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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고비맞은 부광약품, 이제영 CEO가 당면한 숙제

Numbers_ 2024. 4. 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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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고비맞은 부광약품, 이제영 CEO가 당면한 숙제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 확대 전략이 고비를 맞았다. 부광약품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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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사진 좌측)과 서울시 동작구에 위치한 부광약품 사옥.(사진=OCI, 부광약품)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의 제약·바이오 사업 확대 전략이 고비를 맞았다. 부광약품 경영 정상화를 위해 발탁됐던 우기석 한미약품 온라인팜 대표가 다시 한미약품으로 복귀하면서다. 제약업계 경험이 없는 이제영 OCI홀딩스 전략기획실 전무는 부광약품 단독 대표로서 실적을 회복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부광약품은 지난 2일 우기석 대표의 사임에 따라 각자대표이사 체계에서 이제영 대표이사의 단독 대표이사 체계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우기석 대표는 한미약품 온라인팜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던 상황이어서 한미약품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로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는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선 여러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예전에 나갔던 분들이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존에 퇴사한 임직원뿐만 아니라 현재 남아 있는 임직원 또한 품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우기석 대표는 제약업계에서 적극적인 조직 관리를 통해 한미약품의 영업력을 끌어올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미약품 내에서 마케팅과 약국영업 등을 거치면서 고성과자를 독려하고 저성과자의 실적을 끌어올리는데 탁월한 인물로 꼽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경영진 입장에선 우기석 대표만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타 제약사보다 한 발 앞선 영업 시스템을 도입하는데 앞장 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잦은 영업 수장 교체를 겪었던 한미약품 입장에선 돌아오겠다는 우 대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반면 OCI와 부광약품은 우 대표의 부광약품 이탈로 인해 곤경에 빠졌다. 당초 OCI 측은 부진에 빠진 부광약품을 일으켜 세울 인물로 우 대표를 내세웠다.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OCI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우 대표와 관련, “부광약품의 약한 영업력을 보충해 줄 경영자”라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부광약품 내부에서는 우 대표가 부광약품 최초의 영업직 출신 대표로 부임해 부광약품의 체질 개선을 이끌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우 대표가 떠난 지금, 제약업계 경험이 없는 이제영 대표는 부광약품의 연구개발과 영업까지 끌고가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1974년생인 이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 출신으로 OCI홀딩스에서 경영지원실과 감사실, 법무부 등을 거친 바 있다. 

이 대표가 이끌어야 할 부광약품은 창사 이래 가장 좋지 않은 실적을 기록 중이다. 지난 2022년 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며 작년에는 영업적자 규모가 375억원으로 불어났다. 부광약품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영업적자다. 영업적자가 커진 이유는 바이오기업인 콘테라파마의 연구개발비가 반영된 점도 있지만, 주력 품목인 ‘레가론’과 ‘덱시드정’ 등의 매출이 부진한 점도 작용했다. 

부광약품이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면 향후 OCI의 제약바이오 산업 진출 전략도 상당 부분 수정될 수 있다. 작년 12월 31일 기준 부광약품 주식 774만7934주(지분율 10.9%)를 보유 중인 OCI홀딩스는 오는 2025년까지 부광약품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콘테라파마에서 극적인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면 OCI는 보유 중인 부광약품 지분 처리 방안에 대해 고심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안치영 기자 ac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