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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C] '승부사'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외형성장 이면의 그림자 '불안한 재무'

Numbers_ 2024. 6. 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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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C] '승부사'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외형성장 이면의 그림자 '불안한 재무'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주택사업에서 ‘승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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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대표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주택사업에서 ‘승부사’ 기질을 보이며 쌓은 성과는 계열사를 넘어 현대자동차그룹에서도 주목받았다. 덕분에 현대건설은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건설부문 약점을 딛고 정의선 회장 체제 초기에 한 축으로 떠 올랐다. 윤 사장이 다른 계열사 사장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고령임에도 지금까지 자리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정 회장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도 해외사업 확장 등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승부사로서 경험과 관록을 입증했다. 하지만 최근 건설사들은 대내외적 불안한 환경으로 휘청이고 있다. 윤 사장은 그룹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 현대건설은 윤 사장 주도 아래 외형성장 전략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지만 미청구공사액이 6조원 이상 쌓이고 현금성자산이 줄어드는 등 여러 부담을 안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5년 연속 1위, ‘승부사’ 기질로 이끌다


윤 사장은 1957년 12월생이다. 청주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에서 환경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이후 사업관리실장, 공사지원사업부장, 주택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2021년 3월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고 올해 3월 재선임돼 2027년 초까지 임기가 늘었다.

윤 사장은 도시정비사업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하며 활약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데는 도시정비사업 성공 발판이 있었다. 그는 2020년 총사업비 7조원, 공사비 1조7387억원의 서울 ‘한남3구역(디에이치 한남, 5816가구)’ 수주를 위해 직접 조합원이 됐다. 당시 부사장이던 그는 조합원 총회 프레젠테이션에서 “재산을 모아 한남3구역에 집을 마련했다. 집주인의 마음으로 애정을 갖고 건축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기 전이었다. 결국 한남3구역은 현대건설이 수주했고 윤 사장의 ‘주택통’ 이미지가 굳어졌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이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한양 아파트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 제공=현대건설

 

올해도 윤 사장은 승부사 모습을 보여줬다. 올 3월 사업비 7740억원의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956가구)’을 수주하기 위해 건설사 대표가 재건축사업 현장을 방문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한양아파트를 찾은 자리에서 “원가를 초과해도 최고의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 극대화’ 제안을 반드시 지키며 하이퍼엔드 특화 상품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공언했다. 현대건설은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며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승리를 이어오던 경쟁사 포스코이앤씨를 꺾었다.

윤 사장의 활약은 현대건설의 도시정비사업 수주 5년간 1위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2019년 2조8322억원 △2020년 4조7383억원 △2021년 5조5499억원 △2022년 9조3395억원 △2023년 4조6122억원 등이다. 올해는 3일 기준 3조3060억원을 수주해 3조4000억원을 수주한 포스코이앤씨를 바짝 뒤쫓고 있다.

올 하반기는 압구정·한남동 등 상급지에서 수주를 이어갈 방침이다. 윤 사장의 또 다른 행보가 주목된다.

 

외형성장 기조 매출 증대, 미청구공사도 ‘6조’ 쌓여

 

현대건설은 윤 사장의 승부사 기질과 같이 공격적인 외형성장으로 건설업 불황을 타개하고 있지만 매출 증대와 맞물려 미청구공사금도 쌓였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29조6514억원, 영업이익 785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8조5453억원, 영업이익 250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각각 2.6%, 2.9%로 낮은 편이지만 매출 외형을 늘려 일정 이상의 수익을 확보했다.

윤 사장은 그동안 수주 규모를 늘려 수익을 확대하는 데 집중했다. 이 같은 경영전략은 덩치를 키우는 데 일조했지만, 이면에는 연결기준 1분기 말 6조1921억원에 이르는 미청구공사액 리스크를 남겼다. 미청구공사액은 2019~2020년만 해도 2조원 초반대를 유지하다가 2021년 말 3조2474억원, 2023년 말 5조3352억원 등 급격히 늘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1년 말 1조원 흑자에서 2022년 말 -1435억원, 2023년 말 -7147억원 등 증가세를 보이다가 올 1분기 -1조1525억원으로 1조원 적자를 돌파했다.

미청구공사액이 늘자 현금창출력이 둔화했고 이는 현금성자산의 감소로 이어졌다. 1분기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연결기준으로 보면 3조5159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으로 양호해 보이나, 별도기준으로는 1조5569억원으로 전년 말 2조3821억원 대비 35% 감소했다. 지난 2020년부터 2조원대 현금성자산을 유지해 왔으나 3년 만에 꺾이며 운전자본 부담이 커졌다.

현대건설 측은 미청구공사액은 규모가 큰 해외사업과 플랜트현장의 마일스톤(프로젝트 지점마다 대금 회수) 영향으로 시간 경과에 따라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해 40여개 주택 현장이 순차 준공되면 입주 잔금 회수로 유동성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안전 최우선' 강조 불구 사고 잇달아…중대법 회피 논란도

 

윤 사장은 취임 이후 해마다 낸 신년사에서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강조했다. 매해 신년사에서 “안전 이슈는 회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사회적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자” 등의 말로 안전을 주문했다. 안전을 늘 강조했지만 2021년 사장 취임 뒤에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중대법 교육 등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22년 고용노동부는 근로자 사망사고와 관련한 안전보건교육 의수 의무를 윤 사장에게 부과했다. 당시 중대법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확정되지 않았으며 대표이사가 아닌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중대법 책임자라며 교육을 받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을 받지 않은 윤 사장에게 과태료를 부과했다.

윤 사장은 과태료 납부와 소환 교육을 거부했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고용노동부의 처분을 수용했다. 과태료 1000만원은 지난해 초 납부했고 소환 교육은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받을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비례)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최근 5년 10대 건설사 산재 현황’에 따르면 2018~2023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건설사가 2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현대건설이다. 2021년에는 3건의 사망사고가 연속해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개선을 강력히 권고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사망사고가 연속됐고 지난해 11월은 고용노동부의 일제점검이 실시됐다.

사망사고는 올해도 이어졌다. 지난 2월 충남 천안의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중국 국적 근로자가 40m 아래로 추락해 숨졌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건설에서 발생한 8번째 중대재해다.

 

수익성 제고 해결책 ‘고부가가치’ 신사업·해외사업 제시


원가율 급증으로 인한 영업이익률 감소는 모든 건설사가 안고 있는 숙제다. 윤 사장은 수익성 확보와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해결책으로 고부가가치 신사업과 해외사업을 제시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 “대형원전·SMR 등 핵심사업(신사업)과 고부가가치 해외사업에 역량을 결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사장(앞줄 가운데)이 올 3월 영국에서 영국 원자력청 SMR 기술 경쟁 공동 참여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 / 사진 제공=현대건설


윤 사장은 신사업의 경우 발로 뛰는 세일즈 행보를 보여 주목받았다. 대형원전·SMR 사업 확대를 위해 우크라이나·폴란드·프랑스·영국 등 직접 세계 각국을 돌았다.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최대 공항이자 교통 중심지인 ‘키이우 보리스필 국제공항’ 정상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초석을 놨다. 이후 9월 동유럽 SMR(소형모듈원전) 사업의 전초기지가 될 폴란드·우크라 지사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폴란드에서 열린 크리니차 경제포럼에서는 회사의 SMR 역량을 드러내며 차세대 에너지 인프라 구축 의지를 전달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원자력박람회 2023’ 행사에서는 우크라이나 원자력공사 에네르고아톰과 원전사업 전반에 대한 협력의향서를 체결했다. 올해 3월엔 원전사업을 부활시키는 영국에 SMR을 진출하기 위해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건설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삼중수소제거설비를 수주해 유럽 원자력 진출 교두보를 놨다. 앞으로 영국·우크라이나·불가리아·스웨덴 등 대형원전·SMR 발주가 유망한 나라에 집중할 예정이다.

해외사업의 경우 지난해 고유가 지속의 경기 하방 리스크를 기회요인으로 활용해 중동 산유국 중심의 수주 전략으로 사우디 아미랄 패키지 1·4와 자푸라 가스플랜트 2단계를 수주했다. 해외사업 성과는 1분기에도 이어져 수주액 9조5177억원 중 57%(5조4539억원)를 해외에서 가져왔다.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도 파나마 메트로 3호선,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등 해외 현장이 이끌었다.

올 하반기 집중할 해외사업 현장은 △파푸아 뉴기니 LNG 프로젝트(현대건설분 12억 달러) △동남아시아 데이터센터(2개, 총4억 달러) △필리핀 교량(9억 달러) 등이다. 또 대규모 발주가 예상되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목표로 유력 업체와의 협력 관계와 현지 지사 구축을 추진한다. 윤 사장은 우크라이나 재건사업 참여를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해외에서 협약을 체결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영찬 기자 na@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