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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CFO]② '순혈주의' 탈피한 홀딩스…정기섭 사장의 고민 '이차전지'

Numbers_ 2024. 6. 4.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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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CFO]② '순혈주의' 탈피한 홀딩스…정기섭 사장의 고민 '이차전지'

포스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내이사로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전략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또 역대 포스코 CFO 대부분은 지주사 또는 계열사 대표이사(CEO)로 이동했다. 그룹 내 위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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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진화 기자


포스코홀딩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사내이사로서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전략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또 역대 포스코 CFO 대부분은 지주사 또는 계열사 대표이사(CEO)로 이동했다. 그룹 내 위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부터 포스코홀딩스 CFO를 맡은 정기섭 전략기획총괄(대표이사 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내세운 ‘이차전지’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CFO는 시기에 따라 재무투자부문장, 전략기획총괄, 가치경영센터장 등으로 달리 불렸다. 전략기획총괄은 단순한 재무‧회계관리 등을 넘어 전략·경영·투자관리 등 경영전반을 책임진다. 정 CFO는 현재 사내이사로서 올해 취임한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과 합을 맞추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포스코 CFO로는 이동희, 최종태, 박기홍, 이영훈, 최정우, 전중선, 정기섭 등 7명이 재직했다. 이 가운데 이영훈을 제외한 6명이 포스코 대표이사에 올랐다. 포스코 CFO가 사실상 대표이사의 등용문인 셈이다. 최정우는 CFO 출신 중 최초로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영훈은 포스코 대표이가 되지 못했지만 CFO를 거쳐 포스코켐텍과 포스코건설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22년 포스코그룹이 포스코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로 전환되기 전까지 포스코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했다. 포스코 재무실에서 일했던 인물들은 관련 경험을 쌓고 계열사 요직으로 옮겨갔다. 포스코 재무라인이 그룹 전체 재무라인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역대 포스코 CFO들도 그룹 계열사에서 같은 업무를 맡은 경험이 있다. 

포스코는 순혈주의를 고수하는 대표적인 집단이다. 역대 CFO들은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제철에 입사해 줄곧 포스코에서 일해온 인물이 대다수다. 특히 포스코 CFO를 비롯한 재무 관련 부서에 적을 뒀던 인물들은 다른 사업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그러나 정 CFO는 순혈 포스코 출신이 아니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대우중공업에 입사한 후 대우인터내셔널 런던법인장, 해외관리2팀장, 우즈베크면방법인장, 페르가나면방법인장 등을 거쳤다. 2010년 포스코그룹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포스코에 합류하게 됐다.

이후 정 CFO는 포스코 국내사업관리실장을 지내다 2018년 포스코에너지 부사장으로 이동했다. 2020년 포스코에너지 대표이사를 거쳐 2023년부터 포스코홀딩스 대표이사이자 전략기획총괄을 맡고 있다. 

2024년 장 회장이 취임하면서 정 CFO는 새 회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 정 CFO와 장 회장의 접점은 그다지 많지 않다. 정 CFO는 대우 출신이었으며 재무 관련 부서에서 주로 일했던 반면 장 회장은 포스코 출신으로 신사업, 철강생산본부 등 현장 이력이 많다.

정 CFO는 오히려 최정우 전 회장과 인연이 깊다. 2014년 최 전 회장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부문장이었을 당시 산하의 경영기획실장을 정 CFO가 맡았다. 포스코는 2016년 그룹 구조조정의 중추적 기구로 가치경영센터를 내세웠다. 최 전 회장은 가치경영센터장을 맡았으며 산하의 국내사업관리실장은 정 CFO가 담당했다. 이후 2023년에는 최 전 회장과 정 CFO가 2인 대표이사 체제로 포스코홀딩스를 이끌었다.

/그래픽=박진화 기자


포스코홀딩스는 정 CFO 선임 배경을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및 포스코에너지 등 계열사 전반의 풍부한 지식과 구조조정 경험을 바탕으로 전략기획총괄로서 그룹 차원의 위기 관리와 사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포스코홀딩스는 그룹 차원에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자원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정 CFO는 효율적인 그룹사 자원배분과 자금조달은 물론 이차전지 사업의 성공적 안착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올해는 리튬 생산의 원년이자 포스코그룹의 전기자동차(EV) 배터리 생태계가 본격 가동되는 첫 해다. 포스코그룹은 리튬, 니켈 등 올해 본격 양산되는 이차전지 소재 핵심 원료 공장을 조기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다만 시장 상황이 전기차 수요 둔화로 녹록지 않지만, 포스코그룹은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구간을 기회로 우량한 광물자원을 확보하고 인수합병(M&A) 기회를 적극 발굴할 계획이다. 또 양극재·음극재 생산 속도를 순연하며 조절하기로 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오는 2026년 양극재 생산목표를 연산 45만5000톤에서 39만5000톤으로, 음극재 생산능력을 22만1000톤에서 11만3000톤으로 조절했다. 

정 CFO는 올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원재료인 폐배터리 수급 상황을 감안해 리사이클링의 해외 투자 중 일부는 순연하기로 했다”며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를 반영해 일부 산업의 투자 시점을 합리적으로 연기하고 고수익사업 중심의 포트폴리오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김수민 기자 k8silverxyz@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