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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지난 20일부터 농협 지배구조에 대한 정기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지배구조에서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기타비상무이사' 제도를 들 수 있다. 농협금융지주의 '기타비상무이사'는 중앙회와 지주를 잇는 수평적 가교 역할을 하지만 때로는 수직적 감시의 역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보고된 1분기 말 현재 5대 은행계 금융지주사와 5대 은행들의 이사회 명단을 <블로터>가 취합한 결과,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만이 대주주(100%)인 농협중앙회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었다.
다른 금융지주와 시중은행의 경우 기타비상무이사가 없거나 금융지주와 은행이 서로 교차해서 기타비상무이사를 임명하고 있었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 등 농협금융그룹에 존재하는 기타비상무이사 모두 농협중앙회와의 소통을 위해 현직 조합장 혹은 중앙회 출신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점과 대비된다.
한마디로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는 인사가 기타비상무이사로 금융자회사의 이사회에 진출해 있다는 점이 농협이 보여주는 다른 모습이다.
기타비상무이사직이 있는 곳은 KB금융·신한금융·농협금융지주 등 지주사 3곳과 신한·하나·농협은행 등 은행 3곳이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에는 기타비상무이사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KB금융지주는 이재근 국민은행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해 이 행장이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 행장은 KB금융지주 이사회에서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ESG위원회에서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KB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가 KB국민은행인만큼 사업적 연관성과 시너지 제고 차원의 제도적 거버넌스 구축 사례롤 평가된다.
국민은행 이사회에는 기타비상무이사 없이 이 행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등 총 8명이 이사회 멤버로 활동중이었다.
신한금융지주와 신한은행 내에 있는 기타비상무이사는 금융지주와 은행간 상호 교환 개념의 인물 선임이 눈에 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신한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로 있으면서 ESG전략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반면 이인균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신한은행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있으면서 위험관리위원회와 보수위원회,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을 겸직하고 있다. 지주사와 은행 간 인력 교류 형태인 셈이다.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KB금융그룹과 반대로 기타비상무이사가 지주사에는 없지만 은행에는 존재했다. 박종무 하나금융지주 부사장이 하나은행 기타비상무이사로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와 평가보상위원회, 소비자리스크관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 기타비상무이사는 농협중앙회 이사회 격인 대의원을 지낸 박흥식 광주비아농협 조합장이 이름을 올렸다. 박 이사가 중용되기 전까지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공식 취임 일정과 맞물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다. 지주 기타비상무이사는 지주 대표이사뿐 아니라 금융 계열사 대표이사까지 추천하는 자리여서 역대 농협중앙회장 최측근 인사들이 맡아왔다는 것이 안팎의 전언이다. 박 이사 역시 강 회장이 추천한 인사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에는 2명의 기타비상무이사가 있었다. 마찬가지로 중앙회 출신과 현직 조합장이다. 지난해부터 농협은행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는 반채운 전 농협은행 부문장은 농협중앙회 리스크관리부 팀장을 역임하는 등 농협은행과 농협중앙회를 오가며 경력을 쌓았다. 서석조 기타비상무이사는 현재 북영덕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에 관해 정기검사에 돌입한 가운데 기타비상무이사 제도 운영 현황과 장단점이 주목받는 배경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근하지 않으면서도 주요주주가 기업에서 이사회의 경영참여를 원할 때 선임한다. 사외이사는 경영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 대학 교수 등 회사와 무관한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내 위원회 소속 및 활동을 보면 4대 금융지주와의 차이점이 또 있다. 지주사 대표이사인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사내이사로서 이사회 활동은 하고 있지만, 이사회 내 위원회에는 소속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이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으며 지주사 대표이사로서 각 계열사 인사권에 참여하는 모습과 대조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 소속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계열사 인사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즉, 농협금융그룹 조직에선 기타비상무이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협 조직 내에서 기타비상무이사는 농협중앙회와의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인 데다가 이들 모두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원도 겸직하고 있어 강호동 중앙회장의 의중이 더 크게 반영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109억원대의 배임과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이달 들어 추가로 밝혀진 농협은행 60억대 금융사고 등도 이 같은 농협 지배구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밖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마련했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최종안을 기준으로도 이행이 미흡한 지주 및 은행에게 보완을 요구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은행 이사회 소통 프로그램을 통해 지주 및 은행별 보완 필요사항을 논의해 개선토록 하는 등 지배구조 선진화에 대한 이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노력을 당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협을 포함해 각 은행 및 지주사들의 이사회 의장 간담회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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