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vernance/지배구조 분석

[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구지은 시대 사실상 막 내려…구미현·구본성 이사회 장악

Numbers_ 2024. 6. 3.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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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워홈 남매의난 시즌2] 구지은 시대 사실상 막 내려…구미현·구본성 이사회 장악

아워홈 오너가 2세 간에 벌어진 남매의 난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 연합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가 사내이사에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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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서울 강서구 아워홈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본성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 최소 구성 요건(3인)을 만족하면서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는 이사회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지은 부회장 /사진 제공=아워홈


아워홈 오너가 2세 간에 벌어진 남매의 난이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 구미현 씨 연합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31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구 전 부회장의 아들 구재모 씨가 사내이사에 선임되면서 이들이 이사회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미현 씨와 그의 남편 이영렬 전 한양대 의대 교수, 재모 씨로 구성된 새 이사진은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미현 씨의 대표이사 선임의 건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아워홈은 서울 강서구 마곡 본사에서 열린 임시 주총에서 재모 씨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다음 달 3일 임기 만료를 앞둔 막내 구지은 부회장과 차녀 구명진 씨는 연임에 실패해 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구 전 부회장이 올린 안건 중 재모 씨 사내이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 본인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과 황광일 전 아워홈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임시 주총의 관건은 이사진 구성이었다. 경영권을 매각하려는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 연합이냐, 경영권을 사수하려는 구 부회장과 명진 씨 연합이냐에 따라 아워홈의 경영 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구 전 부회장과 미현 씨 연합이 승기를 잡으면서 매각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상법상 자본금 10억원 이상인 아워홈은 사내이사를 최소 3명 이상 둬야 한다. 지난 4월 정기 주총에서는 미현 씨 부부만 사내이사에 오른 상태였다. 여기에 재모 씨가 합류하면서 최소 요건을 충족했다. 

이날 구 부회장이 제안한 자기주식 취득의 건은 부결됐다. 이는 미현 씨를 포섭하기 위한 구 부회장의 마지막 승부수였다. 미현 씨가 줄곧 보유지분 매각을 원했기 때문이다. 구 부회장은 자사주를 매입해서라도 현금화를 보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미현 씨는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구미현씨, '지분 매각' 일관된 노선

 

‘캐스팅보트’를 쥔 미현 씨의 목적은 지분매각을 통한 현금화 가능성으로 좁혀진다. 그간 미현 씨가 택한 노선이 이를 뒷받침한다. 오빠 구 전 부회장과 막냇동생 구 부회장 간 갈등 구조에서 미현 씨는 필요에 따라 진영을 옮겨다녔다.

실제로 2021년 구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 등으로 해임됐을 당시 미현 씨는 구 부회장과 명진 씨 편에서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 및 공동매각합의(주주 간 계약)를 이뤘다. 하지만 대표이사에 오른 구 부회장이 매각이 아닌 경영에 집중하자 곧바로 이듬해 구 전 부회장과 손잡고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이번 분쟁에서도 구 전 부회장의 지분매각 계획에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은 고 구자학 선대회장의 1남3녀가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네 명의 보유지분은 구 전 부회장 38.56%, 미현 씨 19.28%, 명진 씨 19.6%, 구 부회장 20.67% 등이다. 어느 누구도 단독으로 지배력을 행사할 만한 지분을 들고 있지 않다. 남매 간 합종연횡을 반복한 이유다.

 

구미현씨, 대표이사 셀프 추천…매각 수순 예고

 

미현 씨는 향후 이사회를 거쳐 아워홈 신규 대표이사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상 대표이사는 사내이사 중에서만 선출할 수 있다. 미현 씨는 구 부회장과 명진 씨에게 이사회를 하루 앞둔 30일 ‘대표이사에 오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대표이사 선임을 위해서는 미현 씨 부부와 재모 씨로 이뤄진 신규 이사진의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주총장에서 미현 씨가 사내이사 수를 최소 요건(3인)만 만족하도록 표를 던진 것도 그만큼 대표이사를 향한 의지표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워홈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임에 관한 이사회는 다음 주쯤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미현 씨는 대표이사 취임 이후 경영권 매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구 전 부회장 측은 복수의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물밑 접촉 중이며 미현 씨 역시 지속적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제안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워홈 노동조합에도 최근 서한을 보내 전문경영인을 선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장덕우 아워홈 노조위원장은 이날 “(미현 씨는)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아워홈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바란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법 리스크 존재

 

다만 미현 씨는 2021년 세 자매가 맺은 공동의결권협약 위반 여부에 따라 법적 공방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 해당 협약에는 2021년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들의 임기 만료 전까지 세 자매가 모든 안건에 동일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는데 이를 어겼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미현 씨가 물어야 할 위약금은 최대 12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신규 이사진이 그리는 아워홈 경영권 매각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사법 이슈가 있는 기업의 경영권 매수는 투자자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푸드테크 등 최근 사업 다각화 행보는 물론 고객사와의 계약에 따라 움직이는 급식 업계의 구조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한편 이날 아워홈 노조는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사 성장에 전혀 관심이 없고 경영에 무지한 구미현, 이영열 부부는 사내이사에서 즉시 사퇴하고 대주주에서 물러나라"며 "아워홈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오너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