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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학 영원무역그룹의 차녀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을 중심으로 2세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원무역그룹이 자산 총액 5조원을 넘겨 올해부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승계 과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되면서 그간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해 승계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온 영원무역그룹이 부당 내부거래·부당 지원 등을 통해 승계 작업을 완성하려 했다는 시선을 피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73위, 영원무역그룹 공시대상기업집단 합류
17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결과'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은 자산 총액 6조 890억원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새로 합류했다. 공식 재계 순위는 73위다. 영원무역그룹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인 '영원무역'을 필두로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 등 50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 9960억원, 당기순이익 672억원을 기록했다.
영원무역그룹의 지배구조는 전형적인 '옥상옥' 구조다. 성 회장의 개인회사 YMSA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29.0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있고, 다시 영원무역홀딩스가 영원아웃도어(59.3%), 영원무역(50.52%), 스캇노스아시아(60%) 등 계열사를 거느린다. 성 회장과 성 부회장이 소유한 영원무역홀딩스 지분은 각각 16.77%, 0.03%에 그치지만 부녀는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한 YMSA의 지분 100%를 보유했다.
영원무역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2세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성 회장은 지난해 3월 자신의 YMSA 지분 50.01%를 차녀 성 부회장에게 증여하면서 실질적인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줬다. 2002년 영원무역에 입사한 성 부회장은 2016년부터 영원무역홀딩스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2022년 11월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수업을 마쳤다. 이에 성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YMSA 지분 49.99%와 영원무역홀딩스 지분 16.77%을 성 부회장에게 추가 증여하며 승계를 마무리 할 것으로 관측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승계 과정에 변수되나
하지만 영원무역그룹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공시와 각종 신고 의무가 부여되고 계열사간 일감몰아주기, 부당 내부거래, 부당 지원 부문에 있어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된다.
상장사인 영원무역홀딩스, 영원무역은 기존에도 공시와 신고 의무가 있었지만 이번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통해 비상장 계열사인 YMSA, 영원아웃도어, 스캇노스아시아에 대한 감사보고서, 대규모기업집단현황공시, 임원의변동 등을 공시해야한다. 또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된 기업의 계열사들은 내부거래액이 200억원을 넘기면서 전체 매출 대비 12% 이상이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농심그룹도 신동익 부회장이 지분 56.14%를 보유한 메가마트의 100% 자회사 호텔농심의 내부 거래 구조를 변경했으며 2017년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합류한 KCC그룹도 2021년 7.19%였던 내부거래 비중을 이듬해 3.23%로 줄였다. 영원무역그룹은 최상단에 위치한 YMSA의 내부거래 비중이 2020년 92.9%, 2021년 95.8%, 2022년 90.7%, 지난해 88.1%(매출 471억, 특수관계자와의 거래 416억원)에 달하지만 거래 대상인 영원무역의 매출이 3조 6000억원으로 매출 대비 12% 라는 기준을 넘지는 않는다.
다만 규모와 상관없이 특수관계자와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불공정거래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영원무역이 YMSA의 부동산을 매입하고, 다시 YMSA가 성 부회장에게 자금을 대여해준 과정은 내부거래로 인한 부당 지원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앞서 성 부회장은 아버지에게 증여받은 YMSA 지분에 대한 증여세(850억원)를 마련하고자 YMSA에게 815억원을 빌렸다. 이는 YMSA가 지난해 2분기 영원무역에게 588억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한 돈이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해당 부동산 자산의 장부가액은 약 430억원인데 영원무역의 매입가는 588억원에 달해 YMSA가 158억원의 차익을 얻었다. 이에 YMSA가 성 부회장에게 돈을 빌려주기 위해 영원무역이 YMSA의 부동산 자산을 일부러 더 비싸게 매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YMSA와 영원무역을 부당 내부거래 및 부당 지원 혐의로 조사했다. 영원무역그룹이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된 것이 향후 조사 과정에 영향을 끼칠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 재계 관계자는 "상장사의 회사 자금은 주주들의 돈으로 인식된다"며 "특수관계자의 부동산을 비싸게 매입하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이는 경영진 배임에 해당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한 기업은 공정위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때문에 이 같은 리스크를 하루 빨리 해소하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영원무역그룹은 향후 재원 마련을 위해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고 영원무역홀딩스와 영원무역의 배당금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배당 확대에 대한 명분도 갖췄다는 평가다. 성 부회장은 YMSA까지 들어오는 배당금을 토대로 승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영원무역홀딩스는 지난해 9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이승주 기자 sjle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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