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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장남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막내 구지은 아워홈 부회장 간 경영권 다툼이 이어지는 가운데 오는 31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구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안건으로 올렸다. 장녀 구미현 씨가 원하는 지분 현금화를 위해서다. 구 부회장은 ‘캐스팅보트’를 쥔 구미현 씨의 마음을 돌려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도전할 예정이다.
21일 아워홈에 따르면 구 부회장은 31일 열릴 임시 주총 안건 중 하나로 자사주 매입을 상정했다. 아워홈의 배당 가능 이익인 5331억원을 활용해 1년 안에 전체 주식의 61%(1401만9520주) 한도에서 자사주를 사들이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17일 열린 아워홈 정기 주총에서 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구 부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건을 부결시킨 구미현 씨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조치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선대회장의 1남3녀가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네 명의 보유지분 규모는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38.56%, 장녀 구미현 씨 19.28%, 차녀 구명진 씨 19.6%, 막내 구지은 부회장 20.67% 등이다.
구미현 씨의 주식 19.28%를 회사가 매입하면 해당 지분의 의결권은 사라진다. 구 전 부회장의 우호 지분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이 경우 구 부회장은 우군인 차녀 구명진 씨와 함께 구 전 부회장에 대해 지분 우위를 점하게 돼 이사회 장악이 가능해진다.
자사주 매입 승부수 띄운 속내
다만 자사주 매입은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권 확보 수단 중 하나일 뿐, 당장 이사회 퇴출 위기에 처한 구 부회장에게 타개책이 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사주 매입을 즉각 시행할 수도 없을뿐더러 애초 임시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이 찬성해야 해당 안건이 통과되기 때문이다. 현재 구 전 부회장의 우호 세력인 구미현 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말이다. 구 씨 입장에서도 자사주로 지분을 파는 것이 외부 투자자에 매각하는 것보다 세금 부담이 높아 안건에 동의할 명분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구 부회장이 자사주 매입을 승부수로 꺼내든 것은 장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다. 다음 달 3일 임기 만료를 앞둔 구 부회장은 이달 31일 임시 주총장에서 구 씨의 표를 받아야만 사내이사 유임에 성공하고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의 열쇠를 쥔 구 씨의 목적은 줄곧 지분 현금화였다. 이에 따라 구 부회장이 자사주로 해당 지분을 사서라도 현금화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동시에 현행 체제를 유지하려는 회사의 뜻도 내포돼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 안건은) 회사가 현행 체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라며 “구 부회장에게 시급한 일은 사내이사 연임인 만큼 지분 매각을 원하는 구미현 씨를 설득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관계자인 구 씨에게 자사주 매입은 양도세와 소득세가 추가로 붙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다”라며 “구 부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뒤 적절한 외부 매수자를 함께 찾아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장남은 도덕성 논란, 장녀는 전문성 논란
남매 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아워홈 내부적으로는 구지은 부회장 측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구본성 전 부회장을 둘러싼 도덕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 전 부회장은 2021년 6월 보복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를 친 혐의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아워홈 경영 일선에서 퇴출된 바 있다. 현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기업 경영 경험이 전무한 구미현 씨를 두고도 전문성 논란이 거세다. 구 씨는 지난달 17일 정기 주총에서 남편 이영열 전 한양대 의대 교수와 함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와 관련해 16일 한국노총 전국식품산업노동조합연맹 아워홈 노동조합은 서울 용산구의 구미현·이영열 씨 집 앞에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구 씨로서는 부담이 큰 상황이다. 우군인 오빠 구본성 전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본인을 향한 규탄의 목소리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 씨가 구지은 부회장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관계자는 "캐스팅보터 구미현 씨의 목적은 돈"이라며 "이전부터 오빠와 동생 사이에서 스탠스를 자주 바꿔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선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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