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일촉즉발 효성 '형제의 난'…'유류분' 웃도는 총 상속 규모 해석 다르다

Numbers_ 2024. 5. 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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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효성 '형제의 난'…'유류분' 웃도는 총 상속 규모 해석 다르다

효성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탓이다. 조 명예회장은 ‘형제 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강조했지만, 유언장을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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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산을 둘러싼 형제 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온 탓이다. 조 명예회장은 ‘형제 간 우애’를 지켜달라고 강조했지만, 유언장을 둘러싼 자식들의 셈법은 엇갈리는 모양새다.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공방전이 시작됐다.

이번 갈등의 쟁점은 조 명예회장의 재산으로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 차남 조현문 동륭실업 이사에게 ‘유류분(遺留分)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라고 했다는 유언장 문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가족을 등진 조 이사가 부친의 정확한 재산 규모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양측이 날을 세우고 있는 가운데 신뢰보다는 갈등으로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다.

효성그룹은 10년 전 ‘형제의 난’을 일으킨 조 이사가 경영에서 손을 뗀 뒤 조현준 그룹 회장 중심의 지배체제를 공고하게 다졌다. 그러나 지난 3월 조 명예회장이 별세하면서 안정적인 지배체제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부친의 재산 처분 내용이 담긴 유언장을 놓고 조 회장의 효성과 조 이사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조 이사는 이번 부친의 유언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최근 유언장을 입수해 필요한 법률적 검토 및 확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유언장 입수, 형식, 내용 등 여러 측면에서 불분명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상당한 확인 및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리인단은 법률적 검토 등과 관련한 질문에 “어떤 입장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조 이사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하면서 긴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조 명예회장이 차남 몫으로 남긴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 산정에 대해 형제의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조 명예회장의 재산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은 부분이 이 지적에 신빙성을 더한다. 조 명예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지주사 ㈜효성 지분 10.14%를 비롯한 계열사 주식 등을 포함해 7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공시로 확인할 수 있는 규모일 뿐이다.

재계 관계자는 “유언장에서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주겠다고 했지만 형제 간에 규모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면서 “조 이사가 장례식 때 상주로 이름을 못 올리면서 감정 소모전으로 흐르는 만큼 소송전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재계에서는 조 명예회장 별세 이후 조 이사가 유류분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 조 이사가 법률대리인을 선임하기 위해 다수의 법무법인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이 같은 추측은 힘을 받았다. 효성그룹이 추진하는 지주사 인적분할과 겹치면서 지분을 확보한 조 이사가 경영에 개입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이후 유류분 소송 문제는 조 명예회장이 유언장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15일 법률신문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유언장을 작성했다. 여기에는 가족을 떠난 조 이사에게도 유류분을 웃도는 재산을 물려주고 형제 간 화해를 당부하는 내용이 담겼다. 유류분은 고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법에 따라 유족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이다.

그러나 유언장이 등장했음에도 상황은 간단치 않다. 조 이사가 구체적인 문구를 놓고 대립각을 세우면서 각종 소송전으로 확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조 회장과 조 이사는 ‘형제의 난’ 이후 소송전을 이어왔다. 조 이사는 13일에도 강요미수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증인으로 나온 삼남 조현상 부회장과 마주쳤다.

조 명예회장의 장례식에서 형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점도 충돌 가능성을 키운다. 조 이사는 장례식장에서 상주로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짧게 조문만 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선친께서 형제 간 우애를 강조했음에도 아직 고발을 취하하지 않은 채 형사재판에서 부당한 주장을 하고 장례 때 상주로 아버님을 보내드리지 못하게 내쫓은 형제들의 행위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윤필호 기자 noth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