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수술대 오른 농협 지배구조] 사외이사도 학계 편중…일부 자회사는 전직 농협 출신

Numbers_ 2024. 5. 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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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대 오른 농협 지배구조] 사외이사도 학계 편중…일부 자회사는 전직 농협 출신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의 학계 편중을 지적하면서 일부 은행은 교수 출신이 최대 67%에 달한다고 익명 발표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사외이사진이 이에 해당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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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초롱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은행권 사외이사 직군의 학계 편중을 지적하면서 일부 은행은 교수 출신이 최대 67%에 달한다고 익명 발표한 가운데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의 사외이사진이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추론된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best practice)' 최종안을 마련하고 이행할 것을 주문한 뒤 이를 기준으로 이행 점검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또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뿐 아니라 전 금융 계열사로 넓혀 봐도 농협금융그룹의 학계 출신 사외이사진 쏠림 현상은 심했다. 아울러 자산 규모가 작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지 않는 계열사들은 전·현직 범 농협 출신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꿰찬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감원에 보고된 농협금융지주의 사외이사 현황을 보면 6명 중 학계 출신이 4명으로 비율은 67%에 달했다. 서은숙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와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 이종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길재욱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등이다.

농협은행도 3명의 사외이사 중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차경욱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가 명단에 이름을 올려 마찬가지 비율이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서울고등법원 법원장을 지낸 조용호 이사도 현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겸직하고 있어 현직으로만 보면 대학 교수가 100% 비율이다. 농협은행은 현재 사외이사를 추가 선임하기 위해 절차를 진행 중에 있어 이 비율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금감원이 지적하는 부분은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 부문이다. 지난해 말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최종안이 나온 뒤 올 3월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됐음에도 여전히 특정 출신들로 사외이사진이 꾸려졌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 26일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 이행상황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주총 기준으로 국내 은행권 이사회 구성을 보면 사외이사 직군의 학계 편중 현상이 있으며, 일부 은행은 교수 출신이 최대 67%"라고 꼬집었다.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은행뿐 아니라 농협금융그룹 전 금융 계열사 12개로 넓혀 봐도 학계 편중은 여전했다. 농협금융지주 산하 계열사들의 등기임원으로 등재된 사외이사 현황을 <블로터>가 전수조사한 결과, 전체 사외이사 42명 중 절반에 달하는 21명이 학계 출신이었다.

이 중 증권·보험 등 자산 기여도가 큰 계열사일수록 학계 출신 비중이 높았다. NH투자증권은 80%, 농협생명은 75%, 농협손해보험은 25%가 학계 출신 사외이사진이 포진돼 있었다.

농협금융그룹 전 계열사 사외이사진들의 또 다른 특이점은 전·현직 범 농협 조직에 몸 담았던 인물들도 사외이사 명단에 올랐다는 것이다. NH농협캐피탈은 3명의 사외이사 중 정명화 이사를 올해 주총에서 신규 선임했는데, 정 이사는 전직 옥종농협 조합장 출신이다. 정 이사는 이병택 전 이사의 임기가 끝나면서 발탁됐는데, 이 전 이사 역시 전직 농협중앙회 안성시지부 지부장 출신이다.

농협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 자회사 사외이사 선임 절차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임원 요건을 충족하는 후보군 중에서 사외이사 요건에도 결격 요건이 없는지까지 크로스 체크해 선임한다"며 "지역 조합과 지역 지부는 금융 계열사 법인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NH농협캐피탈 외에도 이윤배 전 농협손해보험 대표가 NH농협리츠운용 사외이사로 적을 뒀다. 이 전 대표는 1979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은행과 농협증권, 농협생명 등 계열사를 두루 거친 인물이다. 최대주주 법인 및 계열사 상근 임직원은 3년 동안 금융사 사외이사가 될 수 없지만, 이 전 대표가 농협 조직을 떠난 시점은 2017년 말이어서 공소시효가 끝났다. 이 전 대표가 NH농협리츠운용 사외이사 임기를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8월이다.

아울러 NH농협리츠운용 별도 자산총액은 287억원에 불과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른 사외이사 요건을 굳이 충족하지 않아도 된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설립된 회사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이어야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 받기 때문이다. 

NH벤처투자·NH선물·NH헤지자산운용 등에도 농협 출신들이 비상근 감사로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린 점은 마찬가지다. NH벤처투자 자산총액은 536억원, NH선물 자산총액은 8081억원, NH헤지자산운용 자산총액은 699억원 정도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상근 감사는 사내이사, 비상근 감사는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돼야 하지만 별도 재무제표 상 자산총액이 기준 미달이면 예외를 허용한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