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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공제조합, '책임준공보증' 신규 도입 부메랑 될까?

Numbers 2023. 11. 14. 12:30

(사진 = 픽사베이)

 
건설공제조합이 ‘AA+’ 등급을 획득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 확대에 따라 정부의 건설업체 자금 지원책의 일환으로 책임준공보증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공제조합의 수익이 줄어든 가운데 자칫 건설 부실을 떠안아 위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건설공제조합은 건설보증시장의 우수한 시장 지위와 유동성으로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AA+·안정적’ 등급을 받았다. 11년 전 한국기업평가로부터 받은 등급과 같다. 

이번 신용평가는 건설공제조합이 신용평가를 의뢰한 데 따른 것이다. 건설공제조합이 신규 상품인 책임준공보증을 도입하면서 금융권의 건설사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용등급을 의뢰했다.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건설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의 자금 대출이 어려워지자, 건설공제조합 새로 책임준공을 보증할테니 탄탄한 신용도를 믿고 건설사에 자금을 지원을 해달라는 의미에서 신용등급을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건설공제조합은 지난달 운영위원회를 열고 책임준공보증을 도입키로 하고 기본요율을 결정했다. 부동산PF 자금경색을 완화해 조합원의 사업기회를 확대한다는 목적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관련 규정을 바꾸고 후속 절차를 준비해 연내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책임준공보증이란 건설사가 공사를 완성하도록 책임을 진다는 의미다. 만약 시공사가 부도를 내거나 기한에 맞춰 공사를 완성하지 못할 경우 건설공제조합은 모든 연체 이자를 부담하고 다른 시공사를 선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물을 준공 시키는 데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신규 상품 출시는 정부의 부동산PF 시장 정상화 정책의 일환이다. 통상 건설 자금을 빌려줄 때는 담보 등을 제공받는다. 부동산PF는 별도의 담보 없이 빌려주는 자금이다. 최근 미분양에 높은 금리, 높은 인건비와 원자재 값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자 자금을 빌리지 못한 건설사가 늘면서 부동산PF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이 부동산PF 대출을 꺼리는 이유다. 정부는 건설업체들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정책금융기관의 부동산 PF 대출 보증 규모를 기존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확대했다. 

건설공제조합은 건설산업기본법을 설립 근거로 국토교통부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다. 조합 운영의 핵심기관인 운영위원회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의 지명·위촉 위원이 과반수를 구성하고 있다. 조합 운영 전반도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조합의 사업은 크게 △건설업 등록을 위한 '건설보증' △사고 발생 손해를 보상하는 '공제' △자금을 지원하는 '융자'로 구분된다. 지난해 말 기준 건설보증 시장 규모는 6000억원 규모다. 건설공제조합은 이중 40.6%의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연간 보증수수료 수익 규모는 약 3~4000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보증사고가 늘면서 보증대급금과 대손비용, 그리고 대위변제준비금이 증가하면서 건설공제조합의 수익도 줄어드는 추세다. 

보증대급금이란 보증채무자를 대신해서 지급하는 보증금, 대손비용이란 채무자가 파산이나 사망 등의 이유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 금액을 말한다. 대위변제준비금은 보증사고발생과 보증금지급률을 기반으로 산출된다. 보증사고가 늘면 보증대급금과 함께 대위변제준비금으로 산입되는 준비금 전입액이 증가한다. 앞서 건설공제조합은 금융위기 발생 이후 나타난 건설업 불황기에도 대손비용과 대위변제준비금 전입액이 늘어 수익이 줄어든 바 있다. 

채무자로부터 받아내는 대위변제준비금환입액은 지난해 118억원으로 전년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매출도 6.5% 감소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건설경기 업황 악화에 따라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는 대출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자산건전성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건설공제조합의 자산건전성 분류대상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조2000억원이다. 조합원에 대한 융자금 2조8000억원, 보증대급금 2583억원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에 해당하는 고정이하자산 규모는 4213억원, 고정이하자산비율은 13.3%로 열위하다는 평가다. 부실자산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향후 책임준공보증에 따라 일시적으로 매출 확대를 기대할 수 있지만, 부동산 PF 위험이 본격화될 경우 보증대급금 증가로 부실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피하기 위해 국민 세금으로 좀비기업의 수명을 늘이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다만 나이스신용평가는 건설공제조합이 안정적으로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쌓아놓은 충당금은 고정이하자산 대비 80% 내외다. 이를 제외한 추가손실 발생 규모는 988억원이다. 건설공제조합의 자기자본은 6조6000억원, 이익창출규모는 1150억원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주요 회원사 이탈 등으로 사업이나 자본규모가 크게 감소할 경우 신용등급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보증대급금이나 연체가 급증해 매출이 떨어지는 경우 하향 조정을 검토할 방침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향후 건설업 업황 저하로 보증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조합의 보증대급금 증가 및 건전성 관련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전망”이라며 “대위변제준비금도 보증 대급금 증가와 함께 순증할 것으로 예상돼 조합의 전반적인 수익성에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 발생한 금융위기 및 건설업 불황기의 흑자기조 등을 고려할 때, 향후 수익성 하락은 예상되지만 이익창출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조아라 기자 archo@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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