사회에서 활동한다. 근거는 농업협동조합법 제142조로, 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 자회사에 경영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어서다. 인사 등의 권한을 통해 중앙회에선 지주뿐 아니라 그 (손)자회사들까지도 경영 참여가 가능해지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강 회장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러나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9억대 배임과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등 금융 계열사들의 잦은 금융사고, NH투자증권 대표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이 이같은 농협의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 전문성이 없는 중앙회 출신 인력들이 각 금융사의 내부통제를 총괄해오다 벌어졌다는 지적이다. 이번 정기검사에서 금감원은 중앙회 인사들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겸직·이직하는 창구가 된 인사교류 시스템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