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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CFO, 이랜드리테일 IPO 숙원 푸나

Numbers_ 2024. 7. 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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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C] 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CFO, 이랜드리테일 IPO 숙원 푸나

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중간지주사인 이랜드리테일의 IPO(기업공개) 역사와 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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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최고 의사결정권자(CEO, CFO, COO, CIO 등)의 행보에서 투자 인사이트를 얻어가세요.

 

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CFO. / 사진 제공 = 이랜드그룹 출처 : 넘버스(https://www.numbers.co.kr)

 

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는 중간지주사인 이랜드리테일의 IPO(기업공개) 역사와 궤를 나란히 한다. 이랜드리테일은 2011년부터 IPO 여부를 두고 2~3년 주기로 시장의 화제를 모았는데, 이 과정에서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끼쳐온 인물이 고 전무다. 30년 순혈 ‘이랜드맨’으로서 그룹 곳간 관리를 총괄하게 된 그가 숙원 사업인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을 이끌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쏠린다.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9일 신임 CFO에 고관주 전무를 선임했다. 1968년생인 고 전무는 서강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이랜드에 입사했다. 2006년부터 해외 주력 사업장인 이랜드차이나에서 재무와 전략기획을 6년간 총괄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이후 2012년 사업형 지주사인 이랜드월드(이랜드그룹 통칭)로 옮겨 재무본부와 세무본부를 이끌었다. 그의 32년 이력 중 절반 이상이 곳간 관리에 특화된 만큼 재무전문가로 그룹 내 입지가 굳건하다는 평가다.  

고 전무가 이랜드그룹 CFO실을 거쳐 CTO(세무본부장)를 지내던 2010년대, 그룹 차원의 핵심 과제로 추진된 건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었다. 당시 이랜드 계열사 중 코스피 상장사는 이월드 한 곳뿐이었다. 이마저도 이미 상장된 회사를 인수해 그룹에 편입한 것이어서 자금 조달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 말고도, 핵심 계열사로서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갖는 의미는 컸다. 


RCPS가 쏘아올린 IPO 마라톤

 

고관주 이랜드그룹 신임 CFO 이력. / 그래픽 = 박진화 기자

 
IPO 마라톤이 시작된 건 2011년이다.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2000억원 규모 RCPS(상환전환우선주)를 발행하면서 7개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3년 이내 기업공개를 약속했다. 지급 보증은 그룹이 나서 도왔다. 지배회사 이랜드월드가 하나대투증권에 이랜드리테일 지분 871만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당시 RCPS 계약에는 IPO 추진 외에 연간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1400억원 이상을 창출하고, 매년 순차입금/EBITDA 비율을 6배 미만으로 유지해야 하는 조건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랜드리테일의 차입금이 8000억원을 웃돌고, 부채비율 역시 200%를 초과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짙었던 까닭에 그룹 차원의 재무 전략 수립은 필수적이었다.  

이듬해 2월 고 전무가 중국 사업부에서 그룹 전략기획실장으로 넘어왔다. 그는 기업공개에 소극적인 이랜드 안에서도 IPO 추진을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였다. 실제 앞서 2006년 고 전무는 중국 법인 CFO를 맡은 이후 2008년 홍콩증시 상장을 위한 수요예측과 프라이싱(공모가 산정) 작업까지 진행한 이력이 있었다.  

이랜드리테일은 조달한 자금을 유상감자 대금 및 차입금 상환에 쓰며 한숨 돌렸다. 하지만 IPO 약속을 지키진 못했다. 대신 3년 후인 2014년 6월 3000억원 규모 RCPS를 재차 발행했다. 이번엔 2016년 12월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제출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랜드월드 지분 1236만주(32.2%)가 담보였다. 기존 RCPS는 모두 이익잉여금으로 상환했다. 이 무렵 고 전무는 전략기획실장에서 그룹 재무본부장으로 승진하며 상장 프로젝트를 본격 감독했다.  

두 번째 RCPS에선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016년 12월 한국거래소에 예심 청구를 완료하면서 투자자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하지만 RCPS 상환을 위한 자구책으로 이듬해 6월 실시한 프리IPO(상장전자금조달)에서 기업공개를 2019년 상반기로 또다시 연기했다. 시장 신뢰도에 타격이 불가피한 대목이었다.  

해당 프리IPO 과정에서 그룹의 지배력 약화까지 동반됐다. RCPS 투자자가 보유한 우선주를 모두 의결권 있는 보통주(34.8%)로 전환한 뒤, 이랜드월드 몫(34.8%)까지 더해 총 69%가량의 지분을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 여파로 이랜드월드의 이랜드리테일 지분율은 2016년 말 63.5%에서 2017년 말 28.7%로 줄었다.  

그룹은 6000억원가량 자금을 조달하며 지배구조 및 재무구조 개선을 꾀했지만 내부적으로 후유증은 컸다. 일련의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 수뇌부 중 이진규 이랜드그룹 CFO와 김보걸 자금본부장, 김욱 인수·합병(M&A)본부장 등이 잇달아 자리에서 물러난 것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재무본부장을 지내던 고 전무만이 세무본부장(CTO)으로 적을 옮기며 생존했다.


미완으로 남은 IPO

 

이랜드리테일이 전개하는 NC 백화점 모습 / 사진 = 이랜드리테일 홈페이지 갈무리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은 2019년이 돼서도 성사되지 않았다. 상장 후 구주매출을 통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약속했던 이랜드그룹은 결국 FI의 지분을 되사들이며 엑시트를 지원했다. 동시에 자사주 소각과 FI투자를 위해 설립했던 SPC(특수목적법인) 합병 등을 통해 지분율을 28.7%에서 97.2%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2021년 주식 교환을 거쳐 지분을 100%로 확대했다. 

미완성으로 남는 듯했던 IPO 이슈가 다시 고개를 내민 건 FI의 엑시트 이후 3년이 지난 2022년이다. 이랜드리테일이 하이퍼마켓 부문과 패션브랜드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물적분할을 발표한 것이다. 이 시기는 고 전무가 이랜드리테일 이사회에 입성한 후 경영에 직접 관여한 시기이기도 하다.  

그해 10월 해당 사업부는 이랜드킴스클럽과 이랜드글로벌로 각각 분할됐다. 존속회사로 남은 이랜드리테일은 중간 지주사로서 주요 투자 결정과 부동산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통상 물적분할이 사업경쟁력과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10년 묵은 IPO를 재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힘입어 올해 고 전무가 재무 총책임자로 올라서자 시장의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다. 향후 고 전무는 10살 이상 어린 1985년생 후배 박위근 이랜드리테일 CFO와 호흡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박재형 기자 jhpark@bloter.net