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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은행에서 연이어 금융사고가 발생하면서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농협금융지주 이사회도 연대 책임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사회 구성원 중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해야 하지만 농협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수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지주 완전자회사 특례 조항을 적용 받는다면 농협은행 이사회 내 사외이사 비율이 과반 이상을 차지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농협금융지주 이사회가 감독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일정 부분 책임은 불가피해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농협은행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2명(상근감사위원 포함), 농협중앙회 및 조합장 출신 비상임이사(기타비상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돼 있다. 농협은행의 사외이사 비율은 7명 중 3명인 42.9%에 불과한 셈이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12조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둬야 하며, 사외이사 수는 이사 총수의 과반수가 돼야 한다. 해당 법률 상에서 말하는 '이사'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상임이사를 포함한다. 사외이사가 중도 사임하는 등의 이유로 이사회 구성요건에 미치지 못하게 될 경우 이후에 최초로 소집되는 주주총회에서 비율 등 요건에 맞게 추가 선임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임기가 끝나는 4명의 사외이사 중 조용호 사외이사만 재선임하고, 함유근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와 차경욱 성신여대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교수 등 2명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애초에 정기 주총에서부터 사외이사 수를 4명에서 3명으로 줄이면서 이사회 구성 요건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현재 농협은행 이사회는 사외이사 추가 선임을 위해 인선 후보군을 추리는 중이지만, 언제 마무리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금융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농협금융지주 100% 완전자회사로서 특례를 적용받아 사외이사가 3인 이상이기만 하면 되지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사외이사 과반 이상 선출을 통한 독립성 취지에 맞추기 위해 사외이사를 추가로 한 명 더 선출할 계획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완전자회사 특례는 금융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들고 있으면 은행 등 금융자회사가 사외이사를 전혀 두지 않아도 된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23조를 보면 금융지주가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자회사(손자회사, 증손회사 포함)의 경우 동법 시행령으로 정하는 경영 투명성 요건에 해당하면 사외이사를 두지 않거나 이사회 내 소위원회를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이 경우 금융지주의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가 직접 자회사의 경영업무를 감시해야 하며, 상근감사도 선임해야 한다. 농협은행 상근감사는 금융감독원 은행리스크업무실 실장을 역임한 고일용 감사위원이다.
농협은행이 법인 분리로 출범할 수 있었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보면 제161조의11 제8항에 따라 농협은행은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상법 중 주식회사에 관한 규정, 은행법 및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받는다. 농협은행은 100% 지분율로 농협금융지주 완전자회사다.
즉, 농협은행이 사외이사 구성 요건을 맞추지 않은 데 대해 완전자회사 특례를 적용받는다면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가 농협은행의 경영업무를 감시하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완전자회사 특례 적용을 위한 경영 투명성 요건에는 금융지주사 이사회가 완전자회사에 조언·시정권고 및 이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면 성실히 응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농협금융지주 이사회 활동 내역을 보면 감사위원회는 지난해 1월에도 2022년도 농협금융지주 산하 전 계열사에 대한 금융사고 발생 현황 등을 취합해 보고 받았다.
이에 따라 올 초 109억원대 금융사고에 이어 최근 60억원대 추가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서도 농협은행이 완전자회사 특례를 적용받으면 농협금융지주 이사회가 일정 부분 연대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농협금융지주 이사회의 농협은행 금융사고 관리·감독 의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완전자회사(농협은행 등)가 경영 투명성 요건을 갖췄을 경우 지주사가 주주로서 피해를 받게 될 수 있으니 내부통제 및 관리 의무를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초롱 기자 twinkl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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